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름값 최고가격제, 시장 왜곡·재정 부담 부작용 고민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단순 통제, 수급 불안·보전 비용 발생 우려
고유가 대응, 신중하고 구조적 해법으로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무조건 항복 없이는 협상이 없다고 밝힌 데다, 이란이 인접국 공격을 재개하자 장기전 우려가 커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동발 고유가 파장은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운송 지연과 운임 상승으로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이러한 시장 불안감은 올해 2% 성장 전망치마저 흔들고 있다. 이란 사태로 촉발된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리터당 2000원으로 치닫는 기름값이 상징적이다. 시장 안정화와 소비자 보호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구조적 대응책을 놓친 채 단기 처방에 급급하다면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정부는 30년 만에 기름값 최고가격제를 검토하고 있다. 판매가 상한을 정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인데, 1990년대 가격 자유화 이후 사문화된 정책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시장 구조가 달라진 상황에서 인위적 통제의 효과와 타당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시장 왜곡 가능성이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공급 기피와 유통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 사재기가 나타날 소지도 있다. 재정 부담도 부작용이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가격을 넘은 부분을 정부가 보전하면 사태 장기화 때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이미 유류세 인하로 세수 감소가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으면 정책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

고유가 대책은 지역 경제의 현실을 살펴서 추진돼야 한다. 부산은 항만과 물류, 수산업 등 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밀집한 도시다. 유가 상승은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르자, 운송·물류업 부담이 커지고, 화훼 농가는 난방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 통제로 공급이 위축되거나 유통 혼란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다. 유류세 인하 연장과 비축유 방출 같은 단기적 완충 장치는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수입선 다변화는 기본이고, 국내 유통 구조 투명성 제고와 취약 업종 선별 지원책 등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이란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변동성과 불안감은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고 금융시장을 마비시킬 공산이 크다. 치솟는 기름값이 물가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내수 감소의 악순환을 초래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보이는 것은 적절하다. 다만 단순 처방이 시장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가격 통제 정책을 30년간 사용하지 않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인기 위주의 단기 대응이 아니라 시장 안정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고려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가는 물가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유가 불안에 대응하는 정책일수록 신중하면서도 구조적인 해법이 요구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