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더위 녹아버린 아스팔트 위 이동노동자… 휴식권마저 녹아버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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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배달라이더 동행 르포

2시간 배달 중 휴식 고작 10분
부산 이동노동자 쉼터 7곳 불과
이용 가능 쉼터 선제 지정 절실

부산 부산진구 일원에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본부 이상진 부산지회장이 배달 중 잠시 도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일원에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본부 이상진 부산지회장이 배달 중 잠시 도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온도계 수은주가 31도까지 치솟은 지난 15일 오후 2시. 배달라이더 이상진(57) 씨의 오토바이는 부산진구 초읍동과 연지동 일대의 녹아내리는 듯한 아스팔트 위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바람을 맞아 시원할 것 같지만 실제 도로는 달랐다. 에어컨이 나오는 차량과 달리 라이더의 몸을 뜨거운 열기로부터 가려줄 것은 헬멧과 얇은 옷뿐이었다. 그늘 없는 도로에서는 직사광선이 비수처럼 이 씨에게 내리꽂혔다. 달궈진 아스팔트의 복사열은 그대로 그의 몸 안으로 침투했고, 헬멧 안에 갇힌 열기는 달리는 동안에도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이 씨는 “점심이나 저녁 시간은 주문이 몰리고 그 이후에도 쉬려 하면 주문이 잡히니 계속 탈 수밖에 없다”며 “다른 라이더들도 건물 뒤편이나 그늘을 찾아 오토바이에 기대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폭염 속 배달라이더들은 뜨거운 도로 위에서 장시간 일하면서도 주문과 배달 동선 탓에 제대로 쉴 틈조차 얻기 어렵다. 실제로 이날 이 씨가 2시간 동안 달리며 그늘 아래에서 쉰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 이동노동자 쉼터는 7곳이다. 서면 인근과 해운대, 광안리 등 유동 인구 밀집 지역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씨가 업무를 시작한 초읍동에서 가장 가까운 서면 상상마당 인근 쉼터까지는 차량으로 약 15분이 걸렸다. 배달지는 계속 바뀌는데 고정된 쉼터를 목적지 삼아 이동하는 순간, 쉼터 방문 자체가 또 다른 일이 된다.

한 차례 배달을 마치고 헬멧을 벗자 마스크와 헬멧 사이로 흘러내린 땀이 얼굴과 목을 적셨다.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마와 두피에 달라붙었다. 배달 사이 생긴 짧은 공백도 온전한 휴식은 아니었다. 이 씨는 오토바이를 세우자마자 배달앱 여러 개를 켜 놓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주문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이 계속 들어온다고 해서 반드시 수입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 씨는 “하루 10시간 넘게 달려서 40건을 배달해도 각종 비용을 빼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장시간 일하지 않으면 목표한 수입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최소한의 수입을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더위 속에서 달려야 한다.

폭염은 라이더들의 몸과 심리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장시간 헬멧을 쓴 채 습한 날씨 속에서 일하다 보니 두피에는 땀띠가 생겼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 몇 시간 동안 도로를 오가면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땀 냄새도 심해지기 시작한다. 오후 3시께 초읍동 한 아파트 배달을 마친 이 씨는 “음식을 들고 아파트나 건물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다른 주민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땀 냄새가 실내에서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이용 가능한 장소를 쉼터로 선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김희경 정책연구부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동노동자 지원이 가능한 지역부터 빠르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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