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불확실성의 시대에 확실한 선택
레디코어
몇 년 전까지 우리나라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던 키워드는 ‘욜로(YOLO)’와 ‘플렉스(Flex)’였다. “한 번 뿐인 인생, 이 순간을 즐기자”거나 “일단 부딪혀보고, 실패해도 그 또한 젊음의 특권이자 경험”이라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자산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레디코어(Ready-Core)’로 급선회했다.
시장은 모험 대신 돈과 시간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패 리스크를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레디코어는 ‘준비(Ready)’와 ‘핵심(Core)’을 합친 신조어로,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사전 데이터 수집과 시뮬레이션, 위험성 제어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경제 관점에서 레디코어는 탐색 비용과 기회 비용의 제로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수많은 리뷰를 비교하며 에너지를 쓰는 ‘탐색’의 고통을 겪기보다, 기업이 데이터로 정교하게 설계해 놓은 ‘검증된 답’을 확인하고 수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택배나 배달앱의 도착 확인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주는 정교한 큐레이션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고통이나 실패의 위험을 낮춰주며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부동산, 건설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10년 뒤 먼 미래의 개발 호재를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 선호됐다면, 최근에는 건설사 부실 우려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공사비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이미 완성된 핵심 인프라와 주거 가치를 즉시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수요가 몰린다. 리스크가 큰 재개발, 재건축보다 현재 가치가 보장되는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