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지능’ 신진서, AI 파훼법으로 인간 승리
최종3국에서 11집 반 차로 대승
공식전 AI 상대로 2연승 쾌거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대국에서 2승 1패로 우승했다. 신진서는 카타고를 대국 내내 압도하며 ‘인간 승리’를 일궈냈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대국중인 신진서. 연합뉴스
“어느 순간에는 이 바둑을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진서 9단은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 대국에서 승리한 뒤 자신감과 벅참을 드러냈다. 2016년 3월 13일 알파고(AlphaGo)와의 4국에서 첫승을 거둔 뒤 결정적 승기를 가져온 78번째 수에 대해 “그 수 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힌 이세돌 9단을 떠올리게 했다. 신진서는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이세돌 이후 10년 만에 인간 바둑 기사로 최종 대국 승리를 거뒀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국에서 흑으로 카타고에 11집 반 차이로 승리하며 카타고와의 3번기에서 2승 1패로 우위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1국에서 패했지만, 지난 19일 2국에 이어 이날 최종국까지 잡아 최종 전적 2승 1패로 우승했다.
3국은 신진서가 흑돌 두 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두 점 접바둑은 ‘18집’ 정도를 앞선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AI의 실력을 감안한 일종의 ‘AI 핸디캡’이었다.
그러나 카타고는 프로 기사들과 두 점 접바둑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둬왔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신진서가 두 점 접바둑으로 카타고와 연습했을 때도 승률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공식 대국에서 2점 접바둑으로 카타고를 연이어 꺾은 프로기사는 신진서가 처음이다.
이날 대국에서 신진서는 초반 소목 포석을 선택한 뒤 복잡한 전투를 피하고 집을 차분히 쌓는 전략으로 승부를 풀었다. 전투로 돌이 서로 엉킬 경우 AI의 무서운 계산력이 힘을 발휘해 사람이 이기기 어려운 데 따른 계산이었다. 18집 유리하게 시작한 신진서는 대국 종반까지 약 11집 리드를 유지했다. 카타고가 선방했지만 신진서를 상대로 7집밖에 추격하지 못했다. 바둑판의 상황을 파악해 승률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대국 내내 95% 아래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
2연승은 어렵다는 예상을 깬 신진서는 극도의 냉정함으로 실리를 챙기고 전투를 피하며 ‘AI 파훼법’을 찾아냈다. 이날 대국에서는 오히려 그 격차를 벌리며 ‘인간 승리’를 이뤄냈다.
이날 대국장에 있던 한국기원 관계자는 “프로 기사들도 과거 알파고와 지금 카타고가 붙으면 만 번 모두 카타고가 승리한다고 입을 모은다. AI가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알파고가 두 점 접바둑을 둬도 승리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오늘 신진서 9단이 두는 대부분 수가 블루 스팟(AI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다음 수)이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는 이야기가 대국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신진서는 “제 승리가 이세돌 사범이 거둔 그 1승에 비한다면 개인적으론 부족한 승리“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국을 통해 인간이 AI에 버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 굉장히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신진서는 또 다른 도전도 시사했다. 신진서는 “다른 이벤트에선 제가 (인공지능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할 수 있게, 그런 도전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승리로 신진서는 대국료 1억5000만 원, 승리 수당 1억 원, 그리고 2승 부상인 고급 세단 제네시스 G90까지 받게 됐다. G90을 직접 운전할지에 대해 신진서는 “면허가 없어서 차차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