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현숙, 적십자 활동 20년… “리더에게 나눔은 비용 아닌 책임”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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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대한적십자 부산지사 부회장

여성봉사특별자문위 등 20년 활동
고액 기부 RCHC 회원·2대 적십자
작은 정 모이면 도시 안전망 단단해져
고독·의료 사각지대 촘촘히 보듬어야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이 현장을 고민하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2005년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활동을 시작해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11월 부산지사 부회장에 취임한 조현숙 강동병원 이사장은 역할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한적십자를 ‘큰 배’에, 자신을 그 방향을 잡는 ‘키’에 빗댔다.

조 부회장이 바라보는 부산의 복지 문제는 ‘고독’과 ‘의료 접근성’이다. 그는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기 어려운 어르신이나 정서적으로 고립된 가정이 많다”며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한 촘촘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 부회장은 “병원이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곳이라면, 적십자는 삶과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며 “적시에 투입되는 지원이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서 두 영역은 닮아 있다”고 했다. “병원 직원들에게도 환자를 대하는 마음 자체가 봉사라고 강조합니다. 병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안식처가 돼야 합니다.”

20년 동안 적십자와 함께해 온 그는 적십자의 원동력으로 ‘보편성’을 꼽았다. “정치나 종교를 넘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가는 인도주의 원칙, 그리고 가장 투명하고 신속하게 도움을 전하는 시스템이 적십자의 힘입니다.”

조 부회장은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RCHC(Red Cross Honors Club) 회원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부터 적십자 활동을 이어온 ‘2대 적십자 가문’으로, 나눔은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됐다. “어머니는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아버지는 적십자 상임위원으로 활동하셨어요. 두 분은 ‘우리가 가진 것은 잠시 맡아둔 것일 뿐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개인 후원도 이어 왔다. 희망풍차 결연으로 지원해 온 아동들이 성장해 사회인이 된 모습을 지켜보며 ‘지속적인 나눔이 삶을 바꾼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작은 실천에도 기준은 분명하다. ‘사랑의 선물’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인가를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식품 하나, 포장 하나까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른다.

조 부회장은 기업과 지역 리더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큰 금액이 아니어도 씀씀이가 바른기업 캠페인처럼 정기적인 나눔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며 “나눔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구성원에게 자부심을 주는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에게 나눔은 비용이 아닌 ‘가치 투자’다. “리더의 자리는 누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나눔을 실천할 때 비로소 품격이 완성됩니다.”

최근 적십자 회비 참여 감소에 대해서는 신뢰 회복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조 부회장은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묻는 분들이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와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의 목표는 봉사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재난 현장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뛰는 봉사원들을 보면 늘 마음이 뭉클하다”며 “그들이 즐겁게 활동할 때 부산의 인도주의도 더 크게 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봉사를 거창한 결심이 아닌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일로 정의했다. “부산 시민들의 정이 모이면 도시의 안전망은 더 단단해집니다. 적십자가 그 연결고리가 되겠습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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