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재건 한국 기업 참여, 경제적 실익 얻는 방향으로
핵 합의 뒤 3000억 달러 투자 기금 조성
건설·에너지 플랜트 강점 기회 잘 살려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60일간의 협상 기간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임시 제재 면제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19일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 서명식을 마치는 즉시 석유 수출과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계속됐던 석유 판매 제재가 47년 만에 해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은 원유 수출뿐 아니라 금융결제, 해상운송, 보험 등 석유 거래와 직결된 제재도 함께 완화할 예정이다. 이란이 원유 수출과 외화 유입 확대를 통해 전쟁과 제재로 침체한 경제를 회복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최종 핵 합의 이후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용 투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기금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아닌 민간 투자 방식으로 운영되며, 미국과 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15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 조달에 동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출자를 약속한 기업으로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들이 거론됐지만 전체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이나 제안은 없지만, 외교부는 “중동 지역 재건 과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민간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이란 재건 사업이 현실화한다면 세계적인 건설·에너지 플랜트, 전력 통신 인프라, 건설기계 기업을 보유한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정유시설과 카타르 LNG 처리 시설 등 중동 각국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일대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만 8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과 중동 국가들은 원유·가스 설비, 발전소, 송배전망, 항만, 철도, 통신망 등 국가 핵심 기반 시설 복구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겨냥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앞당기는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더라도 중동 정세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 미국도 이란 재건 기금이라는 경제적 보상을 무조건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란 측이 종전 협상 내용에 포함된 60일간의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협상에 대한 추가 협상 등을 모두 완료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건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와 변수에 유의하면서 ‘중동 전쟁’ 이후 우리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리를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는 면밀한 정세 파악은 물론 기업들이 재건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