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린·신흥·아리랑 성냥을 기억하시나요?
‘박물관도시’를 표방하는 경남 김해시에는 매우 흥미롭고 독특한 박물관, 미술관이 적지 않다. 성냥, 열차, 한글을 주제로 하는 성냥전시관, 철도박물관, 한글박물관은 물론 건축도자와 분청사기를 다루는 미술관과 박물관도 있다. 겨울방학을 맞은 초중고생들이 둘러보면 흥미를 가질 만한 김해의 박물관들을 다녀왔다.
■철도박물관과 성냥박물관
두 박물관은 김해시 진영읍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진영역사공원 안에 자리를 잡았다. 진영역철도박물관은 1905년 개통됐다가 2010년 폐쇄된 경전선 진영역을 재활용한 공간이다. 진영역은 전체 부지가 3만 7800㎡에 이르고 승무원 수만 14명에 이를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시설이었다.
이곳이 철도 관련 시설이라는 걸 알려 주려는 것처럼 주변 벽은 철도 관련 벽화로 도배됐다. 철도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옛 진영역 대합실을 재현한 공간이 나타난다. 통근 학생, 장에 나가는 할머니와 승객을 도와주는 승무원이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철도박물관은 아주 크고 넓은 시설은 아니지만 철도 역사를 상세하게 소개한 데다 철로, 열차 모형과 옛 승차권 등까지 전시돼 있다. 게다가 간단히 기관사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 어린 자녀를 데리고 가기에 제격이다.
철도박물관 내부를 둘러본 뒤 진영역 옛 부지에 설치된 진영역사공원을 살펴본다. 이곳에는 철로를 활용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철도박물관과 성냥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본 뒤 날씨가 춥지 않다면 공원도 천천히 걸어볼 만하다. 옛 철로에는 이제는 운행을 중단한 열차가 놓여져 있다. 그곳에는 카페가 영업 중이라서 커피를 마시면서 열차 탑승 체험을 해 볼 수도 있다.
김해성냥전시관은 철도박물관 근처에 있는 시설이다. ‘기린표’ ‘신흥표’ 등의 성냥으로 유명했던 우리나라 ‘마지막 성냥공장’이었던 경남산업공사가 지난 2017년 문을 닫은 뒤 성냥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전시관 한가운데에는 과거에 성냥을 만들던 대형 기계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벽면을 돌아가며 마련된 공간에는 성냥 제조 과정을 설명하는 영상과 사진물이 있어 기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알려 준다.
유리전시관에는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기린’ ‘신흥’ ‘아리랑’ 등의 상표를 붙인 통성냥과 갑성냥이 전시돼 있다.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성냥 제품을 둘러보고 다방에서 성냥 쌓기에 몰두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조형물까지 감상하면 아련히 떠오르는 오랜 추억을 되살리게 된다.
■클레이아크미술관과 분청도자박물관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인 공간이다. 본관인 돔하우스 외벽부터 정말 독특해서 눈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외벽은 구운 도자 5000장을 붙여 만든 것인데, 이 자체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1호 소장품 ‘파이어드 페인팅(구운 그림)’이다. 돔하우스는 건축물이면서 도자 작품이고 회화 작품인 셈이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에는 ‘전시품’이 아니라 ‘건물’을 보러 가는 관람객이 연간 100만 명을 넘는다는데, 파이어드 페인팅 하나만으로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돔하우스에 들어가면 중앙 홀을 덮은 유리 돔과 여타 박물관, 미술관과는 달리 특이한 회전식 계단으로 이뤄진 내부 구성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돔하우스 1층과 2층을 둘러본 뒤 2층 뒷문을 통해 또 다른 전시관인 큐빅하우스로 올라간다. 두 건물 사이에는 오벨리스크 모양의 ‘타워’가 설치돼 있다. 이 구조물도 파이어드 페인팅 1000장을 붙여 만들었는데, 훌륭한 사진 한 장 찍기에 여기보다 나은 곳은 없어 보인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에서는 미술관 소장품전 ‘흙과 건축’은 물론 대한민국공예품대전 김해시 작가 수상작 전시회와 청자·백자·분청사기 도자기 비교전, 동아시아 홈테이블웨어전 등이 진행 중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답고 독창적인 작품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바로 앞의 분청도자박물관은 분청사기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분청사기의 역사, 제작 방법, 제작 지역 등은 물론 각종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전시한 시설이다. 박물관 옆에는 분청도자전시판매관이 있어 클레이아크미술관과 분청도자박물관을 둘러본 뒤 들어가 볼 만하다.
