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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짐 풀면 주변 편의시설, 산책로부터 파악하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⑨
오후 늦게 현지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시내 숙소로 이동한다. 긴 이동 시간에 지친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은 가볍다. 호텔 도착 시간이 늦은 밤이거나 아예 새벽이라면 호텔에 미리 이메일로 ‘도착이 늦다’고 연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 측이 ‘노쇼’로 간주해 예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호텔에 도착하면
호텔 프런트에서 방 열쇠와 조식 쿠폰을 받으면 객실로 가면 된다. 때로는 쿠폰을 주지 않고 아침에 식당 입구에서 방 번호만 밝혀도 된다. 쿠폰을 주지 않는다면 프런트 직원에게 조식 요령과 조식 식당이 어딘지 물어 보는 게 좋다.
요즘 해외여행을 가서 호텔에 짐을 풀 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빈대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빈대 소동이 많이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면 이전에 기자가 쓴 ‘해외호텔 여행용가방에 빈대 붙여 오지 않으려면’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또 호텔에서는 분실, 도난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사고를 당하면 호텔에 신고하면 되지만 호텔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기사 ‘객실에서 잃어버린 반지, 호텔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를 참조하기 바란다.
호텔 객실에 짐을 풀면 일단 주변부터 간단히 둘러봐야 한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시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곳에서 물이나 과자, 빵, 과일 등 호텔에서 머무는 기간에 맞춰 간식으로 먹을 음식을 미리 사 두는 게 좋다.
대부분 호텔에서는 객실에 1인당 하루 물 1병을 공짜로 제공한다. 냉장고에 든 나머지 음료수, 술, 과자는 모두 유료이기 때문에 이용할 경우 돈을 내야 한다. 밖에서 사 먹을 때와 비교하면 2~3배 가격이어서 꽤 비싸다.
도착한 첫날에 호텔 주변 지리도 익혀두는 게 좋다. 아침에 간단히 산책할 코스는 있는지, 저녁에 식사를 해결할 식당은 있는지, 동네 시장이 있는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첫날 밤은 너무 피곤하거나 너무 설레어서 잠이 안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불을 켜 두고 밤을 새워서는 곤란하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불을 끄고 쉬는 게 좋다. 숙면은 못 하더라도 눈을 감고 몸을 누이는 게 피로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된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면 다음 날은 휴식일로 삼아 쉬어도 되지만 가능하면 움직이는 게 좋다. 피곤하다고 객실에 머물며 눈을 붙이면 밤에 또 불면에 시달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낮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다가 일찍 돌아와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시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할 때 조심 또 조심
여행을 할 때 하루 일정을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인다. 몸이 정말 힘들어 나중에는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소에 꼭 가고 싶을 때에만 일찍부터 서두르고 나머지 날에는 천천히 돌아다니는 게 바람직하다.
이전에도 한 번 설명했지만 기자는 나이 오십을 넘어선 이후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힘든 일정 절대 사절’을 신조로 삼았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오전 10시 무렵 호텔에서 나서는 철칙을 절대 깨뜨리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꼭 ‘귀가’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일 투어를 하고 싶다면 출발 전에 미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혹시 예약하지 않았다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니면 호텔 로비에 비치된 팸플릿이나 명함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인할 때 미리 팸플릿을 챙겨두는 게 좋다.
여행할 때는 늘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좋다. 배낭에 물 한 병과 빵 또는 과자 한 봉지 정도를 넣어 다녀야 혹시 식사를 놓치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물휴지와 종이휴지도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호텔에서 나가기 전에 프런트에 비치된 숙소 주소 명함을 들고 다니거나 숙소 전경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두는 게 좋다. 나중에 혹시 길을 잃어버릴 경우 유용하다.
곳곳을 돌아다니다 소매치기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작은 자물쇠로 배낭 지퍼를 잠그는 게 좋다. 아니면 끈으로 두 겹 세 겹 묶어야 한다.
지갑 날치기를 막으려면 전대를 허리에 착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보기 싫다면 현금과 카드를 분리해서 다른 곳에 넣어야 한다. 현금도 나눠서 넣는 게 좋다. 지갑에 카드와 현금 3분의 1을 넣어 윗도리 안주머니에, 청바지 앞주머니 두 곳에 각각 현금 3분의 1을 나눠 넣는 게 바람직하다. 지갑을 웃옷 바깥주머니나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웃옷 지퍼는 늘 잠가 소매치기가 손을 넣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름에는 반팔티셔츠만 입기 때문에 상의에 카드나 현금을 넣을 수 없다. 이때는 등에 닿는 쪽에 지퍼로 잠그는 주머니가 있는 배낭을 사서 여권과 현금을 넣는 게 좋다. 아니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지갑과 소지품을 배낭에 넣어 자물쇠로 잠가도 된다. 소매치기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기사 ‘소매치기 극성 유럽…넋 놓고 있다간 어~ 내 지갑’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행 도중 잠시 쉬다 이동할 경우가 있다. 이때 항상 명심할 점은 이동하기 전에 늘 물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잠시 앉아 있을 때에는 꼭 꺼내야 할 물건 이외에 짐을 과도하게 풀어서는 안 된다.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해서 짐을 풀면 나중에 다시 챙긴 다음에는 가방 밖에 빼놓은 것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가방을 다시 정리했다고 휙 가버리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동할 때는 움직이기 전에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기타 주의사항
부부나 지인끼리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실수하더라도 절대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수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돌아가면 되고, 안 보면 된다. 특히 부부끼리, 친구끼리 여행할 경우에는 더 그렇다. 짜증을 내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되레 괴롭고 힘들어진다.
여행을 다닐 때 저녁에는 기록을 하자. 글을 잘 쓰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순간순간 느낌 감정을 간단하게 적어 놓으면 된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당시 감정을 되살려 잘 꾸미면 멋진 글이 된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낮에 찍은 사진도 정리하자. 기자는 노트북을 들고 가서 낮에 찍은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해 노트북에 옮겨 둔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미리 공부해야 한다. 공부라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면 인터넷에서 훌륭한 사진을 찾아본 다음 어디서 찍었는지를 확인해 그 장소에 가서 똑같이 찍으면 된다.
저녁에 사진을 찍을 때에는 휴대폰 손전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두워 얼굴이 잘 안 나올 경우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고 다른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배경도 살고 얼굴도 밝게 나온다.
가능하면 식사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해결하지 않는 게 좋다. 값만 비싸고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나라 관광지 식당을 생각하면 사정이 비슷하다. 차라리 햄버거 가게에 가는 게 낫다.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식사 때에는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가자. 관광지와 현지인이 사는 주택가는 사실 그다지 멀지 않다. 아니면 점심은 관광지에서 먹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은 거창하게.’
우리는 한국에서 저녁 때마다 외식하지는 않는다. 현지인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점에 가서 음식을 사서 호텔 객실에서 먹으면 된다. 우리도 매장에 가서 장을 보듯이 현지인도 장을 본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사 오면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 물론 고급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현지인이 먹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라.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 사용법을 익혀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물어볼 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하는 도중 사진을 찍으면 가족에게 보내는 게 좋다. 나중에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가족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을 사거나 밥값을 낼 때는 미리 얼마인지 총액을 계산해보는 게 좋다. 가게나 식당 직원이 바가지를 씌울 경우가 없지 않다. 바가지라는 게 확인되면 곧바로 따지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동전이 생기면 늘 얼마인지 잘 세어야 한다.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동전을 잘 활용해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 동전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2024-05-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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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엔 일찍 가세요”…좋은 좌석 고르고 업그레이드 받을지도 [청바지의 여행도전] ⑧
드디어 유럽 여행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미리 싸둔 짐을 끌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나선다. 이제는 유럽으로 떠나는 항공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갈 차례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의 여행은 마침내 출발이다.
■공항에는 미리 가야
집에서 나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공항에는 일찍 가는 게 좋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일찍’은 국제선의 경우 항공기 출발 시간보다 최소한 3시간 이전을 의미한다.
