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무지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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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환 논설위원/

지난 94년 6월 파리 드골 공항 환승객 대기실.당시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필자는 북미간 핵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제네바에 출장을 갔다가 김일성 사망으로 일정을 앞당겨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바로 옆에 웬 남자가 파김치가 돼 큰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핵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로버트 갈루치 박사였다.

한참 뒤 그가 눈을 뜬 후 우리는 '김일성 사후'를 화제로 올렸다.그는 이런 얘길 했다.'이란 혁명은 망명 중이었던 호메이니의 연설을 담은 카세트 테이프 때문이었고,동유럽의 민주화는 미국의 MTV (음악TV) 영향이었습니다.북한에도 MTV만 들어가면 문이 열릴 것입니다.김대중씨도 주장했지만 북한이 중국처럼 돈맛을 알게 되면 개방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고….'

7년이 지난 요즘 북한에 MTV가 아닌 남한의 대중가요가 들어가 '인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이다.바로 일본열도에 엔카(演歌) 열풍을 일으킨 한국 출신 여가수 김연자의 북한 순회공연 때문이다.그녀가 부른 노래 중 북한 가요는 '휘파람' 등 4곡뿐이었고 나머지 10여곡은 '칠갑산' '황성옛터' '돌아와요 부산항에' '하숙생' 등 모두 남쪽의 대중가요였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남한 노래를 부르거나 라디오로 듣기만 해도 공개총살령을 내렸던 북한 당국이,이젠 김정일까지 공연장에 나가 박수를 보내고 현란한 몸짓과 화려한 무대의상,간드러진 목소리의 김씨 공연 실황을 TV를 통해 전국에 방영한 것이다.

영어 April(4월)은 '창문을 열다'는 뜻이지만 지금 북한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이불 속에서,가족도 모르게 콧노래로 흥얼거려야 했던 '옛 시인의 노래' '사랑의 미로'를 이젠 '눈치껏' 부르고 있다.남북한 가요 각 6곡이 실린 김씨의 CD '무지개 다리'도 인기라 한다.

북한이 변한 게 없다고들 하지만 평양시민들은 요즘 엄청난 '봄기운'을 느낀다는 외신 보도다.바로 화해의 '햇볕' 때문이다. 4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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