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퀸 보금자리… 3266명 아직 집에 못 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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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피해 거제·통영 주민들
보름째 친인척집·모텔 등 전전
맨발로 나와 끝없는 난민 생활
안전진단·복구 공사까지 첩첩
“집에 다시 갈 수 있기만 바랄 뿐”

기록적인 호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경남 거제시 옥포동 삼도로얄맨션에서 31일 입주민과 거제시 관계자가 복구 작업 중인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복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주민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기록적인 호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경남 거제시 옥포동 삼도로얄맨션에서 31일 입주민과 거제시 관계자가 복구 작업 중인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복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 주민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lwj@

“추석 전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돌아갈 수 있기만 바랄 뿐이죠.”

지난달 17일 새벽,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에 놀라 대피한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박종기(78) 씨는 31일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에 단지 뒤편 산비탈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한 거제시 옥포동 삼도로얄맨션 104동 2층 입주민이다. 박 씨는 이후 거제시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와 친인척집을 오가다 며칠 전부터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친척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눌러 있을 순 없었다. 안전진단이다 뭐다해서 한동안은 집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에 지인에게 부탁해 겨우 이곳을 잡았다. 성수기라 방 잡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토사가 직격한 104동을 포함해 인접한 103동, 105동 3개 단지 369세대 865명에 대한 주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이어 19일부터 인접한 2개 동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316세대 746명이 귀가했다. 하지만 104동의 경우 붕괴한 사면과 건축물에 대한 추가 보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53세대 주민 119명은 여전히 집 밖을 전전하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기간만 한 달 안팎, 복구까지 마치려면 최소 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도 모두 철수한 지금 입주민들은 친인척집과 모텔, 펜션 등지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경남도 집계를 보면 단전과 단수, 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자택 내 생활이 불가능해 미귀가 상태인 수재민이 거제와 통영을 합쳐 1567세대, 3266명이다. 설상가상 최근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도 공급이 중단된 공동주택 10개 단지 2558세대는 침수된 기계실 복구와 급수 펌프 교체에 최대 2~3주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작업 일정에 따라 추석 명절까지 밖에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전기 공급이 끊긴 352세대도 마찬가지다. 한전은 거제·통영 3466세대 정전 사태를 모두 복구했다. 하지만 단지 내 수전 설비 고장으로 여전히 수백 세대가 임시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취사나 온수에 필요한 가스 역시 55세대는 여전히 차단 중이다.

관할 지자체의 대응도 아쉽다. 지난달 28일에는 거제시가 전기와 공용수도 공급이 재개된 일운면 한 아파트 이재민 767세대에 대해 응급구호를 중단하기로 해 이재민들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비상급수탱크도 설치된 만큼 응급 상황은 벗어났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세대별 단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하루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거제시는 재해구호법 등을 근거로 주거상실, 침수, 파손 등으로 사실상 주거가 불가능하거나 대피 명령 또는 자의적 판단으로 일시 대피한 주민에 대해 응급구호 명목으로 숙박비(가구당 하루 7만 원)와 급식비(1인 1식당 9000원), 목욕비(1인 1일 1회 1만 원)를 실비로 지원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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