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고팍스, 원화거래소 첫 퇴출되나?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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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FTX 파산 이후 ‘완전자본잠식’
지난해 바이낸스 인수 기회였는데
FIU 제동에 다시 악화일로
전북은행 이달 말까지 데드라인 설정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고팍스 홈페이지 캡처.

고팍스가 다섯 번째 원화거래소에서 방을 뺄 위기에 몰렸다.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전북은행이 고팍스와 ‘헤어질 결심’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팍스 인수에 나선 ‘구원투수’ 바이낸스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제동을 걸고 있다.

■고팍스 위기 발단 ‘고파이’…빚만 1100억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전북은행이 고팍스에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전북은행의 요구대로 기한을 못 지킨다면 고팍스는 원화거래소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현행법상 원화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맺어야 운영할 수 있다.

전북은행이 초강수를 둔 이유는 고팍스의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자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고팍스의 총부채 규모는 11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배경은 코인계 예·적금으로 불리는 ‘고파이’가 자리하고 있다.

고팍스가 운용했던 고파이는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예치 받아 운용 후 약속된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지난 2022년 11월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이 고팍스의 발목을 잡게 됐다.

FTX의 파산으로 고파이 운용 대부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도산하면서 출금이 중단됐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맡겼던 가상자산은 고팍스의 부채로 남게 됐다.

지난 2022년 고파이 사태로 고팍스의 부채 규모는 566억원이었다. 고파이 계좌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솔라나 등 다수 알트코인이 상품 대상이었다. 하지만 당시 2800만 원대였던 비트코인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가상자산의 불장으로 고팍스의 부채는 2배 가까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플랜B ‘출자전환’…응한 고객 절반 못 미쳐

위기에 몰린 고팍스에게도 기회는 존재했다. 2022년 11월 FTX 파산 사태 이후 지난해 초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 72%를 인수하고, 최대주주 변경이 완료되는 대로 고팍스의 남은 빚도 갚을 계획이었다. 바이낸스의 등장에 고팍스와 고파이 이용자들은 차츰 미소를 되찾게 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산하 FIU의 제동으로 고팍스에 다시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FIU가 바이낸스의 해외 불건전 영업행위를 들여다보겠다며 1년이 지나도록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지연하고 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즉 바이낸스의 인수가 고팍스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던 기회였는데, 이를 FIU가 막고 있다는 게 업계와 고파이 고객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고파이 고객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현재는 소송을 취하했지만, 시위 등 집단행동을 지속 중이다.

결국 고팍스가 완전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하자, 전북은행이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고팍스가 전북은행의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면, 실명계좌 계약 연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팍스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파이 이용자에게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플랜B 카드를 꺼냈다. 채권은 빚이지만 주식은 자본금이기에 고팍스 입장에선 채권이 줄고 주식이 늘어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출자전환에 응한 고객은 아직 절반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바이낸스는 지난달 고팍스 지분을 처분하겠다며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바이낸스 지분을 가져갈 투자자가 나타날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고팍스 관계자는 “(전북은행에서 제시한)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내세울 방법은 출자전환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잠실에 위치했던 오피스도 언주역 인근으로 옮기며 축소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기에 전북은행과 당국도 고팍스의 노력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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