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항공사 없는 가덕신공항은 ‘팥소 없는 찐빵’ [리뉴얼 부산]
설 대목 증편 못 하는 에어부산
신공항 성공 핵심 역할 기대 불구
대한항공 독점 논란에 노선 막혀
투자 부실에 인력도 유출 이중고
분리매각 절실 지역 여론 재점화
에어부산의 인력 부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에어부산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해 조속한 분리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지역 거점 항공사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왜 지역 거점 항공사인가
지역 거점 항공사는 가덕신공항이 성공적으로 개항하는 데 절대적인 필수 요소다. 공항을 거점으로 한 일정 규모의 항공사가 있어야 항공 수요를 충족하는 국내외 노선을 적극 개발하고 공항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에선 당초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LCC 본사가 부산에 유치되길 희망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 에어서울이 합쳐진 통합 LCC 본사가 부산을 거점으로 하면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신규 노선 확보를 통해 ‘신공항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정부가 “항공사 자율 결정”이라며 지방 공항 LCC 허브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데다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 통합 LCC 본사를 두겠다고 밝히면서 본사 유치는 물 건너 갔다. 아시아나와의 통합으로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되는 대한항공은 노선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덕신공항 노선 확보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두 기업의 결합이 지연되면서 에어부산은 지난 3년간 운수권 확보 배제로 신규 노선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역 상공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가덕신공항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올해 착공에 들어가는 만큼 에어부산이 지역 거점 항공사가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분리매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민의 염원을 통해 탄생한 에어부산은 출범 이듬해인 2008년 말 부산~김포 노선을 첫 취항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김해공항 이용객 점유율 35%를 유지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부산~가오슝 노선을 취항하는 등 다양한 노선 개발도 앞장서면서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허울뿐인 본사가 아닌 지역 공항을 모항으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항공사로 에어부산이 적임자인 것이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가덕신공항 개항에 맞춰 에어부산이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역할을 하려면 분리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고사 위기에 생존 가능성 ‘물음표’
문제는 에어부산이 가덕신공항 개항 때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 결합에 대해 EU 경쟁당국이 내달 14일 조건부 승인을 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미국과 일본이 어떤 조건을 걸고 나올지 미지수여서 이르면 올해 말 모든 승인 절차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은 그야말로 희망 사항이다. 설사 모든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두 기업이 실질적으로 통합하는 데는 최소 2년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에어부산은 모기업의 기업 결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년은 더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5년간 임금 동결로 업계 평균임금의 80%대에 그치면서 젊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업계에선 임금 동결 이후 매년 100명 이상이 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부산 서면에서 에어부산 임금동결 반대 시위에 나선 바 있는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에어부산 본사 사무실에 가보면 텅 빈 책상이 즐비하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부산의 청년 인재들이 지역에 뿌리내리려면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임금은 줄고 업무는 가중되는데 어떻게 회사에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투자는 더욱 부실해지고 있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경쟁 LCC 업체들은 화물기와 신형 항공기를 잇따라 구입했지만 에어부산은 보유 항공기가 2019년 26대에서 현재 21대로 되레 줄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덕신공항 개항까지 생존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모항을 키울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빈 껍데기 항공사’로 전락할 우려가 큰 것이다. 실제로 항공업계에서는 가덕신공항을 활성화하려면 50대 정도 항공기를 갖춰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을 고사 위기로 내몰아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에 흡수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지역 사회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에어부산 분리매각 추진협의회를 잇따라 설립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29일 1차 회의를 마친 추진협의회는 분리매각 요구를 위한 정부기관 방문, 1만 명 시민궐기대회 등을 계획 중이다. 부산상의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내달 14일 EU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 발표 전후로 산업은행을 직접 찾아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