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전등화 신세 한미 FTA… 대미 협상 총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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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양자 상호관세 새 협상 공식화
동남권 산업 등 수출 타격 없도록 준비해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거듭하고 있는 관세전쟁 속에 미국이 마침내 양 국가 간 상호관세 협상 진행 계획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새로운 기준선에 따른 양자협정 체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구체적으로 양자협정의 대상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 방침이 실제로 적용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개정되거나 대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의 양자협정에 기반한 국제 무역질서의 큰 변화 속에 한국 산업, 특히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자동차 부품업 등 동남권 산업의 미래에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크게 드리우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국가들과 잠재적인 양자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정성과 상호성의 기준에 따라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새로운 양자 간 협상을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인이 되기 전부터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즉흥적 협상용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미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도 이번 새 상호관세 정책의 예외가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미국의 ‘FTA 개정’이나 ‘폐기 후 새 협정 체결’ 등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007년 숱한 우여곡절 끝에 체결된 한미 FTA는 관세 철폐로 인해 동남권의 대표적인 수출 업종인 자동차부품업 등이 큰 혜택을 봤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운업 등의 분야에서도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 이후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재협상이 이뤄졌으나 미국의 명분을 살려주면서도 우리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측면에서 나름 성공적인 방어전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자국 이익 극대화를 공공연히 앞세우는 트럼프 집권 2기의 미국 행정부는 무역수지 균형을 내세우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리하게 올릴 것으로 보인다. 비관세 장벽까지 동원할 경우 한국의 대응책 마련을 위한 방정식은 더욱 난해해진다.

문제는 정상외교로 매듭을 풀기 시작해야 할 통상마찰 협상이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다소의 위안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상대국과 협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캐나다나 멕시코, 유럽연합 등과 달리 한국을 아직까지 직접적인 대상으로 언급하진 않은 점도 협상의 여지를 크게 남긴다. 상호관세 부과까지는 아직 20여 일이 남은 만큼 통상 당국은 미국을 설득할 논리와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실도 모르고 손놓고 있었던 식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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