올 혈액 보유량 적정일 겨우 8일… 병원들 ‘피가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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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에서 하루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이었던 날은 8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젊은 층의 헌혈이 대폭 줄어든 것인데, 만성적인 혈액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에 따르면 올해 부산 지역 일일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5일 치 이상으로 ‘적정’ 수준을 기록한 날은 모두 8일에 그쳤다. 2019년 ‘적정’이 74일, 2020년 72일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올해 보유량은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9년 74일, 2020년 72일
올해는 예년의 10분의 1토막 그쳐
코로나로 젊은 층 헌혈 급감 탓
병원들 직원에게 지정헌혈 요청
보건복지부도 안내문자 발송


혈액 수급 위기 단계는 적정,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모두 5단계다. 적혈구제제 보유량이 5일분 이상이면 적정, 5일분 미만이면 관심, 3일분 미만이면 주의, 2일분 미만이면 경계, 1일분 미만이면 심각 단계로 분류한다. 올해 부산지역 일일 혈액 보유량이 2일 치 미만으로 내려가 경계 단계였던 날은 모두 6일이었고, 2일 치 이상 3일 치 미만으로 주의 단계였던 날은 111일로 집계됐다.

만성적인 혈액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선 병원에서는 직원들에게 지정헌혈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지정헌혈은 헌혈자가 의료기관이나 환자를 미리 정한 다음 헌혈하는 제도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7일 치 정도는 확보하고 있어야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 병원은 2~3일분 정도만 확보할 수 있는 상태다”며 “지난달에도 직원들에게 우리 병원을 지정해서 헌혈해 달라고 부탁하는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혈액 부족 장기화로 혈액관리본부 직원들에게 헌혈은 일상이 됐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부산에서만 하루 700명분 혈액이 필요하고, 부산혈액원 직원은 200명 정도다”며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헌혈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혈액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은 전체 헌혈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16~29세 헌혈자의 참여가 줄어든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며 기관, 학교 등 단체 헌혈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헌혈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심리적 요인도 혈액 보유량 감소에 작용했다.

그나마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헌혈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며 최근 적정 수준을 회복했지만, 혈액관리본부 측은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0시 기준 부산 지역 일일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5.6일 치로 전날 5.2일 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일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됐다..

전국 단위로 보면 일일 혈액 보유량은 반년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날 0시 기준 전국 일일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5.1일치로 6월 이후 처음으로 적정 수준으로 올랐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측은 “헌혈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전무하고, 코로나19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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