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언론사 조직 문화 혁신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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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인 한 제자가 5년 동안의 언론사 기자 생활을 접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기자가 저널리즘 현장을 떠나는 현상이 언론계가 겪고 있는 위기의 증거로 거론되어 온 터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일은 나에게 다시 한번 언론계의 젊은 기자 유출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왜 소위 ‘언론고시’로 불리는 매우 어려운 공채 시험에 합격한 기자들이 이직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가?

이들의 자발적 퇴사는 소속 신문사의 역량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언론계와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간부급 기자들의 이직이 없진 않았으나, 최근 젊은 기자들의 퇴사 현상은 언론사의 구조적인 문제와 세대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언론계, 젊은 기자들 자발적 퇴사 늘어
‘워라밸’ 가치와 권위적 조직 문화 충돌
신문사 취재 역량·저널리즘 약화 우려
구태의연한 관행 탈피로 위기 대응해야

가성비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MZ세대 기자에게 업무량의 증가와 임금 수준의 정체는 불만족의 원인이 된다. 또한 자기 취향과 자기만족, 신념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게 직장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선배 세대의 말은 거리감만 키울 뿐이다. 기성세대가 직업을 하나의 자아실현 과정으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MZ세대에게 있어 회사는 자아실현의 장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으면 떠나는 게 이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 내부의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 역시 이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건이다. 편집국은 기사 아이템 선택에서 취재와 편집에 이르는 뉴스 생산의 전반적인 과정이 수직적인 명령 구조여서 기자 개인의 자율성보다는 위계에 의한 조직적 결정이 더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권위적인 조직 문화는 젊은 기자들의 정서적 고갈과 냉소주의에 영향을 주고, 자율성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기자들의 직업 효능감을 감소시켜 이직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편집국 안에서 젊은 기자들은 경쟁과 자극, 긴장을 유지하게 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조직의 영속성과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언론사 내에서 젊은 기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계의 조직 문화와 처한 현실을 보면 젊은 기자의 유출을 막는 일이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이들의 자발적 이탈의 배경을 언론계와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21 신문산업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종합일간지의 2020년도 총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4.9% 감소하였으며, 9개 지역 일간지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9.09% 감소하여 3년 연속 매출액 감소 경향을 보였다. 2020년 기준 종이신문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1.9% 감소하였고,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신문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악화함으로써 기자들이 체감하는 미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순환보직 제도, 공채 시스템, 기수 및 연공서열 중심의 문화, 일일 단위의 사건 중심 보도 관행, 출입처 위주 취재 관행 등의 조직 관행은 전문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와 기자 자신의 미래 비전 부재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의 사회적 평판과 영향력의 하락도 젊은 기자들 이탈 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국에 포함된 2016년 이후 뉴스 신뢰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자 유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언론사 조직 문화의 혁신과 구성원의 윤리의식 재무장이 필요하다. 전문직으로서 기자직의 가치들이 직업적 삶을 통해 보호되고 실현되는 방향으로 언론사의 조직 문화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위계에 기댄 무리한 취재·보도 지시, 비윤리적 행태,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주의와 과장·왜곡 보도 등 낡은 조직 문화와 작업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둘째, 과거의 뉴스 생산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기획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회사 차원에서 젊은 기자들을 위한 경력 개발 및 인사관리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인재의 선발과 배치, 재교육, 경력 관리 등 인재 관리를 위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개별 기자의 역량과 관심 분야를 발굴·관리하여 개인별 관심사와 특기를 전문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비전, 이것이 MZ세대 기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언론계 전체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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