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감청 의혹 ‘일파만파’… 야 “사과 받아야” 압박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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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사실관계 파악 우선”
필요 땐 합당 요구하겠다 입장도
야 “대통령실 졸속 이전 탓” 공세
재발 방지 촉구·상임위 소집 예고

김병주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주 국방위 간사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정보위, 외통위원들과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 감청 의혹을 둘러싼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고심하는 가운데 야권은 “미국의 사과를 받고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미국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 미국 국방부도 법무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사실관계 파악이 가장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미국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이런 과정은 한·미 동맹 간에 형성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실 확인’이라는 신중한 입장에 무게를 둬 오다 ‘미국 측에 합당한 요구’를 처음 언급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특정 세력의 의도적 개입’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이 관계자는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이라며 “미국에서는 유출 자료 일부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세력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을 과장하거나 혹은 왜곡해서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많은 국민의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내부 보안 점검을 포함한 자체 대응에도 나섰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경호처 차원의 보안 점검 또는 강화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부터 5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하는데, 이번 감청 의혹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야당은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대통령실을 향해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국회에서 외교통일·국방·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맹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상호 존중”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감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실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이번 사태가 대통령실 ‘졸속 이전’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을 졸속으로 이전하면서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 각종 장비에 감청 장치가 묻어 들어갔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기지가 있다는 것이다”라며 “과거에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일부 국가는 국빈 방문을 취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 측 공세에 “오히려 대통령 비서실, 지금 옮긴 데(용산)가 훨씬 감청이 어렵다고 알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되기 전까지 말을 함부로 하기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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