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투자 부적합' 자초한 증시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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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부 차장

“한국이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가 한국 금융시장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급등락을 반복하자 정부 정책과 시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이다.

칼럼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당국은 이례적으로 공식 반박에 나섰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기업 실적도 양호한 만큼 ‘투자 부적격 국가’로 평가할 근거가 없다고 맞받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불편하고 편파적인 평가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금융시장이 보여준 모습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증시는 코스피 월간 하락률 역대 1위인 -33%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외환위기인 1997년 당시 월간 하락률 -27%마저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자랑했던 한국 증시가 한 달 만에 추락한 것이다.

블룸버그 역시 코스피가 불과 27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며 이를 2015년 중국 증시 폭락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중국 증시 폭락은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책 속에 급등했던 주가가 한순간에 무너진 ‘버블’이다.

가파르게 급등했던 증시가 조정을 받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변동성’이다. 최근 10년간 코스피 시장에서 55차례 발동된 사이드카 가운데 43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서킷브레이커 역시 12차례 가운데 9차례가 올해 집중됐다. 두 장치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시장 안정핀이다. 시장 변동성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확대된 것이다.

증시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만 보면 기업의 가치보다 단기적인 방향을 맞히는 ‘도박장’이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주된 원인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꼽힌다. 블룸버그 역시 이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영향력이 막대한 종목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붙으면서 시장 쏠림을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당국도 뒤늦게 규제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책에 따라 증시가 출렁이고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구조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투자 부적합’이라는 비판에 반박문을 내놓기 보다 시장의 폭락과 폭등이 반복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자가 안심하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후속 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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