■한글박물관
경남 김해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한글박물관이 있다고 하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라고 물을지 모른다. 이때 ‘김해는 해방 이후 최고의 한글학자 허웅과 일제강점기 한글학자 겸 독립운동가 이윤재의 고향’이라는 답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김해한글박물관은 기본적으로 허웅과 이윤재를 소개하는 자료를 전시한 시설이다. 두 한글학자의 인생은 물론 한글 연구에 바친 노력과 성과를 소개한다. 두 학자의 소중한 저술과 연구 자료도 비치돼 있다.
작은 박물관이지만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 등 한글과 관련된 각종 책자, 문서 4000여 점을 알차게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귀중한 자료들이다. 이곳에서는 관람 재미를 더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를 주제로 영상을 첨가한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한글박물관 주변은 한글문화공원이다. 원래 명칭은 나비공원이었지만 한글박물관 조성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대구 마천산에 방치돼 있던 이윤재의 묘비와 기념물이다. 8년 전에야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2025-01-02 [07:00]
-
호텔 짐 풀면 주변 편의시설, 산책로부터 파악하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⑨
오후 늦게 현지에 도착한 항공기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시내 숙소로 이동한다. 긴 이동 시간에 지친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여행을 기다리는 마음은 가볍다. 호텔 도착 시간이 늦은 밤이거나 아예 새벽이라면 호텔에 미리 이메일로 ‘도착이 늦다’고 연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텔 측이 ‘노쇼’로 간주해 예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호텔에 도착하면
호텔 프런트에서 방 열쇠와 조식 쿠폰을 받으면 객실로 가면 된다. 때로는 쿠폰을 주지 않고 아침에 식당 입구에서 방 번호만 밝혀도 된다. 쿠폰을 주지 않는다면 프런트 직원에게 조식 요령과 조식 식당이 어딘지 물어 보는 게 좋다.
요즘 해외여행을 가서 호텔에 짐을 풀 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빈대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빈대가 출몰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빈대 소동이 많이 잠잠해졌지만 그래도 걱정된다면 이전에 기자가 쓴 ‘해외호텔 여행용가방에 빈대 붙여 오지 않으려면’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또 호텔에서는 분실, 도난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난다. 사고를 당하면 호텔에 신고하면 되지만 호텔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 기사 ‘객실에서 잃어버린 반지, 호텔만 믿고 기다리면 안 되는 이유’를 참조하기 바란다.
호텔 객실에 짐을 풀면 일단 주변부터 간단히 둘러봐야 한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시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곳에서 물이나 과자, 빵, 과일 등 호텔에서 머무는 기간에 맞춰 간식으로 먹을 음식을 미리 사 두는 게 좋다.
대부분 호텔에서는 객실에 1인당 하루 물 1병을 공짜로 제공한다. 냉장고에 든 나머지 음료수, 술, 과자는 모두 유료이기 때문에 이용할 경우 돈을 내야 한다. 밖에서 사 먹을 때와 비교하면 2~3배 가격이어서 꽤 비싸다.
