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센텀2 첨단산단 조성 걸림돌 풍산 이전, 이제는 속도 내길
"부지 개발 주도"… 전면에 나선 풍산
주민 수용성 확보, 최우선 과제 삼아야
풍산 부산공장과 부산 센텀2지구 조성 예정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판 판교 테크노밸리’ 청사진을 내건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도심융합특구) 조성 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전체 사업 부지 191만㎡ 가운데 우선 1단계(17만㎡)에 대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전체 사업 부지의 절반이 넘는 풍산 부산공장 이전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산 공장이 옮겨갈 예정인 부산 기장군에선 주민 반발이 여전히 거세다. 새로 기장군수에 취임한 우성빈 군수도 지난 6·3 지방선거 때 ‘풍산 공장 대신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풍산 부산공장 이전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풍산이 부산시에 이전 예정 부지인 기장군 ‘오리 제2 일반산단’ 사업자 명의 변경을 요청, 사업 주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풍산은 그동안 자발적 이전이 아니라 부산시 정책에 따른 이전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보상과 이전 부지 조성 등을 부산시에만 맡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부지 개발 주체로 나서면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다. 류진 풍산 회장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부산공장 이전 관련 “시장이 바뀌어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청사진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류 회장은 ‘방산 이익을 지역 발전에 쓰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부산 첨단산업 육성의 적지인 센텀2지구 조성이 이렇게 늦어진 것은 부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뼈아픈 걸림돌이었다. 세상이 ‘AI다’ ‘로봇이다’ 내달리는 동안 앉아서 허송세월을 한 셈이다. 공장 이전에 협조하지 않은 행태를 반복한 풍산에도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풍산은 오랜 기간 부산에서 방위산업을 영위하며 성장했다. 기존 부지 매각과 보상 규모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알려졌다. 부산 시민 이해와 공공의 배려가 성장에 큰 도움이 된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순리다. 안전과 오염 문제에 대한 주민 우려가 큰 만큼 풍산도 이런 불안을 잠재울 해법을 찾는 한편,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상생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풍산 공장 이전 지연에는 부산시 조급 행정도 한몫했다. 2021년 시와 풍산이 기장군 일광면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을 때도 주민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 이번에도 지난 2월 부산시가 센텀2지구 착공식을 떠들썩하게 한 후 기장군에서는 “주민 협의도 없이 이전이 결정된 것처럼 발표했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시는 더 미루지 말고 기장군과 기장 주민과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풍산의 공공기여 방안 마련도 적극 중재할 의무가 있다. 10년을 끌어온 센텀2지구 개발이 마침표를 찍으려면 부산시와 풍산, 기장 주민의 대승적 합의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