일찍 가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항공권을 받을 때 좌석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뜻밖의 횡재를 할지도 모른다. 항공사는 승객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에 대비해 좌석을 초과예약(오버부킹)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아무도 안 빠지기도 한다. 이때는 일찍 가면 좌석 업그레이드라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필자도 10년 전 호주 시드니에 취재하러 갈 때 뜻하지 않게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바꿔 편하게 날아간 적이 있다. 일찍 가면 일찌감치 항공권을 받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피로를 풀 수 있고, 일찌감치 탑승장에 들어가 면세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출발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공항에 가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 항공기를 놓칠 수도 있고, 면세점 쇼핑은커녕 식사할 시간도 모자란다. 좌석을 선택하는 게 불가능해서 배정받는 대로 앉아야 하므로 낯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 화장실에 갈 때 매우 불편할 경우가 많다.
공항에 늦게 가는 바람에 항공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월 18일 ‘가성비 항공권, 폭탄 부메랑 맞지 않으려면 [트래블 tip톡] ⑥’이라는 기사에 상세히 설명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인천공항 오전 출발 시
부산, 경남, 대구, 경북에서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면 여러 방법 중에서 골라야 한다. 먼저 유럽행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오후에 출발한다면 오전에 열차를 타고 가면 된다.
오전 출발 항공기라면 전날 저녁에 미리 올라가서 서울이나 인천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당일 오전 일찍 인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내항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운항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항공사 항공기로 환승하는 승객은 내항기를 탈 수 없다.
에어부산, 아시아나가 김해공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지만,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천공항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국제선을 타기는 어렵다. 부산에서 오전 4시 45분에 출발해 서울에 7시 28분에 도착하는 KTX 열차가 있지만 시간이 너무 빡빡해서 항공기를 놓칠지도 모른다.
경비를 절감하려면 부산(해운대, 서면, 동래, 부산역)이나 대구(성서 홈플러스), 경남 창원시(창원역) 및 진주시(개양고속정류장)에서 밤에 출발하는 ‘동부하나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정 무렵에 출발해서 버스에서 자고 인천공항에는 다음날 오전 5시 무렵에 도착한다.
■좋은 좌석 고르기
항공사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할 때에는 발권 직원에게 꼭 원하는 좌석 위치를 밝히고 그 자리를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원하는 좌석을 반드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가면 구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서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 ‘아일 라이크 언 아일 싯(I like an aisle seat)’이나 ‘아일 라이크 어 윈도 싯(I like a window seat)’이라고 말하면 된다. 공항에 가기 전에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좌석을 미리 선택할 수도 있다. 때로는 비용이 들지도 모르니 잘 확인해야 한다.
국제선 장거리 항공기의 경우 좌우 창 쪽에 2~3개씩, 그리고 중간에 3~4개씩 좌석이 설치된다.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좌석을 잘 골라야 한다. 많이 움직이거나 화장실에 자주 간다면 복도 쪽 좌석을, 계속 자고 싶다거나 덜 움직이는 편이라면 창 쪽 좌석을 고르는 게 좋다.
혼자 유럽행 장거리 항공기를 이용한다면 창 쪽이나 중간 어디든 복도에 붙은 좌석에 앉는 게 편리하다. 창 쪽에 앉아 창밖으로 구름, 하늘을 내다보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겨우 1~2분이면 감흥은 사라진다. 창 쪽에 앉으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옆자리 승객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때로는 옆자리 승객 무릎 위로 다리를 들어 올려 힘들고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반면 복도 쪽에 앉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 일어나 돌아다니며 운동하기 편하다. 게다가 복도 쪽 좌석은 창 쪽보다 따뜻하다. 부부끼리 둘이서 여행할 때는 복도 쪽으로 나란히 두 자리를 골라야 한다. 세 명일 경우 창 쪽 세 좌석에 나란히 앉는 게 좋다. 네 명이면 창 쪽 세 좌석과 중간 쪽 좌석 중에서 복도에 붙은 곳까지 나란히 네 좌석을 골라야 한다.
환승 시간이 짧아 남들보다 먼저 내려야 한다면 앞쪽 좌석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화장실 인근 좌석은 피하는 게 낫다. 가끔 냄새도 나고 화장실 이용 승객이 오가거나 주변에 서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하다.
■탑승, 환승 요령
항공권을 발권하고 검색대를 지나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면 승무원 지시에 따라 탑승해야 한다. 승무원은 대개 혼잡을 피하기 위해 노약자, 어린이 동반 승객에 이어 항공기 뒤쪽 좌석 승객부터 먼저 태운다.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 게이트에 늦게 가서 늦게 타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좌석 인근 짐칸에 짐을 넣지 못하고 먼 짐칸에 넣게 될지도 모른다. 나중에 내릴 때 정말 불편하다. 따라서 탑승할 때는 미리 게이트에 가서 기다리다가 순서대로 타는 게 좋다. 항공기 좌석이 초과 예약됐을 경우 때로는 탑승 게이트에서 먼저 오는 승객을 골라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기도 한다.
탑승장에 들어가면, 특히 외국공항에서 환승할 때에는 늘 항공기 출발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 안내판을 주시해야 한다. 이곳에는 항공기에 탑승할 게이트나 출발시간이 표시되는데, 내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항공권에 ‘12번 게이트’라고 적혔고 표를 받을 때 발권 담당 직원이 ‘12번 게이트’라고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항공기를 타는 게이트가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다.
탑승 게이트가 바뀌면 안내방송을 하지만 현지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를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때는 전광 안내판을 봐야 한다. 안내방송에서 내가 가려는 목적지나 항공기 편명을 부르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면 무조건 안내판에 달려가서 확인해야 한다. 안내판 내용은 수시로, 즉각 바꾸기 때문에 게이트 변경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외국 공항에서 환승할 때에는 열차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특히 안내방송과 안내판을 늘 잘 살펴야 한다.
환승할 때에는 안내판을 잘 보면서 가야 한다. 일단 환승을 뜻하는 ‘트랜스퍼(transfer)’를 따라가면 된다. 때로는 ‘트랜짓(transit)’이라는 안내판도 있는데 이 안내판을 따라가도 된다. 대개의 경우 트랜스퍼와 트랜짓은 같은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트랜스퍼는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와 갈아타는 항공기가 다른 경우다. 트랜짓은 이와 달리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외국공항에서 다른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내를 정리하는 동안 모든 승객이 잠시 내렸다가 원래 항공기에 다시 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 하나. 혼자나 부부끼리 자유여행을 할 때는 출발하기 전이나 출발할 때 그리고 이동할 때마다 자녀나 다른 가족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는 게 좋다. 혹시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이 알면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24-04-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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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목록 작성해 이삼일 전 미리 짐 꾸려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⑦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여행 도전’의 모든 준비는 마무리됐다. 이제 짐을 싸고 출발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짐을 쌀 때도 요령이 있다. 잘 꾸려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짐을 잘 싸는 방법을 알아보자.
■미리미리
여행용 가방은 당일 아침이나 전날 저녁보다는 이삼일 전에 꺼내 놓고 미리미리 천천히 꾸리는 게 좋다. 서둘러 싸다 보면 한두 가지씩 빼먹는 게 있기 때문이다. 출발 며칠 전에 가방을 거실에 꺼내 놓으면 빼먹은 게 하나씩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짐을 싸기 전에 뭘 가져갈지 리스트를 작성하면 잊어먹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출국할 때는 가방을 가득 채우면 안 된다. 돌아올 때 선물을 넣을 공간이 없어진다.
여행용 가방에는 ‘내 가방’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려줄 표식을 남겨야 한다. 공항에 가면 비슷한 여행용가방이 많기 때문에 이동 도중에 또는 짐을 찾을 때 헷갈릴 수 있다. 기자는 가방에 ‘남태우’라는 이름의 한글 초성 약자 ‘LEO’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가방을 더럽히기 싫다면 눈에 띄는 이름표를 달아도 된다.
항공기 안이나 이동하는 도중에 필요한 물건은 수하물로 부칠 대형 여행용 캐리어에 넣지 말고 메거나 들고 다닐 배낭에 넣어야 한다. 이때에는 항공사 짐 규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수하물로 발송해야 하는 물품과 기내에 들고 갈 수 있는 물품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면 놔두고 가야 한다. 검색대 직원은 귀국할 때 돌려준다고 하지만 비싼 물품이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으러 가기는 쉽지 않다.
