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발로 차고, 내던지고, 질질 끈 것은 ‘짐짝’ 아닌 ‘어린이’였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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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직접 들여다보니

장애인 어린이집 학대 충격
폭행 무색 감정 실린 ‘손발짓’
훈육 명목 물리력 행사 다반사
“재발 방지 매뉴얼 만들어야”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 학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어린이집 CCTV에 교사가 어린이를 발로 차고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익명의 제보자 제공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에서 상습적인 아동 학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어린이집 CCTV에 교사가 어린이를 발로 차고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익명의 제보자 제공

# 장면1. A 양이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자 교사는 주먹을 쥐고 A 양의 머리를 쥐어 박은 뒤 그대로 밀친다. 힘없이 나뒹군 A 양이 울며 한동안 일어나지 않자 교사는 팔을 잡아 끌며 구석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고 A 양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자신의 무릎으로 A 양의 하체를 누른다. 이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은 A 양이 맞고 던져지는 상황을 여과없이 목격한다.

#장면2. 교사가 수건을 들고 이동하자 A 양이 교사의 뒤를 따른다. 교사는 A 양의 얼굴을 손으로 강하게 밀쳤고 A 양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군다. 교사는 그대로 교구함 쪽으로 이동했고, 그 앞에 가만히 서있던 B 군의 얼굴을 수건 든 손으로 친다. B 군은 아픈지 얼굴에 손을 댄 채 크게 운다.

#장면3. 교사가 A 양을 잡아 끌고 교실로 들어온다. A 양이 바닥에 드러눕자 이번에는 발목을 잡은 뒤 구석으로 던져버린다. A 양이 울자 교사는 A 양의 배를 발로 찬다.

#장면4. 교실 문이 열리자 교사가 A 양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린다. 교사는 따라 들어와 불을 켠 뒤 넘어진 A 양의 발을 두 차례 걷어찬다. D 군이 밖으로 나가려 문을 만지자 교사가 제지한다. 급히 달려온 다른 교사는 손으로 D 군의 머리와 엉덩이를 수 차례 때린다. 이후 D 군의 오른팔을 잡아당겨 내던지고 발로 걷어찬다. D 군은 크게 운다.

경남 진주시의 한 장애인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아동 학대(부산일보 5월 17일자 3면 보도)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일부분이다. 이 영상을 지켜본 피해 학부모들은 경악으로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경남경찰청은 지난해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두 달여 동안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이 어린이집 원생 32명 가운데 15명에 대한 학대 정황을 포착했다. 학대를 가장 많이 당한 아이는 240여 차례에 걸친 피해사실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아이들 역시 많게는 수십여 건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80여 일 동안 받은 학대 사례를 모두 합치면 510여 건에 달한다.

〈부산일보〉가 확인한 영상은 사실상 폭행에 가까웠다.

CCTV 영상에는 이밖에도 한 아이가 어린이집 계단을 겁에 질린 듯 내려가려 하자 교사는 발로 밀치며 빨리 내려가라는 동작을 한다. 이 아이가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교사는 자리를 떴고, 그러는 사이 아이는 약 25초 동안 계단 중간에 서서 움직이질 못했다.

CCTV 속 교사들은 아이들을 때리고 밀치고 던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은 이를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정신적 학대까지 당했다. 몇몇 아이들은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아 어린이집 노란 차만 보면 바닥에 드러눕고 소리를 지른다. 해당 어린이집 근처에 가면 구토를 하는 아이도 있다고 부모들은 말한다.

이 같은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지만 일부 교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훈육의 일종이었으며 당시에는 무심결에 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CTV 속 아이들처럼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물리력을 동반하는 것은 훈육이 아닌 학대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진오 창원대 특수교육학과장은 “장애아이들 같은 경우 보통의 사회적 행동이나 규범을 익히지 못해 행동의 목록이 없다”며 “ 이런 것을 교육적 차원에서 접근해 장애아동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양이 부족한 교사가 본인의 행동이 학대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한 자해·공격성을 보이는 극소수의 경우 외 일상에서 외력에 의해 상처가 생겼다면 학대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리 경상국립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밥을 강제로 먹여도 학대고, 밥을 안 먹여도 학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학대에 대한 매뉴얼이 사실상 없다. 이러한 학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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