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알박기' 성행…68%가 실수요 목적 아닌 ‘허수신청’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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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공급권 선점 통한 개발이익 챙기기 성행 우려
데이터센터 입지 78%·전력수요 75% 수도권 집중
“데이터센터 최적입지 도출·부동산투기관리지역 지정 필요”
“송전망 투자 왜곡”…한전, 비실수요자 배제 방안 마련키로

데이터센터 사진. 부산일보DB 데이터센터 사진. 부산일보DB
출처: 한전. 최형두 의원실 제공 출처: 한전. 최형두 의원실 제공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 확대로 전력다소비시설인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 가운데,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점검 결과 687건(67.7%)이 실수요 목적이 아닌 ‘허수신청’으로 확인됐다.

전력 공급권을 선점해 개발 이익만 챙기려는 '데이터센터 전기 알박기'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전력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경남 마산합포)이 한국전력공사(한전)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터센터 전기공급실태 특별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2020년 1월~2023년 2월) 점검 결과 678건(67.7%)이 실수요 목적이 아닌 허수 신청으로 확인됐다.

한전 감사실은 동일 주소에 다수가 신청한 경우, 동일 고객이 다수지역을 신청한 경우, 개인명의의 여러 곳에 신청한 경우 등 하나씩 대조·확인 절차를 거쳤다.


출처: 한전. 최형두 의원실 제공 출처: 한전. 최형두 의원실 제공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파악 시 허수가 포함된 기초자료를 제출할 경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정확도가 저하됨은 물론, 장기송변전설비계획 과다 반영 등의 우려가 있다. 즉, 전력설비계획 왜곡에 따른 예산낭비, 매몰비용 발생의 우려가 생긴다. 또한, 전력설비 투자비용 상승 및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민편익과 산업경쟁력 저하, 건전한 디지털 산업 발전 저해 등 국가 전체적 비효율이 우려된다.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1001건 점검 결과 데이터센터 입지의 78%, 전력수요의 75%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산업 관련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추가 건설 부담 및 계통 혼잡 유발, 집중지역 재난 발생 시 통신 인프라 마비, 지역간 균형발전에 저해 요소가 발생한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지난 2008년 99개, 2019년도에는 158개, 2023년도 202개에 이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60% 넘게 집중돼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연평균 6.8%씩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역시 오는 2027년에는 2021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약 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형두 의원은 “전력수급계획 기초자료 제공 시 데이터센터 허수 신청을 제외하고 실수요를 반영해 정확한 전력수요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며 “또한 전기사용장소 건축물(토지) 소유자(동의) 확인 절차 마련 및 동일 주소에 여러 고객이 신청하지 못하도록 차단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및 지역분산 활성화 유도를 위해서 데이터센터 운영 시 필수적인 전기·용수·통신네트워크설비 등 인프라 관련기관 합동 협의를 통한 데이터센터 최적입지 도출 및 부동산 투기 관리지역으로 지정·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 7월부터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 실태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데이터센터용 전기 사용 신청 중 상당수가 투기 성격으로 의심되는 가수요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관련 계획을 마련해 한전에 전기사용예정통지를 해 한전으로부터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아야 한다.전기사용예정통지 회신이 나오면 사업자는 해당 토지와 건축물 소유자 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전기 사용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행 규정상 예정통지 단계까지는 토지·건축물 소유자의 동의는 필요 없어 '컨설팅 업체'들이 이런 공백을 활용해 부동산 개발 이익을 챙기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 전기사용예정통지 단계를 지나 정식으로 전력 공급 승인을 받고 나서도 1년 이상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례도 33건 발견됐다.

실수요자가 아닌 사업자가 장기간 전기 공급 용량을 선점하면 정작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겪게 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데이터센터 전기사용예정통지 단계부터 토지·건축물 소유자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신설하고, 장기간 공급 용량을 선점한 데이터센터 고객의 전기 사용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전력 공급이 확정된 부지 매매를 통해 개발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데이터센터 개발 업자들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과다하게 반영돼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상 과투자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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