항공권, 호텔 바우처를 포함해 각종 문서는 복사본을 출력해 들고 가야 한다. 여권은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 찍은 사진은 본인 이메일로 발송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외국에서 분실해서 임시여권을 재발급받을 때 도움이 된다. 항공기나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거나 파손됐을 때 대처하는 요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사 ‘가방 구매 영수증 챙기고 짐 쌀 때 사진 꼭 찍어야’를 참조하기 바란다.
■옷과 양말
보름 정도 여행한다면 입고 가는 옷 외에 티셔츠는 겨울에 2개, 여름에는 4개 정도를 넣는 게 좋다. 바지는 입고 가는 바지 외에 한 개만 더 있어도 된다. 양말은 1주일 치를 넣어 가면 된다. 한 번만 입을 옷은 절대 가져가서는 안 된다. 버릴 수도 없고 짐만 된다.
티셔츠, 바지, 양말 등은 제각각 비닐봉지에 따로 넣어야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화장품 등은 파우치에 넣어 가는 게 좋다. 비닐봉지를 꽁꽁 묶은 뒤 구멍을 작게 뚫어 바람을 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부피가 큰 점퍼나 스웨터는 압축 비닐봉지에 넣어 가는 게 좋다. 티셔츠나 바지는 비닐봉지에 넣는 대신 옷을 둘둘 말아 넣어도 된다. 물론 구겨지는 옷은 제외다. 양말은 옷 사이사이 빈 공간에 채워 넣으면 된다. 구겨진 옷을 펼 때 도움이 되도록 작은 분무기를 가져가면 좋다. 옷을 비닐봉지에 넣을 때에는 마른 키친타월 한 장을 함께 넣으면 습기를 제거하고 냄새를 방지할 수 있다.
입은 옷을 호텔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 빨려면 세탁비누나 세제를 가져가는 게 좋다. 호텔 욕실의 비누는 1회용이어서 작아 빨래하기에 불편하다. 빨래한 옷을 걸어둘 수 있도록 1회용 옷걸이도 여러 개 챙겨가는 게 좋다.
■옷 이외 물건
여행에서는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 발에 편한 게 가장 좋다. 운동화가 최고다. 운동화는 두 켤레를 가지고 가서 매일 바꿔 신는 게 바람직하다. 새 신발을 살 생각이라면 미리 사서 며칠간 신고 다니며 길을 들여야 한다. 호텔 객실 슬리퍼는 대개 질이 썩 좋지 않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슬리퍼를 하나 사서 가는 걸 권한다. 기껏해야 개당 1만 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객실 휴지통에 버리면 된다.
무거운 물건을 무조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무료 허용 수하물 중량에 맞춰야 한다. 부서지기 쉬운 물건은 옷 사이에 끼워 넣는다. 화장품, 샴푸, 치약 등은 새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이중삼중으로 보관한다. 가능하면 보석류는 가지고 가지 않길 권한라. 비싼 명품가방도 두고 가는 게 좋다. 소매치기나 강도의 표적이 된다.
짐을 다 싼 뒤에는 비닐봉지 여러 개를 여분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귀국할 때 입어 더러워진 옷을 넣어 와야 한다. 돌아올 때도 더러운 옷을 마구 넣지 말고 새 옷처럼 잘 개서 넣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어댑터도 챙겨야 한다. 다이소에 가면 유럽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 많다. USB 플러그도 챙겨야 한다. 만일의 경우에 필요한 제품은 가져가지 마라. 가방 공간만 차지한다. 필요할 경우 현지에서 사는 게 낫다.
호텔 수건이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므로 수건을 두어 개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여행을 다닐 때 물병 등을 넣어갈 수 있는 작은 배낭을 준비해야 한다. 책 등 무거운 물건은 배낭에 넣어 등에 메고 항공기에 탑승하는 게 좋다. 손톱깎이, 면봉, 휴대용 휴지, 물휴지는 물론 상처에 붙이는 밴드 같은 응급의료용품은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과일을 깎아먹을 작은 칼, 1회용 젓가락이나 숟가락도 가져가는 게 편리하다.
2024-04-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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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여유로운 유람…고난의 행군이어선 안 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⑥
항공권도 구매했고 호텔도 예약했다면 큰 틀에서 여행 준비는 끝난 셈이다. 이제 일정을 정하고 현지 교통수단을 예약하는 일과 사소하지만 중요한 나머지 준비 과정만 남았다.
■구체적 일정 정하기
항공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떠나는 날짜와 돌아오는 날짜, 출발 공항과 귀국 공항은 정해졌다. 호텔도 골랐으므로 언제 어느 도시에 가서 여행하는지도 결정됐다. 이제는 구체적 일정을 짤 차례다. 구체적 일정이라는 것은 매일매일 어떻게 여행할지를 정하는 것이다.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무계획적으로 여행하는 것과 계획적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방법을 택하더라도 ‘오늘의 목적지’는 미리 짜야 한다.
무계획적으로 여행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닐 수는 없다. 무계획으로 시간을 보내더라도 최소한 ‘오늘은 어디에 가야지’ 정도는 정해야 한다. 체코 프라하의 경우 프라하성에 가서 하루를 보낼 건지, 구시가지 일대에서 빈둥거릴 건지, 멋있는 정원에 가서 햇살을 즐기면서 시간을 때울 건지를 정해야 한다. 일정을 잡을 경우 머릿속에만 담아둬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필기해서 휴대폰에 담아가든지 종이로 출력해서 들고가야 한다.
계획적인 일정을 짤 경우 명심할 점은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만 돌아다닐 게 아니라면 너무 많은 곳을 둘러볼 생각을 버려야 한다. 특히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는 젊은이에 비해 체력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열흘 이상 여행하려면 힘을 아껴야 한다.
기자는 나이 오십을 넘어선 이후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면 ‘힘든 일정 절대 사절’을 신조로 삼았다. 여행이라는 것은 억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괴로운 고난의 행군이 돼서는 안 되며, 한가롭게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편하고 여유로운 유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오전 10시 무렵 호텔에서 나가는 철칙을 절대 깨뜨리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7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꼭 ‘귀가’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래야 마지막 날까지 피로를 최소화하면서 즐거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무리한 계획을 짜는 건 무조건 금물이었다.
청바지에게도 기자의 신조를 권하고 싶다. 일정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아침에 호텔 조식을 즐긴 다음 일정을 시작해 오전에 한 곳을 돌아보고, 점심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오후에는 상황에 따라 한두 곳을 돌아보고 저녁을 먹는다. 만약 야경을 보러 갈 생각이라면 오후에는 일찍 3~4시에 귀가해 쉬어야 한다. 여행을 가면 적어도 하루 1만 보는 걷겠지만 2만 보 이상 걸으면 곤란하다. 너무 힘들어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일정을 정했다면 목적지에 따라 인터넷에서 미리 입장권을 예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과잉관광 때문에 유명 여행 도시에서는 인터넷 예약제를 도입한 명소가 많다. 예약하지 않고 갈 경우 짧으면 한두 시간, 길면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외관만 봐도 괜찮다면 예약할 필요가 없지만….
혼자서 일일이 찾아다니는 게 부담스럽다면 ‘일일 투어’에 참가하면 된다. 호텔에서 직원 도움을 받아 출발 하루 이틀 전에 예약해도 되고,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예약해도 된다.
‘일일 투어’ 종류는 생각 외로 많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상품 중에서 원하는 코스를 골라 예약하면 된다. 기자는 그리스 델피와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갈 때 등 여러 차례 일일 투어를 이용했는데 가격이 비싸지도 않아 매우 편리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굳이 알아듣지 못해도 따라다니는 데에는 불편이 없다.
재미있는 여행을 즐기려면, 젊은이들처럼 사진만 찍고 말 게 아니라면 미리 여행지에 관한 역사책이나 여행가이드북을 읽어두는 게 좋다.
■기차표 미리 사기
만약 프라하~빈~부다페스트를 여행할 예정이라고 하자. 도시 사이를 이동할 교통수단을 예약해야 한다. 항공기도 있겠지만 기차나 버스도 있다. 항공기로 서너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면 항공기를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기로는 한두 시간, 버스나 기차로는 서너 시간이라면 버스, 기차를 이용하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훨씬 낫다.
