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코인 가격… 침체 늪 빠진 가상자산 시장
거래소 영업이익 80% 안팎 줄어
이용자 급감에 거래대금 반토막
금리 인상·ETF로 자금 유출 탓
전문가 시장 전망은 크게 엇갈려
최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대금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모습. 연합뉴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가운데 국내 양대 거래소의 상반기 실적도 나란히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로의 자금 이동과 거시경제 환경 변화, 입법 지연이 겹치면서 거래대금이 대폭 줄고 활성 이용자 비율도 떨어져 시장 전체의 침체가 길어지는 분위기다.
■우울한 국내 거래소 상반기 실적
17일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11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5491억 원 대비 79.7% 감소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4081억 원, 1084억 원으로 역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49.1%, 74.1%씩 감소했다.
빗썸의 상황은 더 악화됐다. 별도 기준 상반기 매출은 16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3291억 원보다 48.7% 줄었고, 영업이익은 149억 원으로 83.4% 감소했다.
가상자산처분손실이 734억 원까지 불어난 데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에 대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과태료 예상액 369억 원을 소송충당부채로 새로 쌓으면서 상반기 순손익은 1087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애초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빗썸은 상장 일정을 2028년 이후로 미룬 상태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적 악화는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거래대금 자체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1464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96억 9000만 달러보다 49.5% 줄었다. 업비트는 54.0%, 빗썸은 41.7% 각각 감소했다.
국내 거래소는 현물 거래 중개에 사업이 묶여 있는 점도 약점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거래소처럼 고배율 레버리지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붕괴에 빠르게 식은 투자 열기
가상자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은 원인으로는 가격 자체의 침체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 61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이달 6만 3000달러 안팎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약 50% 하락했다.
가격 하락의 배경으로는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유동성 감소,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의 대규모 자금 유출,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도입 지연 등이 제시된다. 과거 가상자산 가격 상승 사이클은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했지만, 이번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긴축 국면에서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기관 자금 이탈도 하락을 키웠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올해 상반기 53억 9000만 달러가 순유출됐다. 2024년 초 상품 출시 이후 첫 반기 순유출이다. 특히 2분기에만 49억 달러가 빠져나가며 국내 거래소 실적이 꺾인 시기와 맞물렸다.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던 미국 입법도 지연되고 있다.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나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배분하는 클래리티법은 상원 본회의 토론종결 표결이 다음 달 15일로 밀렸다.
이용자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활동 이용자 비율은 19.5%로 집계됐다.거래가 가능한 전체 이용자 1115만 5038명 가운데, 한 달 동안 매매·교환·스테이킹(예치) 등을 한 번이라도 진행한 실제 이용자는 216만 9780명에 그쳤다. 10명 중 8명이 거래를 사실상 중단한 셈이다.
■국내선 과세·규제도 변수
가상자산 가격에 대한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코인게코가 지난달 정리한 주요 기관 전망을 보면 올해 비트코인 예상치는 3만 8000달러에서 25만 달러까지 벌어져 있다.
하지만 목표가 조정은 ‘하향’ 한 방향으로만 이뤄졌다. 씨티그룹은 지난 3월 목표가를 14만 3000달러에서 11만 2000달러로 낮춘 데 이어 7월 다시 8만 2000달러로 내렸다. 스탠다드차타드는 1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번스타인은 20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각각 하향했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가 거래 위축을 심화시킬 변수로 거론된다. 정부는 추가 유예 없이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회에서는 시행을 2030년으로 미루는 법안과 과세 자체를 폐지하는 개정안이 함께 발의돼 있다.
오는 20일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시행되면서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업자 신고를 다시 해야 하는 점도 업계에는 부담이다. 재무건전성과 대주주·경영진의 사회적 신용이 심사 대상에 새로 포함됐는데, 특히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당국이 1년가량 준비 기간을 둘 방침이지만, 자금 조달 여력이 있는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