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확진자 나왔을 때, 8만 명이나 감염될지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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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코로나 2년 현황과 특징

17일 부산시청 재난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가파르게 치솟은 확진자 추이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오는 21일이 되면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정확히 2년이 된다. 17일 기준 부산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400명을 넘어섰다. 부산은 해양 도시라는 특성상 코로나19 초기 항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된 뒤 최근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부산일보>는각종 통계를 통해 지난 2년간의 부산의 코로나19 현황과 특징을 되짚어 보고, 감염병 전문가의 분석과 조언을 들어보았다.

발생 초기 항만·선박서 집단감염
10만 명당 2451명… 그나마 선방
치명률은 0.47%로 다소 높은 편
사망자 가장 많은 계절, 단연 겨울

■확진자 65%는 오미크론 이후에

부산에서는 2020년 2월 21일 19세 남성이 처음 확진되고 이어 57세 여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곧이어 동래구 한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최초 확진 발생은 그해 1월 20일 국내 1호 확진자가 나온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고, 대구에서는 신천지발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2년이 다 돼 가는 17일 현재 부산의 누적 확진자는 8만 2117명에 이른다. 부산에서 오미크론이 검출률이 50%를 넘어선 11월 넷째 주부터 이달 17일까지 발생한 확진자는 5만 3174명으로, 해당 기간의 신규 감염이 전체 확진자의 64.8%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 최다 확진자가 쏟아진 지난 16일(6483명)을 비롯해 일일 확진자 규모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올 2월에 몰려 있다.

부산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시기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작됐던 지난해 11월부터다. 이어 12월 23일 부산에서 확진자가 433명으로 당시 정점을 찍은 뒤 완만한 내림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세 번째 파고는 4차 대유행 중이었던 지난해 8월 13일 하루 확진자 수 184명을 기록했을 때였다. 당시 서구 소재 PC방과 부산진구의 대형마트에서 신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부산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7일 기준 408명이다. 하루 최다 사망자 수는 7명으로 지난해 12월 28일과 올해 1월 4, 5, 12, 14일, 이달 15일 등 모두 6일이다. 부산에서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시기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로 오미크론 감염이 본격화되기 직전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는 폭증했지만, 사망자 수는 이에 곧바로 연동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확진자 증가와 함께 사망자가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밖에도 지난 2년 동안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겨울에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사망자 수 4명 이상인 날이 가장 많은 계절은 겨울로 모두 34일이었다. 반면 여름은 이틀에 불과했다.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정동식 교수는 “심장질환 등 만성병을 앓는 환자는 대개 겨울에 병세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감염됐다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서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특성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 중심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 정점에 도달 못 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부산에서는 항만과 선박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게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성이다. 2020년 6월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원양어선에서 선원들의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선원들은 선내에서 격리돼야만 했다. 밀폐된 환경에서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선박이라는 환경의 특성 때문에 무더기로 확진 판정이 늘어났다. 올 1월에는 부산공동어시장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위판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오미크론이 득세하면서 확진자 폭증에 이어 위중증, 사망자도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상황이다. 하지만 부산의 코로나19 발생률은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의 다른 시·도보다는 낮은 편이다. 인구 10만 명당 부산의 코로나19 발생률은 2451명으로 대구(2979명), 광주(2639명), 대전(2659명)보다 낮았다. 부산이 비수도권의 다른 대도시보다 발생률이 낮다는 점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방역 당국의 평가다. 다만 부산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47%로 전국 평균 0.44%보다는 조금 높았다.

문제는 확진자가 매일 배 이상 늘고 있음에도 아직 정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폭증세가 현재보다 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뒤에야 전염병이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확진자를 줄이겠다는 노력이 큰 의미가 없고, 고위험군의 특별 관리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위중증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령층 고위험군에 방역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 교수는 “확진자 수가 무섭게 늘고 있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되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의심증상이 있다면 적극 검사하고 조기 진단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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