기차나 버스는 미리 예약하면 훨씬 싸다. 서너 달 전에 예약할 경우 최고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요금이 올라가니 잘 생각해야 한다. 한 달 이상 5개국 이상을 여행할 경우 기차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Eurail) 패스’를 구매하는 게 좋지만 청바지처럼 열흘~보름간 2~3개국을 여행하는 경우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탈리아는 트렌이탈리아(Trenitalia), 스페인은 렌페(Renfe),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연방철도(ÖBB) 같은 주요 철도회사 홈페이지나 인터넷 구매대행사에서 표를 사면 된다. 유럽에는 침대를 이용할 수 있는 야간열차도 있지만 젊은이가 아니라 청바지로서는 피곤할 수도 있다.
■휴대폰 와이파이
이제 마지막 준비는 휴대폰이다. 현지에서도 언제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전화를 쓸 수 있어야 한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통신사 로밍, 포켓 와이파이, 유심이다.
통신사 로밍은 가장 비싸지만 가장 편리하다.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전화와 문자 수신, 발신도 무료다. 최근에는 가족로밍 제도가 생겨 소액만 추가하면 여러 명이 로밍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휴대폰 통신사 앱에 들어가 메뉴에서 로밍을 눌러 가입하면 된다.
포켓 와이파이는 도시락처럼 생긴 작은 기기를 이용해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기 근처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어 여러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기기에 충전기 기능이 있어 휴대폰을 재충전할 수도 있다.
데이터 제공량이 든 유심을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유심은 휴대폰에 끼워 쓰는 작은 칩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원래 전화번호를 쓸 수 없어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을 수 없다. 또 여러 명이 공유할 수 없고 유심을 교체한 휴대폰만 쓸 수 있다. 최근에 이런 단점을 보완한 이심(eSIM)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다. 유심 교체 없이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로 가입할 수 있고, 한국 전화번호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비교적 최신 기종에 한해 지원되는 기능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
■기타
분실에 대비해 여권을 복사해 두거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게 좋다. 찍은 여권 사진은 이메일로 발송해 둬야 하다. 여권, 휴대폰을 모두 잃어버렸을 때 대사관에 가서 이메일을 열어 여권 사진을 꺼내면 재발급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여권 분실 시 필요한 여권용 사진도 두어 장 가지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항공권, 호텔 바우처는 각각 1~2부를 출력해 가져가야 한다.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필요 있을 수도 있다. 없으면 곤란하지만 있어서 곤란하지는 않다. 여행자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여행 도중 다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려면 미리 현지 식당을 조사하는 게 좋다. 기자는 우리나라 블로그나 유튜브 대신 현지 영자 신문 식당, 카페를 소개하는 코너를 활용한다. 실패 확률이 매우 낮은 방법이다.
가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버거킹에도 갈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식당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힘들게 돌아다니지 말고 일단 눈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에서 끼니를 해결하자. 배가 고픈 상황에서 식당을 찾느라 돌아다니면 몸은 2~3배로 피곤해진다. 햄버거 가게의 장점은 화장실이다. 볼일이 급하면 들어가서 이용하면 된다. 이곳 화장실 사용은 대개 무료다. 물론 손님이 많을 경우 그다지 깨끗하지 않을 수 있다.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다.
2024-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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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8점 이상 호텔 골라 댓글·사진 꼼꼼히 살펴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⑤
자유여행 경험이 없는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들에게 해외 호텔 예약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호텔을 싼 가격에 구하기 위해서는 항공권과 마찬가지로 ‘손품’을 팔아야 한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고 살펴봐야 할 사항도 적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 꼼꼼히 확인한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만족스러운 수준의 호텔을 구할 수 있다.
■별 4개, 평점 8점 이상
기자가 여러 도시의 많은 호텔에서 숙박한 경험을 종합해 볼 때 가장 좋은 호텔은 역시 별 다섯 개 이상의 비싼 대형 호텔이다. 안 좋은 댓글이 달리거나 낮은 평점이 부여되기도 하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지 호텔이 저질이라는 뜻은 아니다. 거꾸로 별 1~2개짜리 호텔의 평점이 거의 만점인 경우가 있다. 싼 가격에 비해서 비교적 만족스러워 ‘가성비가 좋다’는 뜻이지 호텔이 고급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여행객으로서는 별 다섯 개 이상의 비싼 호텔에 묵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에 맞춰 호텔을 고를 수밖에 없다.
기자뿐 아니라 대부분 여행객은 호텔을 고를 때 호텔예약사이트를 이용한다. 기자에게는 나름대로 숙소를 고르는 요령이 있다. 먼저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 도시마다 3~4개의 호텔을 예비 선정한다. 이어 예비 선정한 각 호텔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 살펴본다. 대부분의 경우 호텔예약사이트 제시 가격이 싸지만 가끔 호텔 홈페이지 제시 가격이 더 싼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호텔예약사이트에서 숙소를 고를 때 적용하는 기본 기준은 별 4개 호텔이다. 때로는 별 3개나 별 5개 호텔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별 4개를 고른다. 그리고 호텔예약사이트에서 이용객들이 부여한 평점이 5점 만점에 4점, 10점 만점에 8점 이상인 곳만 선택한다.
■호텔 위치와 댓글
호텔예약사이트에 들어가 여행 도시와 여행 날짜를 입력하면 호텔 목록이 나온다. 각 호텔마다 다양한 종류의 방을 다양한 가격에 내놓는다. 일단 옵션 사항을 고르는 필터링에서 원하는 내역을 선택한다. 호텔 등급, 평점, 조식 포함, 각종 편의시설 등이 필터링 내용이다. 매우 중요한 호텔 조식 포함 여부도 잘 챙겨야 한다.
호텔 등급은 별로 표시되는데, 많은 사람이 호텔예약사이트에 표시된 별이 실제 호텔의 등급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정확한 호텔 등급을 알려면 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
호텔예약사이트에 뜬 호텔 목록 중에서 가격이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눌러본다. 이어 위치를 살펴본다. 모든 호텔예약사이트에서는 호텔 위치를 구글 지도로 소개하기 때문에 예약에 앞서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호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만약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며 많은 명소를 보는 게 여행 목적이라면 시내 중심지에 있는 호텔을 골라야 한다. 이와 달리 현지 분위기를 느끼면서 느긋하게 다닐 수 있다면 외곽의 호텔을 선택하는 게 좋다. 시내 중심지는 편리하지만 비싸고 외곽은 이동시간이 걸리지만 상대적으로 싸다.
기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때로는 시내 중심지, 때로는 외곽 호텔을 고른다. 두 경우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의 편리성이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지, 아니면 호텔 인근에 지하철, 트램, 버스 정류장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외곽일 경우 지하철, 트램,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지에서 20분 이내 거리인 곳을 선택한다.
호텔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는 댓글(리뷰)을 읽어본다. 호텔을 예약할 때 댓글 확인은 절대 빼먹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댓글은 최소한 수백 개 이상 달려야 신뢰할 수 있다. 겨우 수십 개 달린 댓글은 신뢰하기 어렵다. 조작됐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호텔이라도 불만을 가지는 이용객이 있을 수 있고, 아무 이유도 없이 불평을 터뜨리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댓글을 많이 읽어보는 게 바람직하다.
댓글에서는 호텔의 상태, 직원 친절도, 객실 상황, 조식 수준 등을 잘 찾아서 읽어야 한다. 가능하면 최근에 쓴 댓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아무리 오래되더라도 1년 이내의 댓글을 읽는 게 좋다. 오래된 댓글은 호텔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지 못한다. 호텔 전체 평점이 높더라도 최신 댓글이 대체로 부정적이면 현재 그 호텔 상황은 엉망이라고 볼 수 있다. 호텔 측이 댓글에 반응하는지,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대부분 호텔은 부정적인 댓글에는 답글을 달지 않고 무시한다. 이런 호텔의 경우 고객 친절도가 낮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호텔의 상태를 지적하는 댓글에 성의껏 답하는 호텔이 친절하고 편리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호텔 공식 사진과 이용객 사진
호텔 위치를 확인하고 댓글까지 읽은 다음에는 사진을 살펴봐야 한다. 사진은 사이트나 호텔이 올린 ‘공식 사진’과 이용객이 올린 ‘이용객 사진’으로 나뉜다. 공식 사진은 매우 그럴싸하고 깨끗하고 우아하게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절대로 여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 정확한 호텔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가본 이용객이 찍은 사진을 살펴봐야 한다. 공식 사진과 이용객 사진에 차이가 많다면 예약에 신중해야 한다.