도착한 첫날에 호텔 주변 지리도 익혀두는 게 좋다. 아침에 간단히 산책할 코스는 있는지, 저녁에 식사를 해결할 식당은 있는지, 동네 시장이 있는지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첫날 밤은 너무 피곤하거나 너무 설레어서 잠이 안 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불을 켜 두고 밤을 새워서는 곤란하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불을 끄고 쉬는 게 좋다. 숙면은 못 하더라도 눈을 감고 몸을 누이는 게 피로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된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면 다음 날은 휴식일로 삼아 쉬어도 되지만 가능하면 움직이는 게 좋다. 피곤하다고 객실에 머물며 눈을 붙이면 밤에 또 불면에 시달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낮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다가 일찍 돌아와 초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시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할 때 조심 또 조심
여행을 할 때 하루 일정을 너무 일찍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인다. 몸이 정말 힘들어 나중에는 움직이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소에 꼭 가고 싶을 때에만 일찍부터 서두르고 나머지 날에는 천천히 돌아다니는 게 바람직하다.
이전에도 한 번 설명했지만 기자는 나이 오십을 넘어선 이후에는 해외여행을 갈 때 ‘힘든 일정 절대 사절’을 신조로 삼았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오전 10시 무렵 호텔에서 나서는 철칙을 절대 깨뜨리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꼭 ‘귀가’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일일 투어를 하고 싶다면 출발 전에 미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예약하면 된다. 혹시 예약하지 않았다면 호텔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니면 호텔 로비에 비치된 팸플릿이나 명함을 이용해도 된다. 호텔 프런트에서 체크인할 때 미리 팸플릿을 챙겨두는 게 좋다.
여행할 때는 늘 작은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좋다. 배낭에 물 한 병과 빵 또는 과자 한 봉지 정도를 넣어 다녀야 혹시 식사를 놓치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물휴지와 종이휴지도 넣어두는 게 바람직하다.
호텔에서 나가기 전에 프런트에 비치된 숙소 주소 명함을 들고 다니거나 숙소 전경을 휴대폰 사진으로 찍어두는 게 좋다. 나중에 혹시 길을 잃어버릴 경우 유용하다.
곳곳을 돌아다니다 소매치기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작은 자물쇠로 배낭 지퍼를 잠그는 게 좋다. 아니면 끈으로 두 겹 세 겹 묶어야 한다.
지갑 날치기를 막으려면 전대를 허리에 착용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보기 싫다면 현금과 카드를 분리해서 다른 곳에 넣어야 한다. 현금도 나눠서 넣는 게 좋다. 지갑에 카드와 현금 3분의 1을 넣어 윗도리 안주머니에, 청바지 앞주머니 두 곳에 각각 현금 3분의 1을 나눠 넣는 게 바람직하다. 지갑을 웃옷 바깥주머니나 바지 뒷주머니에 넣는 어리석은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웃옷 지퍼는 늘 잠가 소매치기가 손을 넣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름에는 반팔티셔츠만 입기 때문에 상의에 카드나 현금을 넣을 수 없다. 이때는 등에 닿는 쪽에 지퍼로 잠그는 주머니가 있는 배낭을 사서 여권과 현금을 넣는 게 좋다. 아니면 위에서도 말했듯이 지갑과 소지품을 배낭에 넣어 자물쇠로 잠가도 된다. 소매치기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식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기사 ‘소매치기 극성 유럽…넋 놓고 있다간 어~ 내 지갑’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행 도중 잠시 쉬다 이동할 경우가 있다. 이때 항상 명심할 점은 이동하기 전에 늘 물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잠시 앉아 있을 때에는 꼭 꺼내야 할 물건 이외에 짐을 과도하게 풀어서는 안 된다.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해서 짐을 풀면 나중에 다시 챙긴 다음에는 가방 밖에 빼놓은 것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가방을 다시 정리했다고 휙 가버리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동할 때는 움직이기 전에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기타 주의사항
부부나 지인끼리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실수하더라도 절대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실수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돌아가면 되고, 안 보면 된다. 특히 부부끼리, 친구끼리 여행할 경우에는 더 그렇다. 짜증을 내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되레 괴롭고 힘들어진다.
