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사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국민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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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점 인물 심판대… 법치주의에 경종
정쟁 도구 안 돼, 철저한 진상 규명 있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 여사까지 구속되면서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불명예가 새겨졌다. 우리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경우는 있었고 아들이나 형제가 재판에 넘겨진 적도 있었지만, 대통령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구속·기소된 사례는 없었다. 세계사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일이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법정에 서게 된다는 점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다. 국가의 품격을 무너뜨린 참극으로 국민에게 깊은 상처와 실망을 안겼다.

전직 대통령 부부에게 제기된 의혹과 혐의는 놀랍다. 윤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는 재임 중 국가 전복을 시도한 ‘내란 우두머리’이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등도 포함된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법 정치자금 수수, 고가 장신구 수수와 관련한 허위 진술 등 복합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22년 4~8월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민원 청탁과 함께 고가 선물을 건넸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법원은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중대한 범죄 의혹과 ‘증거 인멸 우려’를 구속 사유로 들었다. 이처럼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김 여사는 남편의 권력을 방패이자 수단으로 삼아 주가를 조작하고 고가의 뇌물을 받으며 국정과 당무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뇌물이나 알선수재 혐의와 관련해 거론되는 품목으로는 반 클리프·그라프 목걸이, 샤넬·디올 백 등 각각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물품들이 포함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 권력을 사적 재산처럼 나누어 쓰고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법 전반에서 사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국민은 참담하다.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은 막중하다. 무엇보다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은 권력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를테면 대통령 배우자와 직계 가족의 재산·거래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고, 독립된 상설 감시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 범위를 가족까지 확대해 금품·편의 수수를 원천 차단하고 임기 중이라도 의혹이 제기되면 특별검사 등을 통해 즉시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원 또한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으로 법치주의의 존엄을 지켜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정치 보복이나 사법 폭주라는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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