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국민보다 당원 뜻이 위에 있는 나라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태우 정치부장

보완수사권 폐지 밀어붙이는 여권
개혁 앞세우지만 ‘눈엣가시’ 제거
부정선거론 확대재생산하는 국힘
민의 내세우지만 당권 유지 수단
당원 주권, 국민보다 앞설 수는 없어
누구 위해 정치하는지 되물어 볼 때

정치가 복잡할수록 질문은 단순해져야 한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재판관 발언을 인용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쿠이 보노(Cui bono)’, 즉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요즘 한국 정치를 보고 있으면 이 질문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국민의 뜻이 우선인가, 당원의 뜻이 우선인가. 지금 여야는 모두가 ‘당원이 주인’이라고 외친다. 당원 참여 확대 자체는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심이 민심을 넘어서는 순간 문제가 된다. 민주당은 강성 당원의 ‘팬덤’을 등에 업고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이 호응하는 부정선거론을 앞세워 당 대표의 ‘정치적 생명줄’로 삼고 있다.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특히 전당대회와 맞물리면서 어느새 ‘절대선’이 됐다. 당대표 후보들이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폐지론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강하게 검찰개혁을 주장하는지가 당원들에게 자신의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을 입증하는 기준이 된 셈이다.

문제는 그 선명성 경쟁이 국민 여론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14~16일 조사에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61%로, ‘폐지해야 한다’는 23%를 크게 앞섰다. 지난 3일 개혁신당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59.6%였고, 시행 이후 범죄 수사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64%였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개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검찰을 개혁하는 것과 검찰의 수사와 견제 기능을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 명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소환한다. 검찰개혁은 노무현의 오랜 유지고, 보완수사권 폐지는 ‘미완의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정작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당론을 거스르고 폐지에 반대표를 던졌다.

여기서 다시 ‘쿠이 보노’를 묻는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누가 가장 이익을 보는가. 민주당은 국민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입증해야 한다. 검찰의 견제 장치를 없애는 것이 왜 국민에게 더 안전한지, ‘장윤기 사건’이나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처럼 경찰 수사가 잘못됐을 때 누가 바로잡을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특히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함으로써 ‘여권의 유력 인사들이 자신들을 겨누던 검찰이라는 눈엣가시를 없애고, 재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국민의 의구심을 민주당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국민의힘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부정선거 의혹은 공정 선거라는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실제 선관위 조사 과정에서 중간 투표율을 임의로 허위 입력한 사실 등 선거관리의 부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 투표율을 임의로 조정한 것과 실제 후보들의 득표 결과까지 조작한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재까지 선관위가 투표율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실·편의적 처리가 있었다는 사실은 드러났지만, 그것이 전체 득표율을 조작했다는 정황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둘을 하나로 묶어 ‘부정선거’로 확대하는 강성 당원들의 주장이 당 지도부와 노선 유지의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쿠이 보노’를 물어야 한다. 부정선거론을 확대재생산할 때 누가 이익을 보는가. 국민인가. 아니면 당권을 유지하려는 장동혁 지도부와 그의 기반이 되는 강성 당원들인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극단적이라고 공격하지만, 이 점에서는 닮았다. 당심이 민심보다 위에 올라선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을 생각해보자. 회사의 미래에 자신의 자산을 투자해 경영 실패의 위험까지 감수하는 ‘회사의 진짜 주인’은 주주다. 하지만 임직원들이 자신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오만과 착각 속에 지금처럼 일반 직장인의 10년치 연봉을 웃도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미래 투자나 주주 환원 등을 등한시한다면 회사가 종국에는 상장사로서 존속 이유를 잃게 될 것이다.

정당도 다르지 않다. 당원은 정당을 움직이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국민은 정당의 존립을 결정한다. 당원은 당 대표를 뽑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뽑는다. 당원은 당론을 만들지만, 국민은 그 결과를 삶으로 감당한다. 당원은 지도부를 지켜줄 수 있지만, 선거에서 국민의 표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당원 민주주의는 필요하지만 당원 주권이 국민 주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가 복잡해질 때마다 다시 ‘쿠이 보노’를 묻게 된다. 그러나 여야가 공당으로서 존속 이유를 가지려면 질문이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이익이 되어야 하는가. 답은 당원도, 정치인도 아니다. 국민이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