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 아찔한 역주행에 희생된 착한 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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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부모님을 위해 고향 거제시로 돌아와 일을 돕던 20대 여성이 만취한 30대 남성이 몰던 역주행 차량에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시내버스 기사로, 터널 안에서 무려 시속 166km로 질주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반복되는 음주 운전 참변에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부모 가게 돕고 엄마와 퇴근 중
166km 과속 차량과 정면충돌
거제서 20대 여성운전자 참변
버스기사인 가해자 엄벌 청원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시 40분께 상문동과 아주동을 잇는 양정터널에서 3중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터널은 2개로 나눠진 통로에 편도 2차로 상행선(상문동 쪽)과 하행선(아주동 쪽)이 분리된 구조다. 그런데 아주동 신협 삼거리에서 상행선행 좌회선 신호를 받은 K7이 차로를 벗어나 하행선으로 이어진 하행선 터널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1.6km가량을 역주행하다 정주행하던 엑센트와 제네시스를 연거푸 들이받았다.

하늘로 솟구친 엑센트는 바닥에 떨어진 후 1차로 가장자리로 튕겨 나갔다. K7은 한 바퀴 회전한 뒤 뒤따르던 제네시스와 2차 충돌 후 멈췄다. 사고 충격에 엑센트 운전자 A(26)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두 피해 차량 운전자는 모녀 사이였다. 다행히 40대 모친은 경상에 그쳤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 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메이크업 분야에 종사하다 코로나19로 부모님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고향으로 내려왔다.

사고 당일도 가게 일을 돕다가 자정을 훌쩍 넘겨 집으로 향했다. 부친을 먼저 보낸 뒤 점포 정리를 끝낸 모녀는 각자 차를 타고 가게를 나섰다. 당시 모녀 차량은 2차로를 따라 나란히 달렸는데, 앞섰던 딸 차량이 가해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모친은 “내가 먼저 갔으면 우리 딸은 살았을 거 아니냐, 내가 먼저 갔어야 했다. 너무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유족들은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A 씨에 대해 “무뚝뚝했지만 자라면서 말썽 한 번 피운 적 없는 착한 외동딸 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30대 남성인 가해 차량 운전자는 거제지역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관광버스를 몰았다. 사고 당일은 비번이었다. 이날 사고로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수습하던 경찰이 남성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면허 취소(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차량 기록 장치 분석에선 사고 직전 차량 속도가 시속 166km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터널 규정 속도는 시속 70km다. 경찰은 병원 치료가 끝나면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꽃다운 20대 여성의 허망한 죽음에 누리꾼들은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온라인 국민청원도 시작됐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거제 음주 역주행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의 사촌 오빠라고 밝힌 청원자는 “심한 장난을 치고 놀려도 화 한 번 안 낸 착한 동생이었다”며 용서 없는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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