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중국 상하이엔 60개 극장 새로 생겨… 확장성 크지만 신중해야” [BPAM,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BPAM 오픈 토크-해외 진출 프로듀서'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 4일 첫 순서 발표
‘여신님이 보고 계셔’ 9억 매출에도 적자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하 BPAM) 일환으로 'BPAM 오픈 토크-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하 BPAM) 일환으로 'BPAM 오픈 토크-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코로나19 발발 시기 3년 동안 중국 상하이에선 60개 극장이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작은 관객 시장’과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확장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 스타일의 홍보마케팅과 최고 50%로 제한한 합자회사 지분율 등 변수도 적지 않아서 중국 진출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하 BPAM) 공식 첫 행사로 4일 오후 남구 문화골목 다반에서 열린 ‘비팜 오픈 토크1-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에 참석한 서울 극단 연우무대 유인수 대표 겸 프로듀서가 들려준 말이다.
유 대표는 연극 ‘해무’, ‘인디아 블로그’, ‘극적인 하룻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을 제작했다. 현재는 영화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영국, 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진출하며 꾸준히 해외시장 경험을 쌓고 있다. 1977년 설립된 연우무대는 한국 연극계에 창작극 활성화 바람을 불어넣은 극단으로 강신일,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송새벽 등의 배우를 배출한 극단이다.
“국내 극단 관계자를 만나 보면 대체로 지금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아니면 지금 이 시장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해외를 간다는 게 맞는 건지, 사실은 가고 싶은 것이지,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합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만, 제 경우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코로나를 겪으면서 국내 시장에 한계가 느껴졌고, 프로듀서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고 하면서 해외 진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은 녹록지 않았다. 유 대표에겐 믿을 만한 중국 측 사업 파트너도 있었지만, 여차하면 중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50% 지분율 제한)는 늘 리스크이다. A라는 작품은 미국 중국 한국의 대형 로펌 3곳을 동원해 계약에 나섰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수포가 되었다. 중국에서 제작한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경우나 지금 공연 중인 ‘광염소나타’도 중국 최고 평점에다 판매 1위를 기록했지만 수익률은 고만고만하다. 지난해 경우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10억 원 제작비에 매출은 9억 원이 나왔을 뿐이다.
“중국은 스타 배우의 출연이 매출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정 배우를 보기 위해서 중국 전역에서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몰려듭니다. 잘되는 극장은 3, 4년째 매진 작품이 나오고, 하루에도 2000만 원 넘게 매출이 나오지만, 안 팔리는 작품은 10명, 20명 앉혀 놓고 공연합니다. 그래도 별도의 홍보마케팅이나 티켓 할인 제도 같은 걸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독특합니다. 아직은 공연만 올리면 된다는 식이어서 아주 답답합니다. 국내 여러 작품이 중국에 진춭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을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하 BPAM) 일환으로 'BPAM 오픈 토크-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물론 작품 라이선스만 넘기면 이런 고민은 안 해도 된다. 유 대표는 “돈만 벌 생각이었으면 라이선스 시장을 파고들었겠지만, 무언가 만드는 게 재미있고, 중국에서 만약에 작품을 원한다면 제가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유 대표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그것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 등을 중요한 역량이라고 꼽았다. 연우무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달라진 것도 그가 대표를 맡기 시작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을 만든 선배들과 갈등도 컸다.
“매년 하반기면 공연 단체들이 그다음 해 공연 지원금을 받기 위해 매달리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지원금으로 공연하고, 그다음엔 방치해 버리는 그걸 왜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고 그런 동인제 시스템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겠다 싶어서 과감하게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배우 출신이지만,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언론 등에서도 ‘연우무대에 젊은 대표가 오더니 상업적으로 변했다’는 시선이 많다가 그 뒤에는 ‘연우무대가 뮤지컬을 하니까 창작 뮤지컬 패러다임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이 시스템에 적응해 가는 중입니다.”
연우무대는 그 뒤로도 한 작품을 공연까지 올리는 데 2, 3년은 기본으로 투자했다. 지원금이 2000만 원이라면 어떻게든 두세 배 가까운 돈을 들여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으로 충분히 투자한다는 점이 남달랐다. “저도 지방에서 서울로 와서 저한테 무슨 돈이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작품의 퀄리티 유지는 중요하기 때문에 온갖 노력을 다 기울입니다. 대관할 돈이 없어서 재공연 못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요.”
그가 바라보는 향후 공연예술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전에 이미 공연예술 시장이 활성화됐고, 그 시장이 우리한테 넘어와서 2010년대가 된 거예요. 그게 한국 드라마 한류이고, 그때 생긴 아주머니 팬들이 지금의 40~60대 메인을 형성합니다. 한국은 뒤늦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마니아가 생기고 2020년대를 맞았는데 지금 한국의 20~40대가 앞으로 20년은 끌고 갈 겁니다. 저는 연극에서 넘어온 뮤지컬 붐이 2015~2016년께 포화상태가 될 거라고 봤는데, K팝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젊은 팬들의 확장성이 제가 생각한 이상이었어요. 중국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하지만 60개의 극장에서 매일 작품이 공연되고, 배우들도 다섯 개씩 공연하다 보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광염소나타’를 보면서도 중국 스태프 실력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지만, 운을 뗐다. “지금까지 경험을 살린다면 영국 웨스트엔드에 가서도 못할 건 없다고 봅니다. 최근 몇 년은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공연을 보러 다니기도 했는데, 웨스트엔드에서 초연을 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테마 공연장을 운영하는, 그런 꿈을 꾸는 거죠. 영화 쪽 작업도 계속하려고요. 캐스팅과 투자까지 거의 끝났는데 연기된 뮤지컬 영화도 있고, 드라마로 준비하는 ‘왕의 남자’도 있습니다.”
2024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하 BPAM) 일환으로 'BPAM 오픈 토크-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를 알리는 안내 입간판. 김은영 기자 key66@
한편 ‘비팜 오픈 토크1-해외 진출 프로듀서 릴레이 토크’는 문화골목 다반에서 오는 7일까지 이어진다. △한국 희곡의 해외 진출 및 현지화 실천 ‘흑백다방’의 영·미·일 등의 해외 진출 사례(차현석 극단후암·작가, 연출 프로듀서) △북유럽 공동제작과 베트남 진출 실전(엄동열 문화공작소 상상마루 대표, 프로듀서) △국내외 소규모 공연 발굴과 민간 소극장 유통 전략(박정의 서울연극협회장, 이인복 대전 아산아트컴퍼니 대표,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 △공연 콘텐츠와 관광산업 공연과 관광산업의 대표 콘텐츠 제작, 진출, 상설공연 실전 사례(최철기 페르소나 대표, 연출 프로듀서) 등이 준비된다. 진행은 심문섭 BPAM 연극 분야 프로그래머가 맡는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