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국립대병원 육성, 서울 원정 사라지는 출발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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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늘리고 지역 특화, AI 서비스 개발
지역민 신뢰받는 완결 의료체계 구축해야

양산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양산부산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암, 뇌·신경 질환 등을 앓는 지방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KTX 새벽 열차를 타고 상경하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4년 1년간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무릅쓴 상경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적·물적 자원의 쏠림 탓에 ‘치료는 서울에서’라는 고정관념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체계의 저평가로 ‘환자 유출’이 고질병이 된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대책이 나왔다.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8월 이관되는 것을 계기로 교육·연구 기관을 넘어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의 책임 기관으로 정립하자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병원 종합적 육성 방향’의 성공 여부는 수도권 집중으로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바로잡는 데에 달려 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10곳의 병상당 전문의 수를 현재 2.3명에서 서울 ‘빅5’ 수준인 4.3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 지역 배정률을 현재 17.8%에서 20% 이상으로 높이고 지역의사제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별 수요를 고려해 특화 분야도 육성되는데, 예컨대 동남권에는 권역외상센터와 산재 치료, 재활·로봇 의료 기능이 확대된다. 이와 관련, 부산대는 어린이통합진료센터, 통합암케어센터 등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립대병원들은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의료 서비스 모델을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병원 임상 역량과 심평원 데이터를 연계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응급·중증 환자의 진단과 이송, 필수의료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지역 의료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첨단 기술만으로 지역 의료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의료의 핵심은 사람이며, 우수 의료진 확보와 정착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 의료기관들이 수도권에 대해 경쟁력을 갖는 한편 지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수 의료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정주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립대병원이 지역·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맡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미 부산대병원은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AI 전환이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역에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건강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의미가 있다. 더 나은 치료를 기대하며 중증 환자가 KTX 새벽 열차에 몸을 싣는 현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국립대병원 육성 정책은 ‘의료 격차’와 ‘원정 치료’라는 자조적 표현이 사라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의 세밀한 로드맵과 병원의 혁신, 지역민의 신뢰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가 뿌리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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