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이익만 좇는 행동주의펀드에 지역금융 공공성 '흔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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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자산운용, BNK 주총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도입 제안
얼라인파트너스, BNK·JB 합병 제안
효율 빌미 지나친 요구 반발 확산

BNK부산은행 본점(왼쪽)과 JB금융그룹 광주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광주은행 제공 BNK부산은행 본점(왼쪽)과 JB금융그룹 광주은행 본점 전경. 부산일보DB·광주은행 제공

행동주의펀드들이 지방금융지주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금융권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제고와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춘 제안들이 대부분이어서 지역금융의 공공성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크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요구에 주력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이 최근 경영체계 개편, 금융지주 간 합병 등으로 요구를 확대하면서 지역사회와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1일 지역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행동주의펀드들은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잇따라 주주 제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할 경우 대규모 주식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영진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자는 취지였지만,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당시 주가의 2배 수준의 목표 주가가 제시되면서 지역 금융권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지역금융의 역할은 배제한 채 효율성만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NK금융과 JB금융의 합병을 제안하며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부산·경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금융지주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중은행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 지분 14.83%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BNK금융 지분 1% 이상을 가진 주주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다음 달 7일까지 검토 착수 여부 회신을 요구했다. BNK금융은 “특정 이해관계자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와 고객, 지역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안이 비현실적이고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산은행 노조에 따르면 BNK금융은 자산과 시총이 약 161조 원, 5.5조 원이며, JB금융은 약 73조 원, 4.8조 원으로, 자산 규모로 봤을 때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상황’이다. 특히 합병 후 BNK금융 주주는 신주를 0.69주만 받는 반면 JB금융 주주는 1주를 받게 돼 BNK금융이 더 많은 자본을 기여하고도 손해를 보는 주주 이익에 반하는 비현실적인 구조다.

지역사회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노조는 물론 전북 지역 상공계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지난 20일에는 부산은행 노조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BNK금융과 JB금융의 사업 기반과 지역 시장 구조가 크게 다른 만큼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영업 기반과 이해관계가 다른 금융지주를 단순히 규모의 경제 논리로 통합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실제 합병 과정에서도 이사회를 비롯한 주주와 지역사회 반발과 노사 갈등, 독과점 심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과거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에 머물렀던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제안이 최근 경영진 보상체계 개편과 지방금융지주 간 구조 개편, 합병 논의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지방금융지주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가(PBR 1배 이하)와 풍부한 자본 여력, 안정적인 수익성, 분산된 주주 구조 등으로 행동주의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CEO 승계 절차 개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이전보다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은행 김대성 노조위원장은 “제안이 대부분 단기 주가 상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지방금융지주는 지역경제와 함께하는 공공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지역금융 경쟁력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역시 외부의 압박보다 금융지주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금융지주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 지원,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 지역 고용 유지와 점포 운영 등 공공적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며 “단기적 비용 절감이나 조직 통합 논리만으로는 이런 기능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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