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살아있다] '스승과제자' (4) '번뜩이는 칼 끝' 세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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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펜싱 사브르 개척자 동의대 펜싱부 이효근 감독-김계환 선수

부산 펜싱 사브르를 전국최강으로 이끈 동의대 펜싱부 이효근(왼쪽) 감독이 연습에 앞서 김계환 선수에게 펜싱 연습복을 입히고 있다.


△사브르의 개척자=동의대 펜싱부 이효근 감독과 김계환 선수는 부산 펜싱 '사브르의 개척자'다. 이들이 사브르를 하기 전에 부산에는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 한명도 없었다. 이 감독은 부산에 사브르의 씨를 뿌렸고 김계환은 그 씨에서 피어난 '부산 사브르 1호'다.

그렇게 맺어진 두 사람의 사제 관계는 8년 동안 이어져왔다. 이 감독은 양운중을 떠나 2000년 동의대로 자리를 옮겼다. 김계환은 신도고를 거쳐 동의대에 입학했다. 그는 고교 시절에도 사실상 동의대에서 살다시피 했다. 신도고에 펜싱 시설이 없어 동의대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서울 홍익고 2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12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베이징과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AG),애틀랜타 올림픽 등 큰 대회에도 나섰다. 하지만 한번도 우승을 해보지는 못했다. AG에서 은메달만 여러번 따는 데 그쳤다. 애틀랜타에서는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기권하고 국내로 돌아와 수술을 받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금메달을 꿈꾸며=이 감독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G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가슴을 쳤다. 자신의 제자인 동의대 출신의 오은석 선수가 중국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심판 편파 판정 탓에 14-15 한점 차이로 패한 것이다. "제가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꿈을 은석이가 이뤄주리라고 믿었는데 기대가 깨지고 말았다." 이 감독은 아직도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제자 걱정이 앞선다. "1점 때문에 은석이는 군 입대 면제 특혜를 놓쳤습니다. 실망이 저보다 백배는 더 크겠지요."

AG 첫 금의 수포로 돌아간 지금 이 감독은 김계환을 통해 희망을 키우고 있다.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AG에서 그가 꼭 금을 목게 걸 것이라는 꿈이다. 실제 김계환은 그럴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이 감독의 판단이다. "계환이의 순발력과 민첩성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봅니다. 상대 선수를 분석하는 두뇌도 뛰어납니다."

다만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되기에는 키가 조금 작은 게 문제점이다. 190㎝는 넘어야 하는데 김계환의 키는 180㎝에 불과하다. 팔 길이 등에서 절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김계환은 지난해 4명을 뽑는 AG대표선발전에 출전했다가 5위에 그쳐 간발의 차이로 탈락했다. 실력은 충분했지만 경험이 모자란 탓에 의욕이 앞서 너무 서둘렀다는 게 본인의 분석이다.

탈락 후유증으로 몇주 동안 검을 못 잡았다고 한다. "혼자 한참을 생각해보니,떨어진 것은 떨어진 것이니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는 못 됐지만 배운 것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안주하지 않는다=스승에 대한 제자의 평가는 어떨까. "겉으로만 열심히 하는 척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감독님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싫어하세요. 저는 물론 동료 선수들이 보기에도 겉과 속이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제자의 칭찬이 쑥쓰러운지 이 감독의 얼굴이 벌개진다.

이 감독은 평소에 자신의 선수 생활 때 경험을 자주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그가 처음 검을 잡았을 때는 국내에 사브르 전문 지도자가 없어 기술을 제대로 배우기 어려웠다. 외국에 시합 나가면 외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와서 연구하곤 했다. 이때부터 '지도자를 해서 내가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다고 한다.

서울지하철공사 정식 직원이었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그대로 눌러 앉았으면 은퇴하고 부역장으로 발령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편안한 자리를 떨치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생각이 늘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털어놓는다.

부산으로 내려올 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동의대학교 측에서 여자 사브르 팀도 창단할 계획을 세우는 등 펜싱부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옮기길 잘 했다는 생각이다.

김계환은 올해 3학년에 올라간다. 벌써부터 여러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제자가 학교를 졸업한 뒤 상무에 입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는 게 경험에서 나온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김계환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되면 현실에 안주할 것 같아요. 올림픽과 AG에서 금메달을 따 당당하게 군 입대를 면제받고 싶습니다." 스승의 요구를 거스르는(?) 제자의 발언에 이 감독은 허허 하고 웃는다. 남태우기자 leo@busanilbo.com

◇이효근 감독
 
-1987년 홍익고 2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
-1990년 베이징AG 사브르 남자단체 은
-1994년 히로시마AG 남자단체 은
-2000년 동의대 펜싱 감독
 

◇ 김계환 선수
 
-2000년 전국 대회 중학부 4관왕
-2006년 청소년 국가대표
-2006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5위
-2006년 전국체전 남자일반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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