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 청년주택 공급 제안' 與황희 "청년세대·국민께 깊은 사과"
"청년주거 엄중함 못 헤아려…현실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것"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버스 하우스(Bus House)' 제안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더불어민주당 3선 황희 의원이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1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황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도와 달리 청년세대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폐·중고 선박 리모델링 주택 사례를 언급한 뒤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 정도만 잡아도 1만 세대면 전체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개조 방식에 따라, 자체 운전을 통해 이동 가능한 이동형 버스 하우스, 외부 차량을 통해 이동이 가능한 트레일러형 버스 하우스를 설계해볼 수도 있다"고 썼다. 이어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 민간 의존도가 매우 높은 관계로 그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청년들이 안정된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계 안팎의 비판이 쇄도하면서 황 의원은 2시간여 만에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황 의원과 이재명 정부에 묻는다. 이것이 정녕 나라의 미래인 청년에 대한 대책인가"라며 "황 의원 본인과 가족들부터 당장 '버스 하우스 1호 입주자'로 들어가는 모범을 보이라"고 꼬집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암스테르담 수상 주택은 간척과 운하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지닌 네덜란드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대안형 주택일 뿐이다. 이런 논리를 편 자체가 정책적 무지와 무책임을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같은 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황 의원의 버스 하우스 등 단기성 주거 공간 관련 페이스북 게시글은 당 입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의원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성·청년 당원교육 '2030 미래의제 연구소' 개회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튿날인 9일에도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황 의원과 이재명 정부를 겨냥해 "'폐버스 청년 주택' 같은 걸 정책이라고 내놓는 정권"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 세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청년 주거 대책이라며 제시한 폐버스 개조 버스 하우스 구상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 난국과 심각한 현실 괴리를 보여주는 기괴한 해프닝"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무려 1만 가구를 폐버스로 공급하겠다며 해외 사례에 비유하는 몰상식함은 현 정권과 여당이 국민의 삶과 청년들의 절박한 심정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적나라하게 증명해 준다"면서 "제대로 된 도심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 역량이 없으니 결국 '버스 하우스'라는 눈속임형 꼼수 대안으로 청년 세대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SNS를 통해 황 의원의 '버스 하우스' 제안을 거론하며 "트레일러 주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차량 거주는 주거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노숙 통계에 잡힌다"면서 "움직이지 않는 농막에도 연결하기 어려운 상하수도를 움직이는 차 1만 대에 어떻게 연결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의 지역구인 양천갑에서는 목동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 궤도에 올라 있다. 지역구엔 고급 주거단지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약속하신 분, 청년에겐 버스"라며 "민주당에 공급 대책이 없다는 정직하고 쓸쓸한 자백"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다양하게 아이디어를 좀 생각해 보자고 하는 차원에서 한 해프닝"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예기치 않게 상처를 입힌 상황이 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송구하고 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63 스카이피크닉'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주택 모습. 연합뉴스
논란이 사흘 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날 황 의원은 "최근 신속한 주거공간 마련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안했던 청년 단기 주거 프로그램"이라면서 "정부 주도 주택공급의 시차를 보완하고, 저소득층 청년들의 극심한 임시주거비 부담을 단기적으로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였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청년들이 현장에서 직면한 주거 문제의 엄중함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주거 당사자인 청년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상처와 실망감을 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들의 현실적인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보다 실질적이고 완성도 높은 주거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