여행을 다닐 때 저녁에는 기록을 하자. 글을 잘 쓰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순간순간 느낌 감정을 간단하게 적어 놓으면 된다. 나중에 메모를 보면서 당시 감정을 되살려 잘 꾸미면 멋진 글이 된다. 적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낮에 찍은 사진도 정리하자. 기자는 노트북을 들고 가서 낮에 찍은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해 노트북에 옮겨 둔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미리 공부해야 한다. 공부라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면 인터넷에서 훌륭한 사진을 찾아본 다음 어디서 찍었는지를 확인해 그 장소에 가서 똑같이 찍으면 된다.
저녁에 사진을 찍을 때에는 휴대폰 손전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두워 얼굴이 잘 안 나올 경우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고 다른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배경도 살고 얼굴도 밝게 나온다.
가능하면 식사는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해결하지 않는 게 좋다. 값만 비싸고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나라 관광지 식당을 생각하면 사정이 비슷하다. 차라리 햄버거 가게에 가는 게 낫다.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식사 때에는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가자. 관광지와 현지인이 사는 주택가는 사실 그다지 멀지 않다. 아니면 점심은 관광지에서 먹더라도 최소한 저녁은 현지인이 가는 식당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점심은 간단하게, 저녁은 거창하게.’
우리는 한국에서 저녁 때마다 외식하지는 않는다. 현지인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점에 가서 음식을 사서 호텔 객실에서 먹으면 된다. 우리도 매장에 가서 장을 보듯이 현지인도 장을 본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사 오면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 물론 고급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현지인이 먹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라.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기 사용법을 익혀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길을 물어볼 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여행하는 도중 사진을 찍으면 가족에게 보내는 게 좋다. 나중에 비상사태가 생길 경우 가족이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건을 사거나 밥값을 낼 때는 미리 얼마인지 총액을 계산해보는 게 좋다. 가게나 식당 직원이 바가지를 씌울 경우가 없지 않다. 바가지라는 게 확인되면 곧바로 따지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동전이 생기면 늘 얼마인지 잘 세어야 한다.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동전을 잘 활용해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 동전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2024-05-01 [07:00]
-
“공항엔 일찍 가세요”…좋은 좌석 고르고 업그레이드 받을지도 [청바지의 여행도전] ⑧
드디어 유럽 여행을 떠나는 날이 밝았다. 미리 싸둔 짐을 끌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나선다. 이제는 유럽으로 떠나는 항공기를 타러 인천공항에 갈 차례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의 여행은 마침내 출발이다.
■공항에는 미리 가야
집에서 나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공항에는 일찍 가는 게 좋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일찍’은 국제선의 경우 항공기 출발 시간보다 최소한 3시간 이전을 의미한다.
일찍 가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항공권을 받을 때 좌석을 고를 수 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뜻밖의 횡재를 할지도 모른다. 항공사는 승객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에 대비해 좌석을 초과예약(오버부킹)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아무도 안 빠지기도 한다. 이때는 일찍 가면 좌석 업그레이드라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필자도 10년 전 호주 시드니에 취재하러 갈 때 뜻하지 않게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바꿔 편하게 날아간 적이 있다. 일찍 가면 일찌감치 항공권을 받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피로를 풀 수 있고, 일찌감치 탑승장에 들어가 면세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출발시간이 너무 촉박하게 공항에 가면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 항공기를 놓칠 수도 있고, 면세점 쇼핑은커녕 식사할 시간도 모자란다. 좌석을 선택하는 게 불가능해서 배정받는 대로 앉아야 하므로 낯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 화장실에 갈 때 매우 불편할 경우가 많다.
공항에 늦게 가는 바람에 항공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월 18일 ‘가성비 항공권, 폭탄 부메랑 맞지 않으려면 [트래블 tip톡] ⑥’이라는 기사에 상세히 설명했으니 참조하길 바란다.
■인천공항 오전 출발 시
부산, 경남, 대구, 경북에서 인천공항으로 가야 한다면 여러 방법 중에서 골라야 한다. 먼저 유럽행 항공기가 인천공항에서 오후에 출발한다면 오전에 열차를 타고 가면 된다.
