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F1963에 핀 황금 연꽃…장-미셸 오토니엘의 '사랑 안의 미로'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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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대표작 100여 점 부산 첫선
연꽃·유리·우주로 풀어낸 사랑·치유 서사
전시장 입·출구도 뒤바꾼 역발상의 미학

27일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야외 정원 달빛가든에 설치된 '황금 연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미셸 오토니엘. 김은영 기자 key66@ 27일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야외 정원 달빛가든에 설치된 '황금 연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미셸 오토니엘.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작 '황금 연꽃'.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작 '황금 연꽃'.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작 '황금 연꽃'.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작 '황금 연꽃'.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한가운데) 작품과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장대한 우주의 질서를 펼쳐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한가운데) 작품과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장대한 우주의 질서를 펼쳐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수영강변, 옛 제강공장의 흔적을 품은 복합문화공간 F1963의 야외 정원인 달빛가든에 스테인리스 스틸에 금박을 입힌 거대한 연꽃이 피어났다. 물 위에 띄워진 듯 반짝이는 ‘황금 연꽃’은 프랑스의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62)이 28일부터 부산에서 여는 첫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의 서막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대규모 전시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을 F1963의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것으로, 최근 2년간 제작한 대표작 100여 점을 소개한다.

오토니엘은 이번 부산 전시의 결정을 두고 “음악, 퍼포먼스, 서적이 공존하는 F1963의 다층적 문화적 미션에 깊이 공감했다”며 “부산비엔날레 기간에 맞물려 있어 보다 젊은 관객층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연꽃 관련 작업은 2016년 국제갤러리 전시 때 처음 시도했지만, 이번 연꽃은 장소특정적 작업”이라며 “제 전시는 자연으로 둘러싸인, 전시공간의 후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평소와 달리 후면이 입구가 되고, 정면이 출구로 사용된다.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야외 정원의 ‘황금 연꽃’을 지나 석천홀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오토니엘 예술 세계의 핵심 매체인 ‘유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1993년부터 이탈리아 무라노섬의 전통 유리 장인들과 긴밀히 협업해 온 그는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포, 불순물, 미세한 흠집을 가리지 않고 작업 안에 고스란히 품는다.

작가는 이에 대해 “유리의 미세한 흠집은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상처와 흉터를 닮았다”고 설명한다. SNS상에서 그의 미학이 단지 ‘화려한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소비되는 경향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인스타그램 등의 이미지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일종의 초대장입니다. 하지만 제 작업의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이미지를 넘어 관람객이 현장에 직접 찾아와 ‘실제 감정’과 현실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석천홀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유리 벽돌로 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푸른 강'을 비롯해 공중에 매달린 조각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에 들어서면 약 2000개의 푸른 유리벽돌이 거대한 강의 흐름을 형성하는 ‘푸른 강’ 위로 ‘매달린 연인’과 ‘목걸이’ 연작이 정교한 빛의 스펙트럼을 반사한다. 기도할 때 사용하는 ‘묵주 알’(Beads)에서 착안한 구체(球體)들은 반복과 복제를 통해 개인의 영혼과 시간을 형상화하며,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꽃을 주제로 한 석판화 연작, 분수 조각, 그리고 우주의 질서를 다룬 대형 설치로 점차 확장된다. 마이애미에서 어린 시절 1년 정도 머물며 접한 자생식물 시계꽃, 아비뇽을 상징하는 꼭두서니,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벚꽃이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꽃을 주제로 한 석판화 연작.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꽃을 주제로 한 석판화 연작. 문화재단1963 제공

오토니엘은 “꽃은 자연을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라, 익숙한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상징”이라며 “어린 시절부터 꽃에 매혹됐고, 꽃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작은 책이 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판화 작업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의 종이 문화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하며, “회화 속 아주 작은 디테일인 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미시적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물 흐르는 '분수'와 '연분홍빛 강', 그리고 '패션플라워' 작품이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전시 전경. 물 흐르는 '분수'와 '연분홍빛 강', 그리고 '패션플라워' 작품이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에 전시 중인 분수와 연분홍빛 강.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에 전시 중인 분수와 연분홍빛 강.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에 전시 중인 물 흐르는 분수.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에 전시 중인 물 흐르는 분수. 김은영 기자 key66@

이어지는 공간에는 흐르는 물을 담은 분수 조각이 놓여 있다. 끊임없이 들리는 물소리는 조각의 형태를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감각적 경험으로 변화시킨다.

전시의 중반부를 지나면 인간과 자연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오토니엘의 시선이 펼쳐진다. 아비뇽 교황청 대예배당의 천장을 수놓으며 처음 공개되었던 지름 4m 크기의 ‘코스모스’(Cosmos)와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이 웅장한 전모를 드러낸다. 거대한 행성 주위를 도는 별자리들은 미시적 존재인 인간과 거시적 세계인 우주를 연결하며, 사랑과 상처, 그리고 치유라는 개인의 서사가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라 우주의 보편적 질서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한가운데) 작품과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장대한 우주의 질서를 펼쳐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한가운데) 작품과 열두 별자리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황도 십이궁; 연작이 장대한 우주의 질서를 펼쳐 보인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지름 4미터 크기의 '코스모스'. 김은영 기자 key66@

작가가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은 것은 ‘원더 블록’과 ‘프레셔스 스톤월’ 연작이다. 이 작업은 2010년 오토니엘이 인도의 작은 도시 피로자바드를 여행하던 중, 장차 자신의 집을 짓기 위해 흙벽돌을 하나씩 쌓아둔 현지 사람들을 마주한 데서 시작됐다. 작가는 이 경험을 통해 벽돌을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라 삶과 미래를 향한 희망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벽돌은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재료”라며 “벽돌은 건축의 기본이자 미래를 향해 쌓아 올리는 희망의 단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유리 벽돌이 모듈로 기능하는 '원더 블록'. 문화재단1963 제공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 설치 전경 중 유리 벽돌이 모듈로 기능하는 '원더 블록'. 문화재단1963 제공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원더 블록’은 오토니엘이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유리 벽돌 설치 작품이다. 높게 솟은 이 유리 벽돌 조각들은 마치 미로 속의 이정표처럼 자리하며 관람객을 그 안으로 이끈다. 주변 벽면에는 사람의 머리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조각들이 일련의 자화상처럼 설치돼 관람객을 지켜본다.

장-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린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장-미셸 오토니엘이 27일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린 개인전 '사랑 안의 미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작가는 타이틀인 ‘사랑 안의 미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연하며 관람객에게 따뜻한 당부를 건넸다. “저 역시 언제나 사랑의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미로는 과거 신화 속 두려움이나 죽음을 마주하는 장소였듯, 매우 강렬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미로는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닌 마음속의 미로입니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이 이 미로 안을 거니는 동안,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현실을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야외 정원 달빛가든에 설치된 '황금 연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미셸 오토니엘.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복합문화공간 F1963 야외 정원 달빛가든에 설치된 '황금 연꽃'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장-미셸 오토니엘. 김은영 기자 key66@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오토니엘은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2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를 통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 등에서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2022년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정원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서울 리움미술관,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입장료 성인 기준 1만 원.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51-756-1963.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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