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책 숙식비까지 드립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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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퍼’ 모집책 접촉해 보니

SNS 문의하자 1분도 안 돼 답장
주 5일 근무에 하루 20여 건 제안
투약자 아니라 가담자 되는 구조
육상뿐 아니라 해상 거래도 활개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김해·울산은 식비, 숙소비까지 드립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지난 14일 한 SNS의 부산 ‘드라퍼(dropper·마약 운반책)’ 모집자와 접촉하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답이 왔다. 모집자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보증금 100만 원을 넣으면 오늘이라도 ‘물건’을 받아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주 5일에 하루 20~30건. 식비, 모텔비, 이동비까지 챙겨 주고 직원이 직접 ‘좌표(마약 운반 장소)’를 찍어 준다며 유혹했다.

10~20대를 겨냥한 ‘마약 유통’은 갈수록 대범해진다. 텔레그램, 다크웹 등 상대적으로 추적하기 어려운 온라인 경로를 통해 대놓고 ‘운반책’까지 모집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를 덮친 ‘마약 음료’ 사태처럼 젊은 층이 마약 피해·투약자가 아니라 범죄에 광범위하게 가담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지난해에는 고교 3학년인 18세 학생이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하고 필로폰(히로뽕), 엑스터시(MDMA) 등의 마약을 밀수·유통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실제 유명 SNS 트위터에는 ‘전남드랍퍼구인 액상대마’ ‘성남작대기 충남프로포폴 드라퍼’ 등의 글이 지역별로 경쟁하듯 수십 개 검색된다.


텔레그램의 한 마약 판매자가 <부산일보> 취재진에게 보낸 마약 관련 기사 인터넷 접속 주소(왼쪽)와 마약 인증 사진. 텔레그램의 한 마약 판매자가 <부산일보> 취재진에게 보낸 마약 관련 기사 인터넷 접속 주소(왼쪽)와 마약 인증 사진.

젊은 층을 상대로 하는 마약 판매도 활개를 친다. SNS에 마약과 관련된 은어를 검색하면 별다른 제재 없이 각 지역 마약 판매자와 접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약 사범들은 수사망을 최대한 피하려고 SNS를 주 무대로 악용한다. 국제 마약상이 만든 다크웹에서 가상화폐로 마약을 구매하고 이를 특송화물 등으로 받는다. 이후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 메신저를 통해 운반책, 구매자를 구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누구와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통신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온라인상의 불특정 다수가 마약 유통의 타깃이 되는 바람에 젊은 층의 마약 거래는 지역에 관계 없이 급증한다.

부산경찰청이 적발한 20대 이하 마약사범은 최근 5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60명에서 지난해 341명으로 늘었다. 2018년 적발 인원은 30대(172명), 40대(340명), 50대(185명)보다 현저히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0대(169명), 40대(162명), 50대(113명) 등 각 세대의 배를 웃돌았다. 대대적인 온라인 단속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젊은 층의 마약 거래가 그만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20대 이하 4497명이 경찰에 적발돼 30대(2817명), 40대(1764명) 등 다른 세대를 크게 앞질렀다.

부산·울산·경남은 특히 ‘해상 마약’과 항만을 통한 대규모 마약 밀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남해해양경찰청의 마약사범 검거 건수는 2018년 90건에서 지난해 962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해경에 따르면 어업, 항해 종사자 중 20대 젊은 층도 마약 사범으로 적잖이 적발된다. 또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항만 화물이 들어오는 부산항에서는 한 번에 수십만g의 마약 밀수가 적발되기도 한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최창욱 본부장은 “젊은 층의 경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결국 지인, 친구을 통해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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