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로이 목마’ 논란 크레인, 한국도 무방비…“국내 항구 크레인 과반은 중국산 ‘ZPMC 크레인’”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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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중국산 항구 크레인’의 안보 위협 가능성 제기…‘트로이 목마’ 비유
국내 항구 크레인의 53%인 427개가 ZPMC 크레인…“보안성 전수조사 필요”

부산항 신항에서 안벽크레인을 이용해 선박에 컨테이너 화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항 신항에서 안벽크레인을 이용해 선박에 컨테이너 화물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출처: 해양수산부. 안병길 의원실 제공 출처: 해양수산부. 안병길 의원실 제공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10개 항구에서 운용중인 크레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인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크레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미국 내 중국산 항구 크레인의 안보 위협 가능성이 제기되며 ‘트로이 목마’ 에 비유되기도 하는 가운데, 한국도 중국산 크레인에 무방비 상태여서 국내 모든 항구 크레인들을 대상으로 보안성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이 16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항구에서 운용되고 있는 809개의 크레인 중 427개가 중국산인 ‘ZPMC 크레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8%에 달하는 수준이다.

각 항구별 ZPMC 크레인 의존 비율을 보면 국내 최대의 무역항인 부산항이 55.4%였고, 평택항 75.0%, 인천항 68.1%, 울산항 62.5% 등 대부분을 ZPMC 크레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중국산 크레인없이는 국내 모든 항구의 무역이 마비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안병길 국회의원. 안병길 의원실 제공 안병길 국회의원. 안병길 의원실 제공

문제는 중국산 항구 크레인과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 위협 문제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병길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미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미군도 많이 이용하는 항구들에 다수 배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크레인에 화물 출처, 목적지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센서가 부착돼 있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했다. 미국 고위 방첩 관료 출신인 빌 에바니나는 지난 5일 “크레인은 제2의 ‘화웨이(중국 장비업체)’가 될 수 있다”면서 항만 크레인 사업을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묘사했다.

이러한 ‘안보 위협’ 우려가 커지자 미국 내 일부 항구는 ZPMC 크레인 소프트웨어(SW)를 다른 국적의 소프트웨어로 교체했고,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 하원의원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안 병길 의원은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해외에서 제조된 크레인이 미국 항구의 사이버 안보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2023년) 연말까지 만들라’고 교통부에 요구한 데 비해 한국 정치권에서는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기반 시설인 항구는 그 어떤 곳 보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는 만큼, 작은 안보 우려도 명백하게 검증돼야 한다”며 “국내 항구에 설치된 모든 크레인들을 대상으로 보안성을 점검하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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