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마리나 항만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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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봉한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가 미션을 마친 후 휴가 차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마리나였다. 이때 등장한 클래식한 목재 외관의 요트는 베네치아의 고풍스러운 정박지 풍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화려함 속에 로맨틱하면서도 고즈넉한 마리나 감성을 극대화한 장면으로 평가 받았다.

마리나는 ‘바다의’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이탈리아어 또는 스페인어 단어다. 요트나 제트스키 같은 레저시설이나 유람선, 쇼핑몰 같은 관광시설이 집결하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마리나 항만들은 단순히 요트를 정박하는 기능을 넘어, 최첨단 편의시설과 상업·휴양 복합 단지, 고급 리조트가 어우러진 해양 레저 및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중해와 유럽을 통틀어 가장 상징적이고 화려한 슈퍼요트 마리나, 모나코의 ‘포르 에르퀼’(Port Hercules)은 왕궁 아래 펼쳐진 절경과 F1 모나코 그랑프리 경기가 열리는 트랙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매년 세계 최고의 자산가들과 요트인들이 모여든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전통적이고 화려한 마리나 시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나 아부다비,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최첨단 대규모 마리나 시설, 친환경 요소를 품은 호주의 골드코스트 마리나 시설 등은 요트 입출항을 위한 계류시설과 수리·정비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워터프런트 수변 공원 역할을 함께 수행하며 항구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한다.

아쉽지만 국내에는 이런 글로벌 수준의 마리나가 아직 없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부지에 790억 원을 들여 2024년 초 개장한 북항 마리나가 최근 아쿠아시설 위탁운영자 변경 탓에 당분간 문을 닫는다. 북항 재개발 지역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이빙풀과 실내수영장으로 연간 7만여 명이 이용하는 등 시민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운영을 책임지는 부산항만공사는 3주 내외의 운영 중단이라고 설명했지만, 북항 마리나의 이름에 걸맞는 매끄러운 운영과 빠른 행정 지원이 이뤄졌어야 한다.

북항 마리나의 핵심시설인 요트 계류시설과 방파제 공사가 2027년 말 완공된다는 사실 자체가 부산 시민에겐 답답함과 조바심을 남기지만, 그때까지 BPA는 마리나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 공익성과 수익성 중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마리나 항만 활성화 방안을 새로 따져볼 때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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