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 ‘빚투’에 내준 증권사… 금융·보험업 대출금 역대 최대
1분기 180조 4891억 원 집계
전 분기보다 9조 8000억 증가
금감원, 신용 리스크 관리 경고
은행권 일제히 공급 제한 조치
코스피가 8700선 초반에서 마감한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전광판. 연합뉴스
지난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금이 10조 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조로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늘자 증권사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대출 한도 하향 조치 등을 통해 ‘빚투’ 공급을 차단하고 나섰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 및 보험업 대출금은 180조 4891억 원으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4분기보다 9조 8000억 원 늘어난 수준으로 증가폭 기준으로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컸다.
대출은 주로 운전자금 중심으로 늘었다. 전체 대출금 가운데 운전자금은 137조 8664억 원, 시설자금은 42조 6227억 원으로 각각 작년 4분기에 비해 각각 7.4%, 0.8% 늘었다. 운전자금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단기 자금을, 시설자금은 공장 부지나 기계 설비 구입 등에 필요한 장기 자금을 뜻한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의 신용공여에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와 자체 투자 수요가 (운전자금 위주의 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늘어나는 ‘빚투’ 수요에 제2금융권 등을 통해 대규모 단기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금은 90조 342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 601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1분기(9조 3162억 원) 이후 가장 크다.
비은행 대출금 비중은 50.1%로, 2024년 2분기(51.8%) 이후 7분기만에 50%가 넘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새마을금고·상호금융·신협 등 통상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금융기관을 포함한다. 한은 관계자는 “신탁계정에서 할인어음을 매입하면서 비은행취급기관의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빚투’의 지표로 여겨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올해 1분기 1일 평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 126억 원으로 평균으로는 처음 30조 원을 넘어섰고, 5월 기준으로는 36조 원을 넘어섰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들을 소집해 신용융자 급증 상황을 점검하고 레버리지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증시 호조로 ‘빚투’가 급증하자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일제히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과도한 차입 투자가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금융당국 경고에 따른 조치다. 하나은행은 고액 연봉자를 포함한 차주의 신용대출 신규 신청 한도를 연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1억 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 중단과 일부 대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일제히 한도를 대폭 낮추고, 신규 마이너스통장 판매 등을 중단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