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모노레일 사고 원인 규명 ‘차일피일’… 기약 없는 재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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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통영시 욕지면 동항리 관광모노레일 승차장 인근 하부에서 발생한 탈선 사고가 두 달이 넘도록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여파로 경찰 조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고 당시 심하게 찌그러진 모노레일 차량. 부산일보DB

관광객 8명이 크게 다친 경남 통영시 욕지도 모노레일 탈선 사고(부산일보 지난해 11월 29일 자 11면 등 보도)에 대한 원인 규명이 두 달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애초 한 달 남짓으로 예상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이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경찰 조사도 사실상 중단 상태다. 모노레일 재개장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13일 통영경찰서에 따르면, 작년 11월 28일 발생한 욕지도 관광용 모노레일 차량 탈선 사고에 대한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 통보가 해를 넘겨 2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28일 탈선 사고 발생
부상자 8명 중 3명 재활 치료 중
해를 넘긴 국과수 정밀 감식 결과
원인 규명 두 달째 ‘제자리걸음’
경찰 “전문성 필요 신중히 접근”
관광업계 “안전 대책 마련 우선”

경찰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인 데다, 2차 정밀 감식까지 진행돼 시일이 더 걸리는 듯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고 원인 규명 작업도 초동 수사 이후 진척이 없다. 감식 결과에 따라 조사 대상과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사고 직후 시공사와 운영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경찰은 당시 근무자로부터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자동 감속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욕지 모노레일은 각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센서와 GPS(위성항법장치)를 통해 차량 속도와 간격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무인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사고 당일엔 하부역사를 50m가량 앞두고 돌발 상황을 감지해 긴급 제동했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차량이 감속해야 할 내리막 구간에서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곤 마지막 굽은 구간의 시작점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해 튕겨 나갔다. 차량이 탈선한 지점은 20도의 급경사다.

경찰 관계자는 “감속 장치 오작동이 맞다면 왜 그랬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장치 자체의 결함일 수도 있고,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일 수도 있다. 평소 관리가 제대로 안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원인이 나오면 이를 유발한 또 다른 요인은 없는지도 따져야 한다. 설계부터 시공, 사후 관리 부분까지 사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혜 시비가 일었던 발주, 계약 단계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욕지 모노레일은 통영시가 117억 원을 투입해 욕지도 본섬에 설치한 시설이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정부합동감사에서 “통영시가 입찰 참가 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는 거액의 혈세를 투입한 관광시설이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우선 가치인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노선을 수정하거나 하부역사 위치를 옮겨 급경사 구간을 배제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사고 후유증을 떨쳐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있어 선 안 될 사고였다. 이제 누가 목숨 걸고 타겠나. 불안감을 불식할 획기적인 안전 대책이 없다면 운행을 재개해도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모노레일 차량이 5m 높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크게 다쳤던 탑승자 8명 가운데 현재 5명은 완쾌돼 귀가했고, 3명은 재활 치료 중이다.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후유장애 치료를 포함한 전반적인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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