호텔이 공식 사진에서 만약 호텔 외관만 보여주거나 객실 전경만 보여주면 의심해야 한다. 침대는 물론 욕실의 각종 비품 등을 상세하게 제대로 보여주는 호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신뢰하기 힘든 호텔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객실 침대 매트리스 사진을 잘 봐야 한다. 매트리스가 너무 딱딱하거나 물렁하면 잠을 잘 때 큰 곤욕을 치를 수 있다. 매트리스 커버의 품질이 어떤지, 중간이 처진 것은 아닌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베개도 중요하다. 베개가 너무 낮거나 높아도 자는 데 애로를 겪는다.
화장실도 잘 살펴야 한다. 샤워 부스 크기가 어떤지, 샴푸와 비누 등 비품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건도 다양하게 많이 가져다 뒀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객실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방에 테이블과 의자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다는 것을 실제 여행을 가보면 알 수 있다.
사진을 살필 때 조식은 어떤지도 잘 봐야 한다. 해외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가 바로 조식이기 때문이다. 조식이 좋으면 하루가 즐겁게, 조식이 나쁘면 하루가 불쾌하게 시작될지도 모른다. 호텔 조식의 기본은 빵, 주스 등 음료, 과일, 소시지와 치즈다. 이런 기본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어떤 내용으로 채워졌는지를 잘 봐야 한다. 여기에 커피, 요구르트, 각종 디저트도 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객실 유형, 크기 확인
댓글과 사진까지 확인한 다음에는 호텔예약사이트가 필터링 내용을 포함시켜 제시한 목록을 살필 차례다. 먼저 객실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 부부끼리 여행을 갈 경우 침대가 두 개인 트윈베드를 쓸 것인지, 하나인 더블베드를 쓸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더블베드일 경우 침대 크기도 확인해야 한다. 침대가 너무 작으면 잘 때 매우 불편할 수 있다.
객실 크기도 살펴야 한다. 호텔예약사이트에는 객실 크기도 표시돼 있다. 만약 크기가 안 보이면 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된다. 유럽의 구시가지에 있는 옛 건물을 개조한 호텔일 경우 별 4~5개짜리라 하더라도 짐을 풀기조차 힘들 정도의 객실일 경우가 있다. 크기가 20㎡라면 꽤 작은 방, 25㎡라면 적당한 크기, 30㎡라면 꽤 넓은 객실이다. 와이파이는 터지는지, 수영이나 헬스를 좋아하면 수영장이나 피트니스센터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예약 취소 규정도 잘 봐야 한다. 환불 불가가 있고 환불 가능이 있다. 환불 불가는 가격이 10% 정도 싼 대신 글자 그대로 취소하거나 환불을 받을 수 없다. 호텔을 예약한 뒤에 여행 일정에 변경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1박에 1만 원 정도를 더 주고 ‘환불 가능’인 방을 고르는 게 낫다.
호텔 수리를 하거나 주변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럴 경우 숙면은커녕 숙박 기간 내내 불편하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시끄러운 데다 먼지까지 날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를 통해 호텔 주변 최신 사진을 살펴보면 상황을 알 수도 있다.
호텔 체크인 및 체크아웃 시간도 잘 살펴야 한다. 오후 2~3시 체크인, 오전 11시~낮 12시 체크아웃이 대부분 호텔의 기본이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오후 4~5시 체크인, 오전 10시 체크아웃을 내세우기도 한다. 체크아웃이 1시간만 늦어도 추가 요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이른 체크아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24-03-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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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번 바뀌는 항공권 가격, 6개월 전부터 매일 살펴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④
올해는 결혼 30주년이다. 딸이 대학교 마지막 학년이어서 내년부터는 마침내 길었던 자녀 양육의 멍에에서 벗어난다. 지금은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동시에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재정적으로 힘들어 해외여행을 다니기 어려웠다. 이제 딸의 등록금을 두 차례만 더 납입하면 재정적 부담에서도 벗어난다. 그래서 결혼 30주년을 기념해 ‘임금피크’에 들어가기 전인 올가을이나 초겨울에 유럽여행을 다녀올 작정이다. 그런 생각에서 지금은 항공권을 챙겨보는 중이다.
■항공 마일리지 적립카드
기자가 올해 해외여행 꿈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항공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 마일리지가 18만 마일 정도 쌓여 유럽 왕복 이코노미 항공권을 공짜로 사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사려면 유럽 왕복에 7만 마일, 업그레이드에 8만 마일을 쓰면 된다.
이렇게 마일리지가 많은 것은 여행을 자주 다녀와서 마일을 많이 쌓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기자의 경우에는 카드가 주요인이다. 기자와 아내가 가진 카드 세 개는 모두 ‘항공 마일리지 적립카드’다. 1000~1500원을 쓸 때마다 항공 마일리지가 1마일씩 쌓인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1500~2000마일 정도가 적립된다. 지난달에는 팔을 다친 아들 치료비 600만 원을 카드로 결제했더니 한꺼번에 무려 6000마일이 쌓였다.
지금까지 적립한 총마일리지는 52만 마일이었는데 그중 34만 마일을 항공권 구입이나 호텔 숙박 예약에 사용했고 이제 18만 마일이 남았다. 총마일리지 중 항공사를 이용해 적립한 것은 10만 마일에 불과하고 나머지 42만 마일은 신용카드 적립액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항공 마일리지 카드를 적극 이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대개 카드 포인트를 쌓아 나중에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항공 마일리지를 쌓는 게 더 이익이다. 마일리지 적립카드는 대한항공이든 아시아나항공이든 하나만 골라 집중해서 마일리지를 쌓는 게 좋다. 카드 사용액이 한 달에 300만 원 정도 된다고 보면 2000마일 정도 적립된다. 1년이면 2만 4000마일이 쌓이고, 3년 반이면 유럽 왕복 항공권 1장이 나온다.
물론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하는 게 쉽지는 않다. 성수기를 피해야 하는 데다 원하는 날짜에 항공권을 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에게는 시간이 많아 굳이 특정 날짜에 여행할 필요가 없으니 마일리지 항공권이 있는 날짜에 맞춰 여행하면 된다.
■항공권 구입 시기
해외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바로 항공권이다. 이것만 확보되면 어떤 식으로든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항공권은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구매해도 되지만 항공권예약사이트를 활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단 한 곳만 살피지 말고 여러 곳을 검색해서 비교해보는 게 좋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어서 경우에 따라 1인당 수십만 원을 절약할 수도 있다.
기자는 2022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단체여행에 동참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항공권을 제각각 구입했는데, 대부분 일정이 편리하다는 터키항공 항공권을 120만~150만 원에 샀다. 이와 달리 기자는 이틀 먼저 가는 폴란드항공 항공권을 80만 원에 샀다. 이틀 먼저 출발한 탓에 숙박비 20만 원이 더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른 사람보다 20만~50만 원이 덜 들었다. 여기에 ‘나 홀로 여행’을 이틀이나 더 즐겼으니 모든 면에서 훨씬 이득이었다.
항공권은 가능하면 일찍, 출발하기 3~6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출발 11개월 전부터 항공권을 내놓는다. 물론 이때가 가장 싼 항공권을 살 최적의 시기는 아니다. 항공사는 일단 적당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게시한 뒤 얼마나 많은 고객이 구매하느냐에 따라 계속 가격을 바꾼다. 사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은 떨어지고, 게시 초반부터 구매자가 많으면 가격은 도리어 올라가는 것이다. 항공권 가격은 첫 출시부터 실제 항공기 이륙 때까지 평균 70번 이상 바뀐다.
인터넷 항공예약사이트인 칩에어닷컴 조사에 따르면 유럽 항공권은 3~6개월 전쯤에 살 때 평균적으로 가격이 가장 낮고, 출발하기 2주 전부터 출발 직전까지 가장 비싼 것으로 파악됐다. 연중 계절로 볼 때 항공권이 가장 저렴한 시기는 1월 말~2월과 11월~12월 초다.
