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 유도책 마련 시급… 부산형 민관 전담기구 설치해야 [부산 고립청년 리포트]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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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고립 막으려면

20대 고립 비율 팬데믹 후 3배 ↑
합의된 조사·분석 기준 없어 혼란
일본 범정부 차원 대응 전략 갖춰
특수 사례 국내 동일 적용엔 한계
부산, 기본계획 수립 단계 머물러
당사자 상시 접근 가능 창구 필요

‘꼭 필요한 지원’에 대한 부산 은둔형 외톨이 응답을 분석한 결과. 부산복지개발원 제공 ‘꼭 필요한 지원’에 대한 부산 은둔형 외톨이 응답을 분석한 결과. 부산복지개발원 제공

한국에 앞서 고립청년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범정부적인 대처 전략과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2006년부터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과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니트(NEET) 청년과 히키코모리 등 고립청년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은 개별 청년 상담, 직장 등 사회생활 능력·지식 기르기, 보호자 대상 세미나 등을 맡는다.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는 고립·은둔청년 상담, 생활, 의료, 복지, 교육, 취업·진로 지원 등을 진행한다.

이런 일본의 노력이 한국에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은 고립청년 문제 해결을 국가 과제로 설정하고 보장·보호체계를 갖추려 노력해 왔지만, 한국은 일본과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문제를 보여주는 ‘8050 문제’나 ‘어린이방 아저씨’, 극단적 범죄 등이 벌어져 시스템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회구조적 현실을 고려한 ‘한국형 맞춤 대책’을 처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년들 힘든데… 부산은 ‘늑장 대응’

〈부산일보〉가 입수한 동남지방통계청 사회조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10~20대 ‘사회적 고립자’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후인 2019년과 2021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업무나 학업을 제외하고 사람과 교류하지 않는다’고 답한 20대가 2019년에는 3.7%였지만 2021년에는 11.5%로 증가했다.

이처럼 고립청년 증가세가 곳곳에서 확인되는데도 정부 차원의 인식과 대책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고립청년의 범위, 대상, 연령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명확한 탓에 조사기관마다 고립청년 조사 방법과 통계 기준이 달라 혼란을 부추긴다.

지자체별 지원책도 천차만별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광주 등 일부 지자체와 민간 단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립청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9년 고립청년 밀착 지원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사회적 자립 지원사업, 고립·은둔청년 종합서비스 등을 추진해 왔다. 올 초에는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은둔·고립청년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광주시는 2019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2020년 실태조사를 하고, 2021년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작년에는 은둔형 외톨이 전담 기구인 ‘광주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를 열고 상담·교육·활동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정책적 관심은 빠른 편이었다. 은둔형 외톨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9월에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는 늑장을 부린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여전히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멈춰 있다. 하반기께 확정되는 기본계획을 두고 시청 담당국 간 업무 분장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아 알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의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부산의 은둔형 외톨이 가운데 청년이 81%를 차지했다. ‘복지’와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혼재돼 있어 시 사회복지국과 청년산학국 간 업무 분장 문제로 갈등이 불거져 속도를 못 내고 있다”며 “시가 부서 이기주의에 빠진 사이 청년들은 방치되고 있다. 담당 부서들이 어떻게든 유기적으로 결합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형 전담기관으로 첫발 딛자

전문가들은 기존 체계로 대응하기 힘든 ‘고립’이라는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경기도의 고립청년을 돕는 ‘사단법인 씨즈’의 오쿠사 미노루 고립청년지원팀장은 “고립·은둔을 반복하며 만성화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이 쌓아온 시간과 변화의 과정 전체를 이해하면서 회복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책을 복합적으로 연결하고, 장기적·지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립청년이 되기 직전 경계에 있는 청년을 위해선 조건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어떤 상태에 놓여 있든 받아주는 사람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립청년 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지경이 되기 전에 이를 전담할 ‘부산형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라대학교 손지현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청년 문제에서는 조기 발견과 개입이 아주 중요하다. 다만 이미 고립상태에 빠졌다면 당사자가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질 때에만 효과적인 개입이 가능하다. 당사자가 고립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창구가 있어야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심각한 문제로 드러난 상황이므로 고립청년의 다양한 사례를 직접 보살피고, 전문적으로 지속해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 배치 시스템을 갖춘 부산형 민관 전담기구 설치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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