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자원’ 조규성·이강인 날아올랐다
한국, 가나전 2-3 패배에도
특급 활약으로 분위기 반전
조, 2골 뽑아내며 동점 추격
한국 최초 월드컵 멀티 골 기록
이, 후반 교체 투입 1분 만에
첫 골 도움 등 공격 활기 더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백업 자원’이던 조규성(24·전북 현대)과 이강인(21·RCD마요르카)이 날아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에 2-3으로 패했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을 0-0으로 비겼던 한국은 1무 1패(승점 1)에 머물며 조 3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한국은 전반 초반 거세게 가나를 몰아붙였으나 선제 득점에 실패하며 오히려 2골을 먼저 내줬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반격의 서막을 올린 게 대표팀의 ‘젊은 피’ 조규성과 이강인이었다.
조규성은 후반 13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해 추격 골을 터트렸다. 이어 3분 뒤엔 김진수(전북)가 왼쪽 골라인 부근에서 올린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껑충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 넣으며 기어코 2-2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비록 후반 23분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 암스테르담)에 결승 골을 얻어맞으며 2-3으로 졌지만, 조규성의 두 골은 경기 판도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조규성은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데뷔 골과 멀티 골을 동시에 뽑아냈다.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 골을 기록한 건 한국 선수 중에서 조규성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전에서 벤투호에 처음 발탁된 조규성은 황의조(올림피아코스FC)와 함께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맡아 왔다. 주로 황의조가 주전으로 나섰고, 조규성은 교체 멤버로 활약했다.
이번 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도 후반 30분 황의조를 대신해 교체 투입돼 뛰었다. 하지만 황의조가 최근 부진을 거듭하자 가나전에선 선발로 기용됐고, 눈부신 활약으로 벤투 감독의 선택에 화답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17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오른 조규성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물오른 득점력을 뽐내며 해외 축구계에서의 주목까지 받게 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조규성에 평점 8점을 부여하며 “한국의 진짜 스타다. 피지컬을 갖춘 공격수로 클래식한 헤더 두 골을 넣었다”고 칭찬했다. 우루과이전 직전 3만 명 수준이던 조규성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실력을 뽐낸 가나전 이후 120만 명으로 폭증했다.
경기 후 조규성은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의 득점을 상상이나 했지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골을 넣었지만 (이기지 못해)아쉽다”고 말했다.
조규성과 함께 이강인의 활약도 빛났다. 이강인은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지 1분 만에 조규성의 첫 골을 도왔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앗은 뒤 한 박자 빠른 크로스를 조규성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해 도움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침투 패스와 날카로운 크로스로 벤투호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28분엔 절묘한 왼발 프리킥을 날렸으나, 가나 골키퍼의 몸을 날린 선방에 막히는 아쉬움도 맛봤다.
이강인은 201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인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에겐 철저히 외면받았다. 한동안 A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하다 올해 9월 평가전에서야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으나, 정작 벤치만 지키다 소속 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강인은 이번 월드컵 최종 명단에 극적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첫 월드컵 무대에 서게 됐고, 두 경기 연속 ‘조커’로 출전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