유럽의 겨울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북유럽만 제외하면 유럽이라고 해서 겨울이 엄청나게 춥지는 않다. 남유럽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1~2월 평균기온은 6~8도다. 이탈리아 로마의 경우 12~13도다. 약간 북쪽인 체코 프라하는 3~5도다. 우리나라 겨울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따뜻하다. 옷을 잘 껴입고 목도리를 잘 두르고 털모자만 쓴다면 충분하다. 겨울에는 늘 구름이 많이 끼어 날씨가 우중충하지만 비는 잘 내리지 않는다.
■항공권 구입 요령
항공권을 살 때에도 순서와 요령이 있다. 먼저 총 여행비로 얼마나 쓸 것인지를 계산한 다음 항공권, 숙박, 현지 여행경비를 나눠봐야 한다. 여행비를 나눌 때 각자의 취향을 잘 생각해야 한다. 장거리 비행으로 몸이 지치는 게 싫다면 이코노미 대신 비즈니스 항공권을 사고, 숙박비와 현지 여행경비를 줄이면 된다. 거꾸로 잠을 좋은 곳에서 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싼 항공권을 구입하면 된다.
희망하는 항공권 가격을 대충 정했으면 발품이 아니라 ‘손품’을 팔아 하루에도 여러 번씩 항공권예약사이트에 들어가서 요금을 살펴야 한다. 부지런해야 조금이라도 더 싼 항공권을 살 수 있다. 출발 및 귀국 날짜를 정했다고 해서 거기에 절대 얽매여서는 안 된다. 요금이 조금이라도 싼 날짜가 있으면 여행 일정을 바꾸면 된다. 때로는 출발지와 귀국지를 바꾸거나 여행 목적지를 조정해야 한다.
예약사이트에 꾸준히 들어가다 만족할 만한 가격이 나오면 곧바로 예약하면 된다. 만약 나중에 더 좋은 요금이 나오면 미리 예약한 항공권은 취소하면 된다. 대개 항공권 구매 대금은 바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예약하고 3~7일 이내에 결제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예매~취소를 거듭하면 좋은 금액의 항공권을 고를 수 있다. 다만 예약할 때 항공권 취소 수수료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매일 항공권예약사이트에 들어갈 때 신경 써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요금을 검색하기 위해 사이트에 들어가면 ‘쿠키 사용에 동의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쿠키는 ‘사용자의 정보를 저장하고 추적하는 파일’인데 각 사이트는 ‘쿠키’를 활용해 ‘사용자 정보’를 보관한다. 사용자가 나중에 해당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 요금을 검색하면 사이트는 저장한 정보를 이용해 요금을 조절한다. 사용자가 두세 번 계속 접속한다면 사이트는 ‘이 사람은 항공권을 이전에도 검색했다. 여행할 마음이 100% 있다. 따라서 이전보다 더 비싼 요금을 제시하더라도 살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항공권예약사이트를 검색했다면 쿠키 사용 동의를 거부하거나, 꼭 최적화 프로그램이나 브라우저의 자동 삭제 기능을 활용해 쿠키를 삭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 사이트는 사용자의 과거 이용 정보를 저장할 수 없게 된다.
■직항‧경유, 왕복‧다구간
항공권을 살 때 직항 또는 경유를 이용할지, 왕복이나 다구간을 이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
직항은 글자 그대로 한국에서 유럽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항공기다. 일반적으로 운항 편수가 적고 요금이 비싸지만 총운항시간이 짧다. 반면 경유는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다른 곳에 들렀다 가는 항공기다. 직항보다 요금이 싸고 항공편이 많지만 총운항시간이 길다.
경유를 선택한다면 몇 차례 경유하는지,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총시간은 얼마인지를 잘 봐야 한다. 출발, 왕복 일정과 행선지를 제시하면 가격에 따라 여러 항공사의 많은 일정표가 제시된다. 자세히 보면 같은 항공사 상품이라도 가격이 다르고 상품마다 총시간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직항일 경우 유럽까지 11~13시간 정도 걸리는데 경유라면 당연히 이보다 많이 걸린다. 젊은이라면 모를까 ‘청바지’는 경유지 대기시간을 포함해 운항에 총 20시간 이상 걸리는 경유 항공편은 지양하는 게 좋다. 오가는 데에 너무 많은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경유일 때에는 경유지에서 얼마나 머무는지도 잘 봐야 한다. 경유지 체류시간이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안 된다. 너무 길면 경유지 공항에서 기다리느라 지치게 된다. 너무 짧으면 항공기가 늦게 도착할 때 연결편 항공기를 놓칠지도 모른다. 가장 적당한 시간은 3~4시간이다.
왕복 항공권은 출발지와 귀국지가 같은 항공권이다. 폴란드항공을 타고 폴란드~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를 여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인천~바르샤바로 출국하고, 바르샤바~인천으로 귀국하는 항공권이다. 편도 항공권을 각각 구매하는 것은 대개 더 비싸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 게 낫다.
왕복 항공권의 장점은 출국할 때와 귀국할 때 공항이 같아서 덜 불편하다는 점이다. 다만 한 나라만 여행할 때는 편리하지만,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는 다소 불편하거나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바르샤바를 둘러보고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를 여행한 다음 귀국 당일이나 하루 전날 바르샤바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구간 항공권은 출발지와 귀국지가 다른 항공권이다. 인천~바르샤바로 출국하고 부다페스트~인천으로 귀국하거나, 인천~부다페스트로 출국하고 바르샤바~인천으로 귀국하는 항공권이다. 다구간 항공권의 장점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여행이 끝나는 도시에서 항공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구간 항공권을 선택할 때는 마지막 여행지를 잘 정해야 한다. 만약 인천~바르샤바로 출국하고 부다페스트~인천으로 귀국하는 일정을 고른다면 귀국길이 무척 힘들다. 귀국할 때 부다페스트에서 폴란드항공 항공기를 탄 다음 바르샤바로 가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이른 오전, 대개 7시 이전이다. 이 비행기를 타려면 호텔에서는 새벽 3~4시에 일어나야 한다. 귀국할 때 무척 힘들 수밖에 없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여행할 때 다구간 항공권을 잘 활용하면 힘든 걸 줄이고 왕복 항공권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을 인천~부다페스트 출국, 바르샤바~인천 귀국으로 잡으면 귀국길이 편하다. 부다페스트에서 내려 헝가리~오스트리아~체코를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폴란드에 가서 여행한 뒤 바르샤바에서 늦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출발하는 귀국 항공기를 타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 국가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이런 일정을 잡는 게 힘들다. 인근 국가를 여행할 때 최선의 선택이다.
2024-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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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안 갈 때 인접 2~3개국 공략을 [청바지의 여행도전] ③
자유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여행 일정과 여행 장소다. 언제 며칠간 여행할지, 어디로 갈지를 우선 선택해야 한다. 두 가지를 결정한 뒤 항공권을 구입하고 숙박을 예약해야 한다. 여행 날짜 선정은 대부분 사람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여기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돌아다니느냐, 사람에 치이면서 다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안 갈 때
여행 날짜는 짧으면 2~3개월 전, 길면 6개월~1년 전에 미리 잡아야 한다. 지금이 2월 초이니 자유여행을 계획한다면 일러도 5~6월, 늦으면 여름 이후로 날짜를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고, 싼 항공권을 사거나 싼 호텔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여행에는 실제 떠났을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출발하기까지 기다리는 맛도 상당하다.
여행 날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에 갈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젊을 때에는 자유여행을 가려면 어린 자녀와 함께 다녀야 하므로 일정을 방학인 8월이나 1월로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방학 기간은 항공권 요금이 가장 비싼 시기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몰리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해외여행 전문가, 사이트 등에 따르면 항공권 가격이 가장 싼 시기는 대체적으로 1월 말~3월 초라고 한다.
항공권 가격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신중년은 7~8월을 피하는 게 좋다. 기후변화 때문에 7~8월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보다 평균적으로 체력과 건강이 약한 신중년이 굳이 여름에 젊은이들과 항공권 구매 경쟁을 벌여가면서 무더운 날씨에 힘들게 여행을 갈 필요는 없다. 신중년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은가!
