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땡볕에 달궈진 ‘사직 불가마’ 관중석 무려 70도
사직구장 관람석 온도 측정하니
플라스틱 의자 70.5도에 달해
개방형 구조 탓에 그늘도 적어
관중 대부분 폭염 무방비 노출
폭염 때마다 온열질환 되풀이
롯데, 더위쉼터 설치 등 안간힘
전국적인 폭염의 여파로 프로야구 전 경기가 취소된 가운데 6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와 관중석이 텅 비어있다. 이원준 기자 lwj@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기마저 중단된 부산 사직야구장. 과연 얼마나 뜨거울까. 〈부산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관중석 좌석 온도가 무려 70.5도까지 치솟아 '가마솥'을 방불케 했다. 상단 일부에만 그늘이 드리우는 구조 탓에 관중들은 화상과 온열질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6일 오후 4시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그늘이 거의 없는 관중석은 직사광선에 뜨겁게 달궈져 열기를 뿜어댔다. 벽과 쇠로 된 손잡이는 물론, 플라스틱 의자까지도 살갗이 스치면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취재진이 관람석 온도를 측정해 보니 벽은 46.1도, 쇠 손잡이는 53.6도, 바닥은 59.3도, 플라스틱 의자는 70.5도에 달했다. 관람석에 온 지 5분도 되지 않아 온 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고, 햇볕에 노출된 피부는 심하게 따끔거렸다.
실내 통로에도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갇혀 숨이 막힐 정도였다. 복도는 물론 관람석 진입로에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실내에서 가장 서늘한 곳조차 온도가 32.6도에 달했다. 경기가 취소돼 관중석이 텅 비었는데도 구장 안은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10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앞서 KBO는 지난 1일 사직야구장에서 예정돼 있던 경기를 취소했고, 2일 경기도 30분 늦춘 오후 6시 30분에 개최했다.
1985년 10월 준공된 사직야구장은 원형에 가까운 개방형 경기장이다. 관중석 전체를 덮는 캐노피가 없고, 기존 구조물이 만드는 그늘도 내야 상단 후면에 제한된다. 특히 하단 응원석과 외야는 햇빛을 직접 받으며, 3루쪽은 저녁까지 그늘이 늦게 형성된다. 이 때문에 해질녘에도 이미 달궈진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좌석이 복사열을 계속 내뿜는다. 기상 온도가 30도 초·중반이더라도, 관람석 등 야구장 내부 온도는 훨씬 높아지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폭염이 심해지면 야구장은 더위에 더욱 취약해진다. 실제 2024년 9월에는 9월 14일과 15일, 17일 3일간 온열질환자가 총 84명 발생했다. 이 가운데 10대 관중 1명은 온열질환으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반면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의 경우, 돔이 그늘을 제공하고 내부 공기를 가둬 냉방이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관중석과 그라운드 하부 온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관중석에 설치된 냉방 시설을 가동해 온도를 26~28도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온열질환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9년 준공된 창원시 창원NC파크 야구장은 천장이 없는 개방형 구조이지만, 1층을 제외한 관람석 대부분에 그늘이 진다. 경기 시간 태양의 위치를 고려해, 관중석에 그늘이 지도록 설계했다. 또 관람석 벽면을 따라 안개가 분사되는 ‘쿨링포그’를 설치해 관람석 온도를 낮추고 있다.
사직야구장에서 여름철마다 폭염에 취약하다는 팬들의 원망이 나오자 롯데 자이언츠 측은 지난해부터 더위 쉼터 4곳을 설치·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천막형에서 대형 컨테이너로 바꾸고 냉방기를 가동해 내부 온도를 시원하게 유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무더위가 심해져, 온열질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게 하려면 매년 무더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중들이 폭염으로 인해 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