오전 출발 항공기라면 전날 저녁에 미리 올라가서 서울이나 인천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당일 오전 일찍 인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내항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바로 갈 수 있었다.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 운항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항공사 항공기로 환승하는 승객은 내항기를 탈 수 없다.
에어부산, 아시아나가 김해공항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하지만,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인천공항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국제선을 타기는 어렵다. 부산에서 오전 4시 45분에 출발해 서울에 7시 28분에 도착하는 KTX 열차가 있지만 시간이 너무 빡빡해서 항공기를 놓칠지도 모른다.
경비를 절감하려면 부산(해운대, 서면, 동래, 부산역)이나 대구(성서 홈플러스), 경남 창원시(창원역) 및 진주시(개양고속정류장)에서 밤에 출발하는 ‘동부하나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정 무렵에 출발해서 버스에서 자고 인천공항에는 다음날 오전 5시 무렵에 도착한다.
■좋은 좌석 고르기
항공사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할 때에는 발권 직원에게 꼭 원하는 좌석 위치를 밝히고 그 자리를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원하는 좌석을 반드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가면 구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에서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 ‘아일 라이크 언 아일 싯(I like an aisle seat)’이나 ‘아일 라이크 어 윈도 싯(I like a window seat)’이라고 말하면 된다. 공항에 가기 전에 항공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하는 좌석을 미리 선택할 수도 있다. 때로는 비용이 들지도 모르니 잘 확인해야 한다.
국제선 장거리 항공기의 경우 좌우 창 쪽에 2~3개씩, 그리고 중간에 3~4개씩 좌석이 설치된다.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좌석을 잘 골라야 한다. 많이 움직이거나 화장실에 자주 간다면 복도 쪽 좌석을, 계속 자고 싶다거나 덜 움직이는 편이라면 창 쪽 좌석을 고르는 게 좋다.
혼자 유럽행 장거리 항공기를 이용한다면 창 쪽이나 중간 어디든 복도에 붙은 좌석에 앉는 게 편리하다. 창 쪽에 앉아 창밖으로 구름, 하늘을 내다보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겨우 1~2분이면 감흥은 사라진다. 창 쪽에 앉으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옆자리 승객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때로는 옆자리 승객 무릎 위로 다리를 들어 올려 힘들고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반면 복도 쪽에 앉으면 화장실에 가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 일어나 돌아다니며 운동하기 편하다. 게다가 복도 쪽 좌석은 창 쪽보다 따뜻하다. 부부끼리 둘이서 여행할 때는 복도 쪽으로 나란히 두 자리를 골라야 한다. 세 명일 경우 창 쪽 세 좌석에 나란히 앉는 게 좋다. 네 명이면 창 쪽 세 좌석과 중간 쪽 좌석 중에서 복도에 붙은 곳까지 나란히 네 좌석을 골라야 한다.
환승 시간이 짧아 남들보다 먼저 내려야 한다면 앞쪽 좌석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능하면 화장실 인근 좌석은 피하는 게 낫다. 가끔 냄새도 나고 화장실 이용 승객이 오가거나 주변에 서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하다.
■탑승, 환승 요령
항공권을 발권하고 검색대를 지나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 게이트에 도착하면 승무원 지시에 따라 탑승해야 한다. 승무원은 대개 혼잡을 피하기 위해 노약자, 어린이 동반 승객에 이어 항공기 뒤쪽 좌석 승객부터 먼저 태운다.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 게이트에 늦게 가서 늦게 타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좌석 인근 짐칸에 짐을 넣지 못하고 먼 짐칸에 넣게 될지도 모른다. 나중에 내릴 때 정말 불편하다. 따라서 탑승할 때는 미리 게이트에 가서 기다리다가 순서대로 타는 게 좋다. 항공기 좌석이 초과 예약됐을 경우 때로는 탑승 게이트에서 먼저 오는 승객을 골라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기도 한다.
