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해법 놓고 62분간 설전만 벌인 미·러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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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통화를 나눴지만 또 성과 없이 끝났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2월 16일로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은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을 대상으로 즉시 철수를 권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62분간 통화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지난해 12월 30일 전화 통화 이후 44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담판이며,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 이번 양국 정상 통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컸지만, 이번에도 역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바이든·푸틴 44일 만의 전화담판
모든 주제 다뤘지만 성과 없이 끝나
백악관 “러, 침공 땐 심각한 대가”
러 “미, 히스테리 인위적으로 증폭”
침공일 16일 명시 두고도 신경전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모든 주제를 다뤘지만, 최근 몇 주간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동맹국들과 함께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러시아가 심각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테러 조직과 상대하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와 상대하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향해 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세계 대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는 정상 통화에 대해 대화 내용이 균형 잡히고 효율적이었다면서도 “미국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에 대한 히스테리를 인위적으로 증폭시키고 침공 날짜까지 적시하고 있다”며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이뤄진 우리 군의 이동에 대해 긴장감을 고조시키려는 시도가 몇 달간 지속되고 있는데 지난 며칠간 이 상황이 터무니없는 지경까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침공설을 부인하고 있는 러시아는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킨 데 이어 흑해에서도 해상 훈련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11일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에 있는 3명의 관리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2월 16일이라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잘못된 정보’라며 부인하고 있다. 전쟁 발발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각국은 자국민에 대한 출국 권고를 내리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요청했다. 한국 역시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전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철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침공 임박설을 부인한 러시아도 서방국의 도발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일부 직원의 철수를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정보는 없다”며 “지금 국민의 가장 큰 적은 ‘공포’다. 지금까지의 정보들은 공황만 불러일으킬 뿐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FP에 따르면,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이날 ‘전쟁은 답이 아니다’는 문구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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