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상속 포기가 불가능한 기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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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온실가스 배출, 한도·만기 없는 빚으로 착각
해수 온도·해수면 상승 '상환 청구서' 돌아와
탄소 흡수 바다 역할 회복에 인류 미래 있어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과 유럽도 예외 없이 극심한 더위로 재난 상태에 빠져 있다. 바닷가에 위치해 비교적 시원하다고 알려졌던 부산과 인근 지역에서도 요즘 태어나 처음 겪는 더위 속에 놓여 있다. 이 정도면 이상 기후가 아니라 괴상 기후로 불러야 할 듯하다. 진짜 문제는 이 괴상한 기후 현상이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지구로부터 빌려 쓴 탄소의 상환 청구서와 같은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빌린 탄소를 쓰면서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탄소 빚에는 한도와 만기가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제대로 갚은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기후부채에 한도와 만기가 있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 청구서는 기온이 오르는 육지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도 심각하게 날아들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수년간이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해수 온도를 기록했고 아시아 평균 해수면 높이는 199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해양은 이미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30% 이상과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초과 열의 90% 이상을 흡수해 왔다. 만약 바다가 더 이상 탄소와 열을 흡수하지 못한다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기온이 현재 예측보다 수 ℃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빙하기와 현재의 지구 평균기온 차이가 불과 약 5℃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바다가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기후 보증인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중으로 방출된 열과 탄소의 증가에 따른 해양 변화로 인해 바다도 서서히 한계에 이르고 있다. 해수 온도와 해수면의 상승은 이제 구조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패류와 해조류, 산호 등과 같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는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 어종 이동은 국가 간, 지역 간 어업 질서를 흔들고, 수산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으며 연안 재해는 해안 도시의 안전을 위협한다. 바다는 막대한 열과 탄소를 대기로부터 흡수한 대가로 산성화와 생태계 악화라는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이제 그 청구서를 인류에게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에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않으면 연체 이자가 붙는다. 기후변화도 다르지 않다. 오늘 줄이지 못한 탄소는 내일 더 강한 해양 폭염과 태풍, 갯녹음, 수산 자원 감소라는 더 큰 피해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미뤄온 기후부채의 연체 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바다에서 기후부채를 갚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새로운 빚을 만들지 않고, 훼손된 자연을 복원해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래야 바다는 다시 기후 균형을 지탱하는 완충 장치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바다는 지구 최대의 탄소 흡수원이며 특히 해조류 숲과 잘피, 갯벌, 염습지,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 생태계는 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고 저장할 뿐 아니라 해양 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며 연안 재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갯벌을 보전하고 바다숲을 조성하며 갯녹음을 복원하는 일은 기후부채의 원금을 갚으면서 수산 자원과 해양 환경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의 부채를 줄이는 것이며 해양국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보험이다.

부모가 남긴 빚이 너무 크면 자녀는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기업은 회생절차를 통해 채무를 조정받고, 국가는 채무를 탕감받거나 만기를 연장하기도 한다. 금융에는 감면도, 유예도, 파산도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구로부터 빌린 가장 거대한 빚인 기후부채에는 이러한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후부채는 상속 포기도, 탕감도, 채무 조정도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더 많은 자산을 물려주는 것을 좋은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갚지 못할 빚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갚지 않은 기후부채는 말할 것도 없이 후손들에게 더 큰 상환 부담과 더 무거운 이자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인류의 가장 큰 탄소 보증인이 되어준 바다에 대한 직접적인 회복 조치가 꼭 필요하다. 바다숲 조성, 갯녹음 복원, 갯벌과 연안 습지 보전 등이 해양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다를 다시 지구의 가장 든든한 완충 장치로 되돌리고, 미래 세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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