탑승장에 들어가면, 특히 외국공항에서 환승할 때에는 늘 항공기 출발 상황을 알려주는 전광 안내판을 주시해야 한다. 이곳에는 항공기에 탑승할 게이트나 출발시간이 표시되는데, 내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항공권에 ‘12번 게이트’라고 적혔고 표를 받을 때 발권 담당 직원이 ‘12번 게이트’라고 설명했다고 하더라도 항공기를 타는 게이트가 변경될 수 있다는 뜻이다.
탑승 게이트가 바뀌면 안내방송을 하지만 현지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영어를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때는 전광 안내판을 봐야 한다. 안내방송에서 내가 가려는 목적지나 항공기 편명을 부르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면 무조건 안내판에 달려가서 확인해야 한다. 안내판 내용은 수시로, 즉각 바꾸기 때문에 게이트 변경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외국 공항에서 환승할 때에는 열차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특히 안내방송과 안내판을 늘 잘 살펴야 한다.
환승할 때에는 안내판을 잘 보면서 가야 한다. 일단 환승을 뜻하는 ‘트랜스퍼(transfer)’를 따라가면 된다. 때로는 ‘트랜짓(transit)’이라는 안내판도 있는데 이 안내판을 따라가도 된다. 대개의 경우 트랜스퍼와 트랜짓은 같은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트랜스퍼는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와 갈아타는 항공기가 다른 경우다. 트랜짓은 이와 달리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외국공항에서 다른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기내를 정리하는 동안 모든 승객이 잠시 내렸다가 원래 항공기에 다시 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 하나. 혼자나 부부끼리 자유여행을 할 때는 출발하기 전이나 출발할 때 그리고 이동할 때마다 자녀나 다른 가족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는 게 좋다. 혹시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가족이 알면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024-04-17 [07:00]
-
소지품 목록 작성해 이삼일 전 미리 짐 꾸려야 [청바지의 여행도전] ⑦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여행 도전’의 모든 준비는 마무리됐다. 이제 짐을 싸고 출발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짐을 쌀 때도 요령이 있다. 잘 꾸려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짐을 잘 싸는 방법을 알아보자.
■미리미리
여행용 가방은 당일 아침이나 전날 저녁보다는 이삼일 전에 꺼내 놓고 미리미리 천천히 꾸리는 게 좋다. 서둘러 싸다 보면 한두 가지씩 빼먹는 게 있기 때문이다. 출발 며칠 전에 가방을 거실에 꺼내 놓으면 빼먹은 게 하나씩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짐을 싸기 전에 뭘 가져갈지 리스트를 작성하면 잊어먹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출국할 때는 가방을 가득 채우면 안 된다. 돌아올 때 선물을 넣을 공간이 없어진다.
여행용 가방에는 ‘내 가방’이라는 걸 분명하게 알려줄 표식을 남겨야 한다. 공항에 가면 비슷한 여행용가방이 많기 때문에 이동 도중에 또는 짐을 찾을 때 헷갈릴 수 있다. 기자는 가방에 ‘남태우’라는 이름의 한글 초성 약자 ‘LEO’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가방을 더럽히기 싫다면 눈에 띄는 이름표를 달아도 된다.
항공기 안이나 이동하는 도중에 필요한 물건은 수하물로 부칠 대형 여행용 캐리어에 넣지 말고 메거나 들고 다닐 배낭에 넣어야 한다. 이때에는 항공사 짐 규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반드시 수하물로 발송해야 하는 물품과 기내에 들고 갈 수 있는 물품을 잘 살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면 놔두고 가야 한다. 검색대 직원은 귀국할 때 돌려준다고 하지만 비싼 물품이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으러 가기는 쉽지 않다.
항공권, 호텔 바우처를 포함해 각종 문서는 복사본을 출력해 들고 가야 한다. 여권은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 찍은 사진은 본인 이메일로 발송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외국에서 분실해서 임시여권을 재발급받을 때 도움이 된다. 항공기나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리거나 파손됐을 때 대처하는 요령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사 ‘가방 구매 영수증 챙기고 짐 쌀 때 사진 꼭 찍어야’를 참조하기 바란다.
