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휴 잭맨 "검은 수염, 원작에 한 줄...기존 해적과 다른 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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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비에스투데이 김상혁 기자] '피터팬'을 읽어본 사람 중 검은 수염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원작에서 검은 수염은 거의 비중이 없다. 단지 후크 선장에게 배를 모는 기술을 가르친 악역 정도로만 나온다.

8일 개봉하는 영화 '팬'은 우리가 아는 이야기 '피터팬'의 프리퀄에 해당한다. 어린 고아였던 피터가 어떻게 피터팬으로 자라났는지, 왜 날 수 있게 됐고, 어떻게 후크와 만나게 됐는지 등 미지의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해냈다. 그러면서 거의 비중이 없던 검은 수염의 역할도 막대해졌다.

이와 관련 1일 일본 도쿄의 페닌슐라 호텔에서는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 라이트 감독과 주연 배우 휴 잭맨, 리바이 밀러가 참석했다. 

사람들에게 '피터팬의 적은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후크 선장을 떠올린다. 그리고나머지 하나는 아마도 영화 '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휴 잭맨이 '팬'에서 연기한 검은 수염은 사실 낯선 이름이다. 그는 검은 수염에 대해 "원작에선 단 한 줄로 소개돼 있다. 관련 자료는 거의 없었다"며 "그래서 감독이 원했던 아이의 눈에 비춰진 해적의 모습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예측불허한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검은 수염을 그렇게 표현하려 노력했다"며 "기존의 해적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설명했다.

휴 잭맨은 악당 역할을 맡은 생각도 털어놨다. 그는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는다"며 "거기서 우릴 강하게 만드는 건 용기다. 그리고 용기는 우릴 더 좋은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정리했다. 또 "하지만 쉽지 않다"며 "나쁜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쉽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할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을 피력했다.

휴 잭맨에게 이번 악역은 '채피'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악역 연기를 선뜻 하게 된 이유로 감독을 꼽았다. "9년 전, 니콜 키드먼과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역량있는 감독과 작업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고 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감독이 조 라이트라는 것을 알고서는 더 좋았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꼭 검은 수염이 아니었더라도 촬영했을 것이다."

여기에 휴 잭맨은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채피'에서 연기했던 빈센트에와 검은 수염의 차이점으로 외모를 꼽았다. 그는 "'채피'에서 머리는 풍성했지만 '팬'에서는 대머리였다"며 "대머리로 몇 달간을 지냈으니 가족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휴 잭맨은 함께 연기한 한국 배우 나태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태주의 무술 실력에 감탄했다. 그는 "영화에서 검은 수염과 나태주가 싸우는 장면이 없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싸웠다면 내 액션 이미지가 많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재치있게 나태주의 무술 연기를 칭찬했다.

친한 배우로 유명한 휴 잭맨은 한국 사랑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아이가 한복을 입고 학교 가는건 이미 많이 알려졌다"면서 "그런데 재밌는 건 우리집 강아지도 한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그 녀석은 수놈인데 저고리 입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해 모두를 폭소케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휴 잭맨은 자신이 서울 홍보대사임을 은근히 강조하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사진=워너 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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