사실 해외여행을 다니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국내여행과 마찬가지로 봄인 4~5월이나 가을인 9~10월이다. 여행 명소에 더해 봄에는 화창한 꽃을 구경할 수 있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봄가을에는 각종 축제도 많이 열려 좋은 경험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봄가을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방학 때보다 적어 항공권도 상대적으로 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봄가을에 많은 사람이 여행을 다니듯 유럽에서도 봄가을에 꽃이나 단풍을 구경하러 다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항공권은 싸지만 숙박비와 물가는 비쌀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자유여행을 가려는 시기에 해당 지역에 축제가 있다면 재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비용 부담이 커지므로 미리 잘 알아봐야 한다.
여행을 며칠이나 다녀올지도 잘 생각해야 한다. 대개 출국하거나 귀국할 때 2~3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 1주일을 예정한다면 실제 여행기간은 3~4일, 열흘간 여행을 다녀온다면 실제 여행기간은 7~8일 정도라는 이야기다.
■인접한 2~3개국 골라야
여행지를 고를 때에는 가장 먼저 ‘무엇을 보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인 관광을 원하는 것인지, 주제를 골라 특정한 장소만 골라 다닐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신중년은 여기에 덧붙여 나이와 체력을 감안해야 한다. 여행이 고행이 되는 일이 없게 하려면 절대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젊은 나이라면 오지 탐험에도 참가해 볼 만하지만 신중년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신중년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자유여행지는 유럽이다. 무엇보다 유럽에는 볼거리가 많다. 신중년이라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세계사나 미술 수업시간에 배워 이름 정도는 들은 각종 유적이나 미술품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유럽 대다수 도시에서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는 주요 건축물, 유적, 박물관은 고대나 중세에 사람들이 모여 살던 옛 주거구역인 ‘구시가지’의 좁은 구역에 몰려 있어 여행하기 편리하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파리의 역사가 시작됐던 시떼 섬을 중심으로 구시가지 지역에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에펠탑 등 대부분 유적이 집중됐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오스트리아 빈 등 고대와 중세에 강성했던 유럽 도시의 사정도 대부분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걸어 다녀도 된다. 조금이라도 걷는 게 불편하면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를 타고 금세 이동할 수 있다. 명소를 찾아다니느라 크게 고생할 이유가 없다.
국가 간 이동도 편리하다. 유럽은 아시아와 달리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 몰려 있는 데다 항공, 철도 노선이 잘 연결돼 아무리 먼 곳도 2~3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나이가 많아 비행기를 타는 게 불편하다면 기차를 타고 조금씩 이동하면서 얼마든지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다. 일정기간 열차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유레일패스를 잘 활용하면 싼 가격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음식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풍부하다. 숙박시설 종류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 일부 위험한 지역만 빼면 치안도 대체적으로 안전하다. 신중년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매우 우호적이다.
유럽에 처음 간다면 코스를 잘 골라야 한다.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이탈리아 로마가 가장 기본적이면서 인기 있는 코스이지만 이동거리가 길어 힘들 수 있다. 신중년이 자유여행을 할 때는 가급적 국가 간 이동거리가 짧은 코스를 고르는 게 좋다.
우리 가족이 2006년 처음 유럽 자유여행을 갔을 때에는 영국 런던과 케임브리지~프랑스 파리와 베르사유 궁전~이탈리아 베니스와 로마를 코스로 잡았다. 런던에서 파리로 갈 때는 도버해협 지하를 지나는 유로스타를, 파리에서 베니스로 갈 때는 야간침대열차를 이용했다. 기자가 40대 초반이라서 젊을 때였으니 피로를 덜 느꼈지만 60대를 앞둔 지금 이 코스를 다시 선택한다면 정말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2019년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갔을 때에는 이동에 따른 피로가 적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아빌라·살라망카~포르투갈 리스본·신트라가 여행 경로였는데 모두 기차로 1~2시간 이내 거리여서 돌아다니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갈 때도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불과 2시간도 안 돼 리스본에 도착했다. 2022년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에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간 이동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해 힘든 걸 몰랐다.
신중년이 유럽을 여행지로 잡는다면 15일 안팎의 일정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 경로는 가급적이면 인접한 2~3개국의 4~5개 도시만 도는 것으로 잡는 걸 추천한다. 너무 많은 나라, 너무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면 실제 여행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다 버리게 된다.
유럽 자유여행 초보에게는 영국 런던·케임브리지(또는 옥스퍼드)~프랑스 파리·베르사유 코스를 권한다. 영국 런던으로 입국해서 유로스타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뒤 파리에서 출국하는 경로다.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한두 번 다녀온 사람에게는 스페인~포르투갈,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 또는 독일~벨기에~네덜란드,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 경로를 추천한다.
2024-02-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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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여행’ 아니라 ‘고행’…내 맘대로 다니는 게 최고 [청바지의 여행도전] ②
2002년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끼리는 외국에 처음 가는 것이어서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여행사를 통해 4박5일 패키지여행에 참가했다. 아쉽게도 여행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이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실제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시간은 짧았다. 대부분 휙 하며 지나가는 수준이어서 가족사진 한 장 제대로 찍기도 어려웠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의무 쇼핑’ 때문이었다. 매일 두 군데씩 쇼핑센터에 들러 각각 2~3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여행지에서 지내는 시간은 너무 짧았던 것이다. 크게 실망한 우리 가족은 이후부터는 절대 패키지여행을 고려하지 않는다.
패키지여행을 더 기피하게 만든 또 다른 ‘추억’은 2007년 스위스의 설산 융프라우요흐에 가족 자유여행을 갔을 때 일어났다. 우리는 곳곳을 둘러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추위를 달래러 실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음식을 먹은 뒤 다시 사진을 찍으러 밖에 나갔다. 이때 패키지여행에 참가한 한국인 20여 명이 막 올라왔는데 안내인이 그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사진 찍는 데 5분 드릴게요. 서둘러 내려가야 하니 지체하지 마세요.”
여행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해외여행객 중 40% 정도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한다고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은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신중년 이후 세대가 패키지여행을 매우 선호한다. 전체 패키지여행객 중에서 40~50대가 49%, 60대 이상이 27% 수준이라고 하니 40대 이상이 4분의 3을 차지하는 셈이다.
중년 이상이 패키지여행을 고르는 것은 참 편안하게 보여서다.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단순히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 가이드만 따라다니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 것일까. 아침 7~8시에 호텔에서 나서 하루 종일 버스만 타고 다니다 밤 8시에 녹초가 돼 호텔로 돌아오는 게 정말 여행인 것일까. 버스만 타면 꾸벅꾸벅 졸다가 차에서 내리면 단체사진 한 장만 찍고 다시 버스에 오르는 게 정말 여행인 것일까.
■내 마음대로 여행
미국의 작가 마이라 칼만은 ‘나의 꿈은 혼자 세상을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다. 작은 배낭에 모든 필수품을 단정하게 정리한 채. 카메라와 노트북컴퓨터, 여행용 그림도구와 모자, 좋은 신발도 넣고…’라며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피력한 바 있다.
여행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칼만처럼 여행해 보는 게 좋다. 그래서 청바지 신중년에게 예약하기 편하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여행의 습관을 버리라 권하고 싶다. 대신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는 자유여행(수십 년 전 청바지가 정말 청춘이었을 때에는 배낭여행이라고 불렀던)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유여행에는 패키지여행에 없는 많은 장점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취미, 체력 등을 고려해 원하는 일정, 코스를 원하는 대로 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체력이 약하면 여행하는 시간을 조절하면 된다. 시차 때문에 힘들면 아침에 느긋하게 하루 일정을 시작할 수 있다. 정말 피곤하면 하루 종일 호텔에 머물면서 잠만 자거나, 지겨워지면 호텔 인근에서 가볍게 산책만 해도 된다. 돌아다니다 힘들면 그냥 호텔로 돌아가거나, 카페나 야외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를 하거나 ‘사람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피곤하고 힘들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 된다. 큰돈을 들여 외국에 갔는데 고생할 필요는 없다.
의무적으로 쇼핑센터에 가지 않아도 된다. 쇼핑하고 싶다면 마음에 드는 백화점, 쇼핑센터, 대형몰, 재래시장에 직접 가서 바가지 가격이 아니라 현지인이 사는 가격과 똑같이 구입하면 된다. 쇼핑을 좋아하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 종일 쇼핑센터에 머물러도 된다. 거기서 식사하고 커피도 마시고, 방금 산 현지 과자나 과일도 먹어보고….