■옷과 양말
보름 정도 여행한다면 입고 가는 옷 외에 티셔츠는 겨울에 2개, 여름에는 4개 정도를 넣는 게 좋다. 바지는 입고 가는 바지 외에 한 개만 더 있어도 된다. 양말은 1주일 치를 넣어 가면 된다. 한 번만 입을 옷은 절대 가져가서는 안 된다. 버릴 수도 없고 짐만 된다.
티셔츠, 바지, 양말 등은 제각각 비닐봉지에 따로 넣어야 공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화장품 등은 파우치에 넣어 가는 게 좋다. 비닐봉지를 꽁꽁 묶은 뒤 구멍을 작게 뚫어 바람을 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부피가 큰 점퍼나 스웨터는 압축 비닐봉지에 넣어 가는 게 좋다. 티셔츠나 바지는 비닐봉지에 넣는 대신 옷을 둘둘 말아 넣어도 된다. 물론 구겨지는 옷은 제외다. 양말은 옷 사이사이 빈 공간에 채워 넣으면 된다. 구겨진 옷을 펼 때 도움이 되도록 작은 분무기를 가져가면 좋다. 옷을 비닐봉지에 넣을 때에는 마른 키친타월 한 장을 함께 넣으면 습기를 제거하고 냄새를 방지할 수 있다.
입은 옷을 호텔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 빨려면 세탁비누나 세제를 가져가는 게 좋다. 호텔 욕실의 비누는 1회용이어서 작아 빨래하기에 불편하다. 빨래한 옷을 걸어둘 수 있도록 1회용 옷걸이도 여러 개 챙겨가는 게 좋다.
■옷 이외 물건
여행에서는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 발에 편한 게 가장 좋다. 운동화가 최고다. 운동화는 두 켤레를 가지고 가서 매일 바꿔 신는 게 바람직하다. 새 신발을 살 생각이라면 미리 사서 며칠간 신고 다니며 길을 들여야 한다. 호텔 객실 슬리퍼는 대개 질이 썩 좋지 않다. 한국에서 나름대로 괜찮은 슬리퍼를 하나 사서 가는 걸 권한다. 기껏해야 개당 1만 원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객실 휴지통에 버리면 된다.
무거운 물건을 무조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무료 허용 수하물 중량에 맞춰야 한다. 부서지기 쉬운 물건은 옷 사이에 끼워 넣는다. 화장품, 샴푸, 치약 등은 새지 않도록 비닐봉지에 이중삼중으로 보관한다. 가능하면 보석류는 가지고 가지 않길 권한라. 비싼 명품가방도 두고 가는 게 좋다. 소매치기나 강도의 표적이 된다.
짐을 다 싼 뒤에는 비닐봉지 여러 개를 여분으로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귀국할 때 입어 더러워진 옷을 넣어 와야 한다. 돌아올 때도 더러운 옷을 마구 넣지 말고 새 옷처럼 잘 개서 넣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어댑터도 챙겨야 한다. 다이소에 가면 유럽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 많다. USB 플러그도 챙겨야 한다. 만일의 경우에 필요한 제품은 가져가지 마라. 가방 공간만 차지한다. 필요할 경우 현지에서 사는 게 낫다.
호텔 수건이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므로 수건을 두어 개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여행을 다닐 때 물병 등을 넣어갈 수 있는 작은 배낭을 준비해야 한다. 책 등 무거운 물건은 배낭에 넣어 등에 메고 항공기에 탑승하는 게 좋다. 손톱깎이, 면봉, 휴대용 휴지, 물휴지는 물론 상처에 붙이는 밴드 같은 응급의료용품은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 과일을 깎아먹을 작은 칼, 1회용 젓가락이나 숟가락도 가져가는 게 편리하다.
2024-04-0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