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소줏값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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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한 번씩 이용하는 동네 중국집이 있다. 오랜만에 들렀더니 짜장면 위 달걀프라이가 사라졌다. 주방장이 바뀌었나 싶어서 직원한테 물었다. 직원은 가타부타 없이 “죄송합니다. 달걀 대신 메추리알로 바뀌었습니다”라고 했다. 달걀프라이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있다가 없으니 서운했다. 다른 중국집과 달리 그 가게는 간짜장뿐 아니라 일반 짜장면에도 인심 좋게 올려 주던 달걀프라이였는데 말이다.

중국집을 나와 붕어빵 가게에 들렀다. 겨울철 대표적인 서민 간식이다 보니 대기 줄도 있다. 꿈도 야무지게 1000원에 3개를 상상하고, 팥 붕어를 2개로 할까, 크림 붕어를 2개로 할까 고민하며 기다렸다. 드디어 나의 차례. 그런데 붕어빵 가격도 1000원에 2개로 바뀌었단다. 팥 하나 크림 하나씩 두 개의 붕어빵을 받아 들고 돌아서는데 그저 웃음이 나왔다.

이번엔 편의점으로 가서 수제 캔맥주를 골랐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집콕’ ‘홈술’하는 즐거움을 더해 준 맥주다. 지난 2년간 ‘4캔 1만 원’이라고 쓰인 진열장 앞에서 ‘오늘은 어떤 걸 마실까’ 생각하며 맥주 고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균열이 생겼다. ‘4캔 1만 원’ 하던 맥주가 ‘4캔 1만 1000원’으로 가지치기를 했다. 두 가격대 사이에서 고를 수 있는 맥주 종류가 달라졌다. 은근슬쩍 가격을 올린 셈이다.

집에 도착하니 온라인에서 주문한 스킨 화장품이 와 있다. 새 제품을 꺼내서 보는데 뭔가 좀 이상했다. 가격도, 용기 디자인도, 색깔도 모두 그대로인데 뭐가 문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기존 사용하던 화장품을 가져와 두 개를 비교하는 순간, 차이점을 발견했다. 미세하게나마 용기가 작아졌다. 주문 사이트를 확인했더니 이전보다 20mL나 줄었다. 어디에도 용량을 줄인다는 말은 없었는데, 꼼수 인상이다.

소줏값도 인상될 조짐이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류 일부 제품의 출고가격을 7.9% 인상한다.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움직였으니, 경쟁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불 보듯 뻔하다. 소주 가격 인상은 일반 식당가의 판매가와 직결된다. 출고가를 몇십 원만 올려도 음식점에선 1000원 단위로 가격이 뛴다. 소주 한 병 가격이 5000~6000원 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정말이지 안 오른 게 없다. 서민들 삶은 이래저래 힘들게 됐다. 이럴 때 정치라도 위안이 되면 좋으련만…. 그나저나 정부는 정녕 속수무책이란 말인가.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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