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이슈 떠오른 ‘돈바스 분리병합’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도착한 미군들이 C-17 수송기에서 내리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에 지난 2일 자국 병력 1700명을 보낸 데 이어 3000명을 추가로 파견 중이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분리 문제를 부각하기 시작해, 돈바스 지역 분리병합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돈바스 지역 상황을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러시아 하원은 돈바스에 세워진 공화국의 독립국 승인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8년 동안 교전 우크라 동부 지역
정부군·반군 서로 선제공격 주장
침공 명분 러시아 자작극 의혹도
러시아 병력 철수 놓고 진위공방

러시아는 본격적인 여론전을 시작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친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동부 루간스크주에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날 오전 4시 30분께 박격포와 수류탄 발사기 등으로 4차례에 걸쳐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매체는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루간스크주) 지역을 감시하는 공동통제조정위원회에 파견된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측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그러나 정부군이 공격했다는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포격한 것은 오히려 반군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보도가 러시아 매체에서만 나온 만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벌인 ‘자작극’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미 동부 지역에서는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간의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고, 1만 4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집단학살”이라고 몰아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은 2015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노르망디 형식 정상 회담’(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자 회담)을 거쳐 민스크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고화력 무기 철수, 러시아와의 국경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통제 회복, 돈바스 지역의 자치 확대 등을 담고 있으나 그동안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돈바스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수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물론 러시아도 아직 두 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돈바스 분리병합을 향한 야망은 15일 러시아 하원에서도 감지됐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돈바스에 세워진 공화국의 독립국 승인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정전을 규정한 민스크 협정에도 위배될 뿐더러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때와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은 돈바스 지역을 분쟁지역화해 이곳에서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결국 병합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주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에서 훈련을 마친 일부 병력을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나토는 위성 확인 결과 그런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모스크바가 반대로 최대 7000명의 병력을 증원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혀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