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작열하고 에어컨 없고… 기다리기 겁나는 승강장
반투명 유리 지붕 BRT 승강장
40도 육박 기온 고스란히 노출
정류소 주변 녹지 확대 필요성
동해선 7개역 냉방 승강장 없어
낮 최대 40분 배차 간격도 고역
냉방 홈대합실 순차 설치 예정
부산 BRT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반투명 지붕이 햇빛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진역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캐노피 모습. 오른쪽 사진은 동해선 광역철도 부산원동역 승강장. 이재찬·김동우 기자 chan@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부산 지역 대중교통 이용 시민들이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도심 간선급행버스(BRT) 승강장은 반투명 유리 지붕이 햇빛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시민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동해선 광역철도 일부 역 승강장에는 에어컨이 없어 승객들이 무더위 속에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
■햇빛 못 막는 BRT 승강장
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BRT 승강장 125곳에는 파손 시 파편이 흩어지지 않도록 비산 방지 처리를 한 유리 재질의 반투명 지붕(캐노피)이 설치돼 있다. 전체 캐노피 개수는 승강장마다 2~3개씩으로 총 296개다. 유리에 선팅(빛가림) 처리가 돼 있지만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버스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 시민들은 각종 광고와 안내문이 부착된 승강장 세로 패널이 만들어주는 작은 그늘에 몰려 버스를 기다린다. 올여름 들어 시에 접수된 BRT 더위 관련 민원도 24건에 달한다. 지난 7일 오후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BRT 승강장에서 만난 정 모(75·부산 중구) 씨는 “집 앞 버스 정류장은 바로 옆에 나무 그늘도 있고 편의점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도 괜찮지만 사람이 많은 BRT에서는 꼼짝 없이 햇빛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BRT 도입 당시 승강장 내부에 열기가 갇히지 않도록 바람이 통하는 개방형 구조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개방형 구조는 추운 날씨에 취약하기 때문에 햇빛이 일부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반투명 유리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현재 사고 등으로 캐노피가 파손되면 기존보다 선팅이 짙은 유리로 일부 교체하고 있다. 다만 이는 교통사고 등에 따른 시설 보수 차원인 데다 교체된 캐노피도 햇빛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폭염에 대비한 대책은 별도로 없다. 시 이성한 대중교통과장은 “현재 BRT 승강장 구조는 추위보다 폭염에 더 취약하다고 판단된다”며 “내년 예산 편성 때 폭염 대비책을 마련해 일부라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정류소 주변 녹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햇빛에 노출된 아스팔트 표면은 최고 50도를 웃돌았고, 캐노피 아래도 40도 후반까지 오른 반면 나무 그늘 아래는 30도 초반 수준이었다”며 “그늘을 만들 수 있도록 수목 교체와 녹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어컨 없는 동해선 승강장
부산과 울산을 연결하는 동해선 광역철도 일부 역도 폭염 때 이용이 더 불편하다. 9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동해선 광역철도역 23개소 중 7개소는 승객들이 열차에 타고 내리는 승강장에 에어컨이 없다.
△부전 △태화강 △신해운대 △센텀 △부산원동 △동래 △남창 등 7개 역 이용객들은 여름이면 무더위 속에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 이들 역 승강장에는 대형 선풍기가 가동되고 있지만 기온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다. 동해선 광역철도역 승강장은 개방된 지상형 구조여서 이들 7개소를 제외한 역들은 별도의 홈대합실을 만들어 냉방하고 있다.
부산원동역과 동래역 등 일부 역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이들 역은 승강장 에어컨뿐 아니라 역사 내 맞이방도 없어 에어컨 이용이 불가능하다.
평시 30분 안팎, 낮 시간대에는 최대 40분 가까이 벌어지는 긴 배차 간격도 승객들의 대기를 더욱 고역으로 만든다.
승강장 기온이 33도까지 오른 9일 오전 부산원동역. 부전행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휴대용 선풍기와 부채로 흐르는 땀을 식혔다. 서옥순(74·부산 동래구) 씨는 “에어컨이 없다 보니 요즘 같은 날씨엔 너무 더워 이용하기 꺼려질 정도”라고 말했다.
벡스코 등 16개 역 승강장에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고객대기실(홈대합실)이 2020~2021년 설치됐다.
코레일은 국가철도공단과 협의해 나머지 7개 역 승강장에 에어컨을 갖춘 홈대합실을 순차적으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