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곳곳서 상인-노점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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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악화하면서 상권을 지키려는 상인과 노점상 사이의 갈등이 부산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상인들은 구청에 노점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고, 노점상 측은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라며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인다.

부산 북구청은 구포시장 상인회와 노점상 철거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올해 10월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 상인회가 소방도로, 고객 인도 확보 등을 이유로 구포시장 인근에 있는 약 30곳의 노점상 철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해당 노점상은 오일장이 열릴 때마다 구포시장 내 중앙통로에서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하는 이들로 상인회 측은 10월부터 공문을 통해 노점상 철거를 요구했다. 지난달 24일 도시관리과, 일자리경제과 등 북구청 담당 직원은 구포시장 상인회와 회의를 진행했다.

소방도로·인도 확보 등 이유
구포시장상인회,철거 요청
노점상 측 “쫓아내려는 핑계”
매출 급감에 상인 불만 민원
부산대 앞 플리마켓도 중단

노점상 측은 상인회가 내세운 소방도로 확보가 핑계라고 주장한다. 지금도 소방도로는 충분히 확보돼 있지만 최근 악화한 경기 탓에 노점상을 쫓아내려는 의도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구포민속오일장상우회 최동재 대표는 “몇 년 전 시장 안에서 불이 발생한 적 있지만 당시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20년 이상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소방도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어 쫓아내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갈등을 중재하고 있는 북구청 역시 지금까지 상인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은 없었다며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이들은 내년 1월 소방 전문가와 현장점검을 진행해 소방도로 확보 필요성을 먼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노점상 역시 오랫동안 구포시장에서 장사해 온 이들이라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 “관할 소방서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은 뒤 추후 대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과 노점상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북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정구에 위치한 부산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대 상인 일부는 올해 10월부터 금정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공실이 있는 건물앞에서 액새서리 등의 판매행위가 이뤄지자 인근 상인들이 이를 노점상으로 오해하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이 불거지자 2019년부터 부산대 상인회가 주관해 운영하던 플리마켓도 올 7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부산대 상인회 측이 상권활성화를 위해 플리마켓을 추진했지만, 이로 인해 매출이 악화되고 있다는 일부 상인들의 내부 반발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부산대 이광호 상인회장은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볼거리를 늘리는 등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한 플리마켓이었지만 불만 민원으로 인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몇몇 상인분들이 플리마켓 상인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노점 관리를 맡은 일선 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저하가 최근 상인과 노점상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노점 영업을 더는 봐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사하구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요즘 들어 자신의 가게 앞에 노점상이 있다며 익명으로 단속을 요구하는 민원이 부쩍 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상인들이 노점상 단속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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