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44. 오브제의 현실성을 탈색시키는 색채 전략, 조은필 ‘Blue M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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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필(1978~)은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이다. 2005년 런던대 슬래이트 스쿨에서 유학한 이후 작가는 주로 ‘울트라 마린 블루’라는 색을 모티브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오브제에 짙푸른 코발트 블루를 입혀 공간에 설치함으로써 현실 속에 부재하는 생경한 공간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그의 작품은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색이 주는 강력한 효과 때문이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은필의 ‘Blue Moss’. 이끼 형상에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블루라는 색을 입힌 작품이다.

조은필의 블루는 이브 클랭(Yves Klein, 1928~1962)을 연상시킨다. 추상표현주의와 앵포르멜의 엄숙성을 푸른색 단색회화로 비판했던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 35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브 클랭은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IKB)’를 완성시킨 작가다.

마찬가지로 조은필의 주된 관심은 오로지 울트라 마린 블루다. 이브 클랭은 IKB를 통해 예술의 정신성을 바라보게 만들었지만, 조은필은 자신의 내면에 새겨진 다양한 감정들을 구체화하기위한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오브제를 울트라 마린 블루로 치환하는 작가의 작업은 사물의 ‘현실성’을 탈색시키며 몽환적이고 독특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2020), 부산시립미술관 ‘반복과 차이’(2019), 경남도립미술관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상상마당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2020), 사루비아 ‘Half Tone’(2019) 등 개인전을 가졌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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