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신 줄고 여신 늘고 자금난 악순환… 이게 지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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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은행, 지역 기업 빌려줄 돈 꾸러 상경
공공기관부터라도 거래 의무화해야 할 판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은행 본점 건물 모습. 부산일보DB

지역 경제의 돈줄이 돼야 할 지역은행이 지역 기업에 빌려줄 돈이 모자라 서울까지 돈을 마련하러 원정을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은행의 단순한 여·수신 불균형으로만 보기에는 해가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인재에 이어 자본까지 서울로 집중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의 서울 집중은 비수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금융 공급에도 경색을 불러와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공공 분야의 지역은행 수신 비율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은행의 수신액 61조 500억 원 가운데 부산에서 조달해 온 비율은 66.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전 연말 기준 부산은행의 부산 지역 조달 수신액 비율이 72.4%였던 데 비하면 6%P 가까이나 비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49%P 줄어들어 해가 갈수록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반면 올해 부산은행 대출 가운데 부산 지역 기업·개인 등에 대한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액의 74.16%를 기록했다. 지역 수신액 대비 지역 대출액 비율이 7%P 정도나 높다. 부산은행은 이를 메우려 서울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돈을 조달해 오는 형편이다.

부산은행과 같은 지역은행은 시중은행과는 다른 역할 수행을 해야 존립 의의를 찾을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지역 밀착형 금융과 지역 관계형 금융이라 불리는 형태의 자금 운용이 그 역할이다.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원활한 자금 융통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의 자본이 공급돼 탄탄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역 수신액 비율 감소가 보여주는 지역은행의 현실은 참담한 지경이 됐다. 지역의 자금 경색과 기업 경쟁력 감소 등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은행이 아니라면 시중은행이라도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 물꼬를 터야 하지만 금융기관의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다. 비수도권 경제 규모가 대한민국 전체의 47%를 넘지만 시중은행의 지역 기업 대출 비중은 36%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경제 기여도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는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부터라도 지역은행과의 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법에 명시돼 있는 ‘지역산업 육성과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기여’ 의무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공공 영역에서 부은 마중물이 민간 영역의 활기를 되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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