기자가 자유여행을 처음 갔을 때에는 늘 박물관, 대성당, 유적지만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백화점, 대형마트에도 가고 재래시장, 벼룩시장에도 간다. 우리나라와 같은 물건을 팔아도 디자인, 크기, 색깔 등이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곳에서 미리 조리된 음식을 사서 호텔에 들어가 먹을 수도 있다. 2010년 독일 뮌헨에 갔을 때에는 시청 앞 백화점 지하에서 튀긴 닭고기를 사서 호텔방에서 먹었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맛이었던 것은 당연하다.
■깊숙이 오래 들여다보다
자유여행의 두 번째 장점은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한두 군데만 보더라도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아주 깊숙이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공부해서 가면 더 좋지만, 모르더라도 여행지에 붙은 안내판을 천천히 읽으면 된다. 마음에 드는 성당이나 궁전 안에는 요금을 내고 들어가 하나하나 다 살펴볼 수 있고, 기념품가게에서는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에 드는 성당에 들어가 신도석에 앉아 잠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2022년 오스트리아 빈에 갔을 때 합스부르크 왕실 공주, 왕자의 결혼식장이었다는 아우구스티너키어셔(아우구스트 교회)에 들어갔다가 마침 교회 연주자가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걸 알게 됐다. 이미 20여 명이 신도석에 앉아 오르간 연주를 듣고 있었다. 기자도 한쪽 구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1시간 동안 오르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취향에 따라 코스를 조절해 집중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미술을 좋아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지역의 조그만 갤러리만 돌아보면 된다. 역사를 좋아하면 역사가 담긴 장소를 골라 다니면 된다. 기독교 신자라면 크고 작은 교회, 성당만 찾아다닐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면 유명한 카페만 들러도 된다. 기자는 2022년 동유럽에 갔을 때 체코 프라하에서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를 주제로 잡아 그들과 관련된 곳만 집중적으로 돌아다녔다.
■비용 절감과 익명성
자유여행의 세 번째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직접 일정과 코스를 고르고 항공권과 호텔도 직접 예약한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대개 13박15일로 자유여행을 다녔는데, 9박10일 일정의 패키지여행과 비슷한 비용이 들었다.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적게는 10%, 많게는 20~30%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돈이 부족하면 사정에 맞춰 호텔, 교통편을 예약하면 되고, 멋진 식당에서 코스요리를 먹는 대신 샌드위치를 사 먹으면 된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자유여행의 장점은 ‘익명성’이다. 외국에서는 한국어를 듣지 않아도 되고,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지나 않을까 신경을 쓸 필요도 없다. 당연히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도 없다. 영국 언론인 겸 작가인 스톰 제임슨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외국 도시에서 홀로 걸어가는 것만큼 행복한 때는 없다’고 말했다. 남들 눈에 안 보이는 투명인간이 되거나, 남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될 때 기분이 얼마나 황홀한지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많은 사람이 자유여행을 기피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제대로 안 되면 어떻게 할지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현지로 날아갈 항공권, 잠을 잘 호텔 숙박권만 잘 갖고 있으면 된다. 현지에 가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결된다.
처음에 정한 일정대로 돌아다니지 못해도 문제가 될 건 없다. 일정이 흐트러지면 그냥 포기하면 된다. 가고 싶은 곳에 못 가면 다른 곳에 가면 된다. 버스나 열차를 놓치면 다음 버스나 열차를 타면 된다. 시간이 더 걸리고 늦어질 뿐 어떻게 하더라도 여행은 진행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미리 정해온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하지는 못한다. 여행은 실수와 만회, 당혹감과 안도감의 연속이며, 그래서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다.
10년 전 스페인 코르도바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슬람 사원이었던 메스키타로 가야 하는데 버스를 잘못 타 엉뚱한 곳으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현지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다. 할머니는 영어를, 기자는 스페인어를 못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는 서로 완벽하게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지만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코르도바 현지인이 사는 주택지를 둘러볼 수 있었고, 살아 펄떡거리는 스페인어를 들으면서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지 않은가.
2024-01-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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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바로 지금, 배낭 메고 떠날 때! [청바지의 여행도전] ①
“여름에 배낭 메고 유럽으로 자유여행 다녀올까?”
2006년 봄 무렵이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 모인 가족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가족 4명이 배낭을 메고 유럽에 자유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기자는 40대부터 해외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까지 가족과 함께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은 정말 이색적이었고 음식은 특이하고 새로웠다. 그렇게 여행 경험이 쌓여가자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유럽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아내는 돈과 건강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가 아니라 먼 유럽에 간다는 것 때문에 걱정부터 했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배낭을 메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끌고 유럽으로 떠난 것은 아이들의 방학기간인 8월이었다. 발에게는 힘들고 불편하지만 머리와 가슴에게는 정말 즐거운 보름간의 배낭여행이었다. 아내와 두 아이는 첫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정말 환상적이었고 행복했다”고 기뻐했다. 우리는 이후 유럽 자유여행 마니아가 됐고 거의 해마다 배낭을 멨다. 가족여행 8번에 출장까지 합치면 거의 스무 차례 가까이 유럽에 갔다.
13세기 이슬람 수피 철학자 루미는 ‘여행은 삶에 활력을 주고 삶을 사랑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대로 기자와 가족에게 여행은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비타민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황금빛 나락이다.
기자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행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사랑했고 배낭을 메고 새 길을 찾아 나섰다. 여러 철학자, 지식인이 여행의 의미를 설명한 글을 남겨 동시대인이나 후세에 전한 것은 여행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여행을 가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는 ‘내게 얼마나 교육받았느냐고 묻지 말고 얼마나 여행했는지 물어보라’고 설파했다. 4~5세기 기독교 신학자 성 오거스틴은 ‘세상은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것은 책을 한 쪽만 읽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모른다’는 무어인 속담도 있다.
유럽 자유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나 부러웠던 것은 유럽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나라를 왕성하게 돌아다닌다는 사실이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혼자서, 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여행하는 모습은 그중에서도 특히 부러웠다.
그런 노부부는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한 부부는 종이 지도를 들고 행선지를 찾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로 손쉽게 목적지를 찾지만 그들에게는 그렇게 편리하게 서둘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의 숙소 앞 광장 벤치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와서 서로 처음 보는 두 노인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다들 빨리 걷지 못하지만 느긋하게 돌아다니다 한가롭게 쉬면서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행복이 넘쳐흐르는 그들의 얼굴은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여행을 떠날 때’라고 했던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루이스와 ‘인생에서 지쳤다면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라’고 했던 고대 로마 시대 철학자 세네카의 조언을 떠올리게 했다.
기자는 이제 정년퇴직을 3년 앞두고 있다. 퇴직은 ‘직장 생활의 끝’이고 ‘인생 자유의 시작’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말을 상기하면서 퇴직 이후 부부끼리 유럽의 노인 부부처럼 유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운다. 일단은 “1년에 한 번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라”는 티벳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조언을 실천하는 게 목표다.
부부만의 유럽 자유여행을 앞두고 40~50대 때의 여행 준비, 실제 다녀온 경험을 정리해 소개하려고 한다. 글은 최대한 상세하게 쓸 생각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정 잡기에서 시작해 행선지와 주제 정하기, 자금 마련 방법은 물론 항공권, 숙소, 교통 예약하는 요령 그리고 현지에서 여행을 다니는 단계까지 골고루 다룰 방침이다. 소매치기는 물론 바가지를 쓸 뻔했던 일 등 여행하면서 겪었던 각종 경험도 사례로 들 계획이다.
이 글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휴대폰으로 온라인 세상에서 사는 20~30대 젊은 층이 아니다. 아직도 ‘종이 세상’이 더 편한 50~70대, 즉 ‘청춘은 바로 지금(청바지)’이라고 외치는 ‘신중년 세대’다. 평생 국가 발전에 헌신하고 가족 부양에 애쓰느라 고생만 한 ‘베이비 붐 세대’는 물론 ‘586 세대’다.
친구, 지인을 데리고 자유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최대한 성실하게 쓸 생각이다. 기대를 바란다.
2024-01-1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