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만 수백 명… 부산 장애인 시설 꽉 찼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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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4409명 불과… 대구와 비슷
4만 가까운 장애인들 갈 곳 없어
중증 주간보호시설 긴 대기 행렬
종사자도 업무 과중에 경증 선호
보호자에만 부담 안기는 악순환

사진은 동래구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체육 수업 모습. 부산일보DB 사진은 동래구의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체육 수업 모습. 부산일보DB

시설 부족으로 갈 곳이 없는 부산의 장애인이 3만 명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의 성인 장애인 다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입소할 수 있는 시설도 찾지 못해 방치됐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은 집에서만 지내며 사회로부터 잊힌 존재가 된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부산대 특수교육과 연구팀이 26일 '지난 6월 기준 부산의 장애인 등록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부산에서 만 19~60세 장애인 5만 4968명 중 비경제활동 장애인은 4만 456명이었다. 부산의 장애인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정원 4409명을 제외하면 3만 6047명은 주거지 내 활동만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산의 만 19~60세 장애인의 66%에 달한다.

부족한 장애인 시설이 장애인의 고립을 가중시킨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부산 장애인 시설의 이용 정원 4409명은 인구가 부산보다 100만 명 이상 적은 대구의 404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구 인구는 부산의 70%이지만 시설 정원은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부산의 정원은 1364명으로 오히려 대구의 1637명보다 적다.



시설 포화로 대기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증장애인 입소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중증장애인은 일상·사회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장애가 심한 사람을 뜻한다. 부산에 사는 만 19~60세 중증 장애인은 2만 8879명이다. 이들에겐 보호자 부재 등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정과 같은 주거 서비스가 필요하다. 주간보호시설 등 장애인 시설 이용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들을 수용하기에 부산의 장애인시설은 부족한 실정이어서 주간보호시설 대기자만 225명에 달한다.

결국 돌봄 부담은 보호자가 짊어져야 하는 처지다. 가정 돌봄 부담 증가는 가족의 사회생활을 제한하거나 경제력 악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생업을 접고 하루 종일 성인 자녀를 돌보는 일이 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체장애인 부모가 아이를 업고 화장실을 드나들고, 시각장애인 부모가 생활에 필요한 글을 읽어주는 등 생활 전반을 함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중증장애인 보호자는 “휠체어를 타거나 신변 처리가 안 되는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소규모 시설은 부산에 몇 군데 없다. 그 시설마저 전부 이용자가 가득 차서 언제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부모가 늙어서까지 중증 장애인을 돌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시설 종사자 역시 포화된 장애인 시설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한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는 “명절이 되면 거주 장애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시댁에 데리고 간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친척이 장애인을 돌본다. 친정에 갈 때도 거주 장애인을 데리고 가 명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부산대 박재국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인 시설을 확충해 종사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보호자가 나이 들거나 사망할 경우 형제에게 돌봄 역할이 승계되거나 방치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부산시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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