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군사관학교 내륙 이전이 맞냐"는 지역의 우려 귀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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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 없이 통합 사관학교 대전 신설
창원 주민들, 정체성·상권 붕괴 불 보듯

지난 16일 서울 육군사관학교 인근에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육군사관학교 인근에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에 신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방부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면서 육해공 3군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군 지휘관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통합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도 없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한 경남 창원시 진해 지역은 군항도시라는 정체성 훼손과 상권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다도 없는 내륙도시에서 해군 장교를 육성한다는 계획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민 우려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해군사관학교는 광복 직후인 1946년 1월 3군 사관학교 중 가장 빨리 진해에 설립됐다. 올해로 설립 80년을 맞았다. 누적 졸업생은 98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입시에서도 28.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대표적인 군사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땐 해군사관학교를 개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다 졸업식과 입학식 등 각종 행사 때마다 생도와 가족들이 방문하는 등 지역 상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군사관학교 통합 기본계획 발표 이후 창원 지역사회는 해군사관학교가 사실상 독립 기능을 잃고 폐교 수순을 밟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역 사회는 현재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국방부 등이 계획을 추진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이종욱(진해구) 의원은 “막무가내 식 추진에 반대한다”며 주민 간담회를 통해 지역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창원시도 이 문제를 ‘전략조정 TF’ 현안으로 다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진해구도 오는 24일 해군을 방문해 지역민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해군사관학교 소재지라는 자부심으로 군사지역 고도 제한 등을 감내했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큰 허탈감을 느낀다며 대책을 호소 중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도 공동 성명을 통해 통합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국방부는 통합 사관학교를 바다도, 활주로도 없는 대전 자운대에 신설한다는 방침만 현재 밝혔다. 특히 당초 1·2학년은 공통 교육을, 3·4학년은 각 사관학교에서 전문교육을 받는 ‘2+2 방식’을 검토했으나 결국 ‘4년제 완전 통합’으로 노선을 정했다. 통합 사관학교 개교 시점 등 운영 청사진은 오는 10월에야 공개할 예정이다. 탁상행정은 물론 정치적 논리를 앞세웠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군사기관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한 기관이기도 하다. 정부가 공청회와 정책설명회 등 숙의 절차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부터 서둘러 수렴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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