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서 쏟아낸 ‘묻고 더블로 공약’… 씨줄·날줄 엮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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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표심잡기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4~15일 부산·울산·경남(PK) 방문에서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부산만 해도 가덕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북항재개발 조속 완성,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55보급창·8부두 이전 등 여권이 지난 총선·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대거 반영했다.

여기에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부울경 GTX 건설 등 ‘깜짝 카드’와, 경제성 부족으로 좌초 위기인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예타 면제 추진 등 진일보한 내용까지 담았다. 이번 대선의 전략지역인 PK를 잡기 위해 소위 ‘묻고 더블로 공약’을 외친 셈인다. PK로서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마냥 반기기에는 ‘너무 지른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윤 후보의 말처럼 ‘화끈하게’ 실행하기에 예상되는 난관이 적지 않아서다.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경부선 지하화 예타 면제

14·15일 방문 공약 보따리 풀어
고무적… “너무 나갔다” 우려도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에 대해선
특별법 해석 놓고 민주와 공방
산은 이전 공약 파급효과 기대 속
산업은행 실제 실행 의지에 달려


■가시화된 신공항 예타 면제

윤 후보는 이번 부산 방문에서 가덕신공항 예타를 면제하겠다고 분명하게 공약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처음 나오는 얘기다. 사실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 등 가덕신공항 사업은 지금까지 현 여권이 주도적으로 처리해 왔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부산을 제외하고는 마뜩잖은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예타 면제의 경우, 2030월드엑스포 이전 개항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제이지만 야권 내, 특히 대구·경북(TK)에서는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6일 윤 후보의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 공약에 대해 SNS에 “가덕신공항은 이미 예타가 면제됐다”고 했고, 같은 당 송영길 대표도 “예타 면제의 근거조항을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이미 지난해에 국회를 통과했는데 말입니다. ㅠㅠ”라고 비꼬았다. 윤 후보의 예타 면제 공약이 ‘뒷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덕신공항 특별법 7조에 있는 예타 면제는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조건부’로 규정돼 있다.

이런 신경전과는 무관하게 윤 후보의 이번 공약으로 가덕신공항 예타 면제는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사안이 됐다.



■산은 이전 실행 의지가 관건

산은 이전 공약은 윤 후보가 부산 방문 직전까지 꽁꽁 감춘 ‘비장의 카드’였다. 실제 부산시당이 제공한 윤 후보의 12개 부산 공약에 산은 이전은 없었다. 윤 후보 측 박성훈 정책위원은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윤 후보와 상당한 논의 끝에 채택된 공약”이라며 “보안과 공약 효과 극대화를 위해 윤 후보가 부산에서 직접 언급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산은 이전은 부산이 오랫동안 강력히 요구한 사안이다. 현 정부에서 무산된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해 부산의 1순위 이전 희망 기관도 산은이었다. 직원만 3300명에 5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표적 국책은행인 산은이 올 경우,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윤 후보는 산은 이전 방안으로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산은 단독 이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공공기관 수백 개가 한꺼번에 옮기는 2차 이전보다는 결정 과정의 복잡함을 덜고, 시간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반면 타 지역에 이전의 명분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산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그동안 혁신도시 건설 등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선대위는 공공기관의 전면적인 이전 대신 산은을 비롯해 일부 굵직한 기관을 ‘핀셋’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부선 지하화 예타 면제 추진”

윤 후보는 지역 숙원인 경부선 지하화와 관련, “임기 내 예타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권에서도 지난 선거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경부선 지하화 문제를 띄웠지만, 지난해 공개된 관련 용역에서는 경제성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도 관련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면서 동력을 상실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민주당 이 후보가 지난 11일 “수도권과 부산 등 대도시 도심 철도 구간을 지하화해서 지역 상황에 맞게 활용 가치를 높이겠다”며 경부선 지하화를 사실상 공약으로 재차 들고 나왔고, 윤 후보는 가장 큰 걸림돌인 예타 면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한발 더 치고 나갔다. 일단 새 정부에서 경부선 지하화를 재추진할 계기는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예타 면제의 실행에 대해 ‘임기 내 추진’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해 공약 이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철도 지하화는 타